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사장이 속옷차림으로 20대 여직원에게 다리를 주무르라고 시키고 “더 위로, 다른 곳도 만져라”라고 요구해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파장이 일고 있다.
12일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사장 A 씨의 행위가 강제추행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사장 A 씨는 2013년 업체에 취직한 여직원 B 씨에게 “교육을 해주겠다”며 사무실로 불렀다.
사무실에 들어선 B 씨에게 사장은 손님이 올 수도 있으니 문을 잠그라고 한 뒤 더우니 반바지로 갈아입어도 되겠느냐고 묻고는 트렁크 팬티만 입은 채 앉았다.
얼마 뒤 A 씨는 “고스톱을 쳐서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자”며 B 씨를 자신의 옆에 앉게 했다.
내기에서 이긴 A 씨는 B 씨에게 “다리를 주무르라”고 시켰고, 종아리를 주물러 주자 오른쪽 다리를 B 씨의 허벅지 위에 올리고는 “더 위로, 다른 곳도 주물러라”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혐의(강제추행죄)로 A 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반성하는 기색이 부족하고, 피해자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판결은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다리를 B 씨의 허벅지에 올리고, 다른 곳도 만지라고 말한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면서도 강제추행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 298조에서 정한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다른 사람을 추행한 경우 처벌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폭행 또는 협박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직장 상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B 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 씨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A 씨가 다리를 B 씨의 허벅지에 얹은 것만으로는 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원의 판결에 일각에서는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강제추행의 범위를 너무 좁게 보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강연재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대변인은 “법원에서 강제추행은 물리적 강제성을 필수로 보고 있고 심리적 강제성을 잘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심리적 강제성도 물리적 강제성과 다를 바 없으므로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