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홍준표 경남지사가 2011년 7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1억여 원을 사용했다고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축소 신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홍준표 지사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서 홍 지사는 2011년 7·4 전당대회에서 1억 1178만 원을 지출했다고 중앙선관위에 보고했다. 해당 보고서는 당시 보좌관이었던 나경범 씨가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자 홍준표 회계 책임자’ 자격으로 작성한 것이다. 나경범 씨는 성완종 전 회장 측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1억 원을 건네받은 인물로 지목돼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홍 지사는 후원회 기부금 1460만 원과 본인 자산 9718만 원 등 총 1억 1178만 원을 ‘수입’ 항목에 기록했고, 이 돈을 모두 사용했다고 보고했다. 사용처는 선거사무소 임대료, 현수막 제작, 문자서비스 발송, 투표 참관인 활동비 등이었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1억 원 뒤에 ‘0’이 하나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19대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여당 대표 선거에서 1억여 원만 사용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선관위에 신고한 것은 ‘뻥’이고 1억 원은 장난에 가깝다”면서 “1억 원은 캠프에서 먹는 밥과 디저트 값도 안 되는 액수”라고 밝혔다.
당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는 후보별로 수십억 원을 쓴다는 소문이 ‘정설’로 통했다. 특히 2011년 전당대회는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과거 5만 명이었던 선거인단이 20만 명으로 대폭 늘었기 때문에 선거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중앙당은 후보 기탁금을 기존 8000만원에서 1억 2000만 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홍 지사가 신고한 금액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서도 적은 편이다. 2위 유승민 후보는 1억 4999만 원, 3위 나경원 후보는 2억 6440만 원, 4위 원희룡 후보는 3억 1950만 원, 5위 남경필 후보는 2억 4721만 원을 사용했다고 중앙선관위에 신고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6일 중앙선관위를 압수수색하면서 당시 홍 지사의 당 대표 경선 관련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와 ‘국회의원 회계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경선 자금 관련 수사에 착수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