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훈 PD(가운데)는 세심한 연기코치로 유명하다. 지난해 1월 <대장금> 촬영장에서 임현식(오른쪽)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는 이 PD. | ||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푸른 안개> <고독> 등을 연출한 표민수 PD는 촬영장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다.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그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스태프들은 숨죽여 집중해야 할 정도. 현장에서의 표 PD를 보고 있노라면, 여러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지휘해야 하는 카리스마는 꼭 큰 목소리와 대찬 성격에서만 발휘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미숙 류승범이 주연을 맡았던 <고독> 촬영장에서의 경험담 하나. KBS수원 세트장이었다. 극중 이미숙의 집을 꾸며놓은 세트장 안에는 표 PD 외에 연기자와 스태프들 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곳을 찾았던 기자는 한 스태프에게 ‘표 PD가 어디 있느냐’며 도움의 손길을 구해야 했다. 여느 촬영장에서라면 그저 ‘목소리 큰’ 사람을 찾으면 될 일이었지만, 도무지 큰 소리 내는 법 없는 표민수 PD이기에 사정은 달랐다.
그때 기자에게 그 스태프는 조용히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촬영장 곳곳을 꼼꼼하게 돌아보고 있던 표 PD는 역시 조용한 목소리로 스태프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스태프는 “워낙 조용하게 말씀하셔서 더욱 귀를 기울여 듣게 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표 PD는 “내 성격이 원래 그렇다”며 웃음마저 조용히 지었다. 오히려 미소에 가까울 만큼.
표 PD의 작품에서 묻어나는 세심함과 애절함은 그의 성격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당시 화제가 됐던 ‘이미숙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 정지된 엔딩신은 바로 그의 아이디어였다고. 주로 노희경 작가와 콤비를 이뤄왔던 표 PD는 곧 송혜교와 비가 출연하는 <풀하우스>로 복귀할 예정이다.
▲ 표민수 PD | ||
사극의 대가 이병훈 PD는 너무 몰입하다가 간혹 화면 속으로 배우들과 함께 ‘출연’하는 사고가 벌어질 정도^^. <대장금> 방영 중 바람이 매서운 MBC 의정부 야외세트장에서 여러 차례 만났던 이 PD는 그때마다 연기자들에게 세심한 연기코치를 해주고 있었다. 사극을 부담스러워 하던 신인연기자들도 이 PD의 꼼꼼한 연출 덕에 무리 없이 사극연기를 이어갔다고 ‘증언’한다.
그런데 표정연기와 대사톤까지 잡아주려다 보니 이 PD는 언제나 연기자들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다 그만, 카메라 감독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 PD가 카메라 속에 함께 담겨져 버리기도 한다. 몇 초가 흘러간 후에야, 카메라 감독의 “어? 감독님, 이리 나오세요”라는 말에 모두들 뒤집어질 수밖에.
<백만송이 장미>를 연출하고 있는 박만영 PD는 ‘특이한’ 감탄사로 현장을 압도한다. 얼마 전 용인 에버랜드 촬영 현장. 갑자기 어디선가 “꺄아아악~” 하는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곧바로 나온 ‘OK!’ 사인. ‘괴성’의 출처는 바로 박 PD였다. 박 PD는 이런 특이한 ‘추임새’를 섞어가며 웃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야외촬영이어서 그의 손엔 마이크까지 들려 있었는데, 현장에 울려퍼지는 박 PD의 ‘우렁찬’ 목소리엔 누구라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