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안배 카드’ 만지작
후임 총리 인선에 있어 이완구 전 총리가 금품 수수 의혹으로 인해 낙마했다는 점에서 ‘도덕성’이 무엇보다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후임 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 논란으로 또 다시 낙마한다면 박 대통령으로선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박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 등 각종 국정개혁 과제 추진에 올인하고 있는 만큼 이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한 인선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도덕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 사례를 감안하면 도덕성이 충족되면서 개혁 과제를 밀어붙일 수 있는 인사가 적임자가 아니겠느냐”며 “문제는 그런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다 보니 박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로 꼽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때까진 총리 인선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내각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대행체제를 유지하고,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하면 곧바로 총리 후보자를 공개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민화합 차원에서 ‘호남 총리론’을 꺼내면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3일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광주 서구을 지원유세 과정에서 “이번 기회에 전라도 사람을 한 번 총리로 시켜주길 박 대통령에게 부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호남 총리론’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총리 인선 때마다 거론됐던 ‘단골 아이템’ 가운데 하나이긴 했지만, 현실화된 적은 없었다. 이로 인해 ‘호남 총리론’을 중심으로 ‘야권 총리론’으로까지 확장된 시나리오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호남 총리론’이든 ‘충청 총리론’이든 기본적으로 ‘출신 지역이나 친소관계 등을 따지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쓴다’는 박 대통령의 인사 원칙에 맞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현 정부 들어 특정 지역이나 학교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진출한 비율이 높았다는 지적 등을 감안할 때 일정 부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 주변에선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전북 임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전북 전주), 한덕수 전 무역협회장(전북 전주) 등 호남 출신 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도덕성과 참신성 있는 인물이 여의치 않다면 결국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박 대통령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인천)이나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산) 등 현 정부 고위직 중에 총리를 인선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박현경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