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기자.
김한길 의원이 이날 오후 올린 페이스북 글을 보면, ‘새로운 결단’이란 결국 문재인 대표의 자진 사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곧바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결단’이란 친노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볼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뜻한다”고 첨언했다.
김 의원의 페이스북 전문은 다음과 같다.
선거 참패 이후 우리당이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위기가 위기인 걸 모르는 것이 가장 심각한 위기입니다.
저는 요즈음 우리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고견도 듣고 있습니만, 여전히 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는 문재인 대표가 청해서 저녁을 같이했습니다.
저는 문 대표가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인 대안을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변하겠다」면서, 제게 「이러이러한 부분을 도와달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그런 말씀은 없이 그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지 의견을 구했을 뿐입니다.
저는 상황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호남이 거부하는 야권주자는 있어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고, 있다고 해도 승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씀했습니다.
문 대표는 더 시간을 끌지 말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오로지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볼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저는 이에 대한 문 대표의 결심이 서고, 그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면 그때 연락을 달라고 말씀하고 문 대표와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최고위원회 석상에서 소위 「공갈 발언」과 「봄날 노래」가 있었습니다. 주승용 최고가 문 대표에게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겠다면 최소한 패권정치 청산을 약속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일주일 넘게 응답을 기다리던 와중에 벌어진 색다른 응대였습니다. 공갈 발언에 대한 사과만 있으면 상황이 수습될 것처럼 말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일입니다.
문 대표가 선출직 지도부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지도부의 사퇴불가를 강조하는 건,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선거패배 후 사퇴했던 모든 지도부의 결단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선거참패 이후 사퇴만이 책임지는 모습은 아니겠지만,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선출직의 의무만 강조하는 건 보기에 참 민망한 일입니다.
저는 지금도 총선과 대선 승리의 길을 찾기 위해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길은 요 며칠 동안 점점 더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당의 많은 의원들과 당원들은 과연 이 지도부로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룰 수 있겠는지를 걱정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저는 아무리 어려워도 부단히,
총선과 대선 승리의 길을 찾기 위해 몸바쳐 애쓸 것입니다.
김임수 기자 im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