▲ 지난해 국방부에 뿌려졌던 ‘괴문서’. 아래는 <일요신문>이 입수한 군 검찰의 공소자료 중 ‘별지 ④’ 부분. | ||
그러나 괴문서에 담겼던 내용의 진실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 작성자는 물론 작성경위 등을 포함한 괴문서와 관련된 어떤 것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최근 재판이 진행중인 육군 장성인사 비리와 관련,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된 육군본부 인사관리처장 L준장 등 4명의 피고인에 대해 군검찰이 군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을 입수, 괴문서에 담긴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했다. 입수한 공소장에는 문제가 된 육군 장성 대상자 52명에 대한 육군 중앙수사단과 국군기무사령부의 내사를 토대로 작성한 참고자료(별지 ④)가 첨부되어 있었다. 공소장에 첨부되어 있는 이 참고자료는 군검찰이 지난해 11월23일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육군과 국방부측은 괴문서의 내용과 관련 “대부분의 내용이 과장 혹은 허위사실이다”라고 주장해 왔다.
2004년 11월21일.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 서문에 A4용지 두 장 분량의 괴문서 10여 장이 살포됐다. 다음날인 22일 이 괴문서는 국방부 인근의 간부용 숙소인 ‘국방 레지텔’ 지하 주차장에도 뿌려졌다. 육군 장성인사 비리의혹의 시작이었다.
괴문서 발견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인 11월23일 군검찰은 창군 이래 최초로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렇게 시작됐던 육군 인사비리 의혹은 현재 군사법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 지난해 12월24일 국방부 검찰단이 육군장성인사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 후 보충설명을 하고 있다. | ||
괴문서가 발견된 직후 국방부는 “투서의 내용은 이미 조사중이다”며 “진급심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졌는데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유인물을 뿌린 것은 군 기강을 저해하고 정상적인 업무체계를 문란케하는 행위인 만큼 지휘권 차원에서 투서행위자를 색출해 엄중 문책할 방침”이라고 밝혀 괴문서의 내용이 상당부분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육군 인사를 맡고 있는 육군본부측도 “상당부분이 부풀려져 있거나 사실이 아니다. 일부 사실로 확인된 부분이 있지만 이것 또한 장성인사에 부적합할 만큼의 결정적인 문제는 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달랐다. 군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공소장에 첨부된 자료에 의하면 괴문서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군 수사기관의 자료와 일치 혹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괴문서의 작성자가 군 수사기관의 진급대상자 내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괴문서 속에 비리혐의와 관련 실명이 거명된 진급 대상자는 총 16명이었다. 이 중 육군 중앙수사단과 국군기무사령부 자료와 괴문서 내용이 일치 혹은 유사한 경우가 9~1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괴문서와는 다르게 군 수사기록에 비리사실이 적시되지 않은 경우도 4건이 있었고 수사기록과 괴문서간에 유사성이 없거나 내용이 부풀려진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3~4건이 발견됐다.
국군기무사령부 자료에 97년 음주측정 불응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던 A준장과 관련 괴문서에는 ‘음주운전에다 뺑소니까지 쳐서 파렴치범의 전력을 가진’이라고 되어 있다. 뺑소니 부분이 부풀려진 것.
국군기무사령부 자료에서 ‘공금사용 부적절’이라는 지적을 받은 B준장의 경우 괴문서에는 “온갖 비도덕적인 행동과 민간인들로부터 수많은 향응을 접대받아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이라고 되어 있다. 표현과 구체성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내용으로 짐작된다.
▲ 군 검찰이 군사법원에 제출한 공소자료. 지난해 12월 국방부에 뿌려졌던 괴문서와 비교해본 결과 많은 부분 유사했다. | ||
또한 육군중앙수사단 자료에서 ‘04 준장진급시 경호실장 접촉, 포용력 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E준장의 경우 괴문서에 ‘외부기관의 입김에 의해서 아무런 근무 실적도 없이’라고 되어 있어 구체성을 더한다. 이른바 ‘기관 자료’로 불리는 기무사-육군중앙수사단 자료와 괴문서간에 상당부분 유사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기무사 자료에서 각각 성희롱(F준장), 도청(G준장), 음주불경언행(H준장) 등으로 지적된 인사들에 대해서 괴문서는 단순히‘업무능력 부족과 부하장병들로부터 장군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지탄받아온’이라고 적혀 있어 내용상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군검찰의 공소자료에는 위에 언급된 대상자들을 포함, 육군중앙수사단(19명), 기무사(21명) 등이 조사한 진급대상자들의 문제점이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