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서울 거리!…홍보 효과는 글쎄
<어벤져스2> 속 서울 거리의 모습을 영화 초반부에 많이 등장한다. 한글 간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소문난 잔치인 만큼 21일 열린 언론 시사회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17일 진행된 주연 배우들의 내한 행사부터 시작된 취재 열기는 이날도 이어졌다. 홍보사 측은 언론사를 사칭한 이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취재진의 휴대폰에 보안 테이프를 붙이는 것을 놓고도 많은 말이 오갔다. 영상 유출을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보안 테이프를 간단히 제거하고 영상을 휴대폰에 담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이렇게라도 해서 영상 녹화 및 유출은 절대 안 된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수입사와 홍보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런 진풍경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짚어볼 사안은 ‘과연 소문난 잔치인 만큼 먹을거리가 풍부한지’ 여부다. 사실 <어벤져스2> 열풍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한국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캡틴아메리카 역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 등이 내한하며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게다가 이 영화 속에 마포대교, 강남대로, 세빛섬, 상암DMC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이 포함된다고 하니 대중이 열광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벤져스2>에는 역시 볼거리가 많았다. 141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아이언맨을 비롯해 헐크, 토르 등 기존 히어로에 새로운 히어로 캐릭터와 악당 등이 추가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서울의 모습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는 약 20분 간 서울의 모습이 공개될 것이란 보도가 있었고, 시사 후에는 ‘7~8분가량’이라는 주장과 ‘15분가량’이라는 또 다른 주장이 엇갈렸다. 보는 이에 따라 서울의 체감 노출도가 다르다는 의미다.
일단 서울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영화 상영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해야 한다. 초반부에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어벤져스2>는 전세계 23개 지역에서 촬영됐지만 지명이 또렷하게 등장하는 건 ‘뉴욕’ 외에 ‘서울’이 유일하다.
63빌딩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던 마포대교와 한강은 히어로들이 날아다니는 장면의 배경으로 새롭게 쓰였다. 블랙위도우는 오토바이를 타고 강남 곳곳을 누빈다. 이 과정 중 한글로 쓰인 간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반면 한국의 지하철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세트에서 촬영된 전투 장면 속 지하철은 누가 봐도 한국의 지하철이 아니다. 제작진이 좀 더 디테일하게 접근했으면 어떨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어벤져스2>에 등장하는 히어로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밀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 자체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그들의 이야기를 한 번씩 모두 건드리다 보니 영화의 집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어벤져스2>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철학을 보여주려 한다. 최악의 악당이라 불리는 울트론은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인간을 자신의 발밑에 두려 한다. 만화 속 영웅들은 인간적 고뇌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몸부림처럼 느껴지며 순수 오락 영화로서 <어벤져스> 시리즈를 즐겼던 대중에게는 다소 이질감을 줄 수 있다.
<어벤져스2>를 논하며 경제적 가치를 빼놓을 수 없다. 서울을 촬영지로 제공하며 도로 통제 등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했던 이유도 영화 개봉 후 한국과 서울을 세계인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란 핑크빛 전망 때문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어벤져스2> 국내 촬영 유치를 통해 약 876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 관측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셈법은 달랐다. 직접 효과 4000억 원을 비롯해 국가 브랜드 제고를 포함해 장기적으로 2조 원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 전망했다.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한국의 음식과 전통을 알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리한 계산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어벤져스2>는 기본적으로 할리우드 영화다. 액션 오락 영화인 <어벤져스2>를 보며 한국의 도시 풍경에 매료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한다는 전망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 영화를 국내에서 촬영하는 동안 버스 노선이 바뀌고, 도로와 공용 주차장 이용이 통제되는 등 시민의 불편이 컸다”며 “<어벤져스2>를 통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효과보다는 이런 과정이 국내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홍보해준 효과가 더 컸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수현은 최근 뉴스 채널 YTN에 출연해 “연기를 하면서는 실감하지 못했고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조스 웨던 감독이 나에게 ‘충분한 자격으로 여기 와 있다’고 격려해주셔서 생각보다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어벤져스2>는 ‘1000만 예약 영화’라 할 정도로 관심의 중심에 서 있다. 예매 관객만 100만 명에 육박할 정도였고, 개봉 첫 주말 대부분의 상영관은 <어벤져스2>로 도배됐다. 흥행 면에서는 분명 성공을 거뒀지만, 어느 때보다 한국 관객의 관심이 높았던 <어벤져스2>의 의미는 다시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