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우선 ‘베스트셀러를 믿지 말라’는 징크스. 이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불새>, <깊은 슬픔>, <인샬라> 등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생겨난 징크스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징크스 대신 인터넷 소설의 성공신화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 비록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인터넷에서 기록적인 조회수를 올린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인터넷 소설은 흥행이 보장된다’는 흥행법칙이 만들어진 것. 이 외에도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실미도>가 천만 관객 신화를 이뤄냈고 만화와 연극을 원작으로 한 <두사부일체>, <살인의 추억> 등도 대박 신화에 동참했다.
‘판·검사가 등장하면 흥행에 실패한다’는 징크스도 있다. 이는 <박대박>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등의 영화들 때문. 최진실, 안성기, 문성근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출연한 기대작이었던 이들 영화들이 하나같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이 같은 징크스가 생겨났다. 그 이후에는 좀처럼 판·검사가 주인공인 영화는 제작되지 않고 있다. 다만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으로 실패했던 강우석 감독이 다시 한번 검사를 주인공으로한 <공공의 적2> 촬영에 돌입, 징크스 깨기에 나섰다.
‘영화 제목은 짝수로 지어라’는 징크스도 깨진 지 이미 오래. 서울 기준 1백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22편의 영화 가운데 제목이 홀수인 영화가 모두 13편으로 절반 이상이다. 오히려 짝수 제목의 영화가 흥행에서는 더욱 힘을 못 쓰는 시대가 왔다. 천만 관객 신화를 쓴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3자와 7자로 제목이 홀수인 영화들이다.
‘스릴러는 실패한다’거나 ‘상복 많은 감독은 흥행과 거리가 멀다’는 징크스는 여전히 유효하다. ‘스릴러’의 경우 흥행 불확실을 이유로 제작 자체도 이뤄지지 않을 정도인데 최근 개봉한 <썸> 역시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상복 많은 감독’ 중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 홍상수와 김기덕 감독 역시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 관객 1백18만 명을 기록한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정도가 이 징크스를 벗어나 있는데 작품 성향이 작품성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상복 많은 감독’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개봉 시기와 관련된 징크스도 존재한다. 각급 학교의 개학 시기인 3월은 대표적인 영화계 비수기인 관계로 이때에 개봉하는 영화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3월 징크스’가 대표적이다. 할리우드 영화들이 이 시기의 개봉을 꺼리면서 스크린쿼터 채우기에 급급한 극장측의 요구로 인해 매년 3월 극장가에는 한국 영화가 많이 개봉됐고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것은 다 옛날얘기. 영화 <친구>가 3월에 개봉해 전국 관객 8백만 신화를 세우면서 ‘3월 징크스’는 깨졌다.
다만 재미있는 징크스 하나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서양에서는 가장 불길한 날로 불리는 ‘13일의 금요일’에 개봉하는 영화는 하나같이 대박이 난다는 속설이 바로 그것. <가문의 영광>, <색즉시공> 등의 영화가 13일의 금요일에 개봉해 대박을 터뜨렸고 올해도 <시실리 2km>가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서울 관객 50만을 넘기며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종로 모 극장을 개봉관으로 잡으면 망한다’는 극장 괴담도 있었지만 이 역시 멀티플렉스 개념이 도입되면서 이제는 사라진 옛말이 되어버렸다.
징크스라기보다는 미신에 가까운 이야기들도 있다. ‘개봉일에 선글라스 쓴 관객이 많으면 흥행전선이 캄캄해진다’ ‘크랭크인 하는 날 눈이나 비가 오면 대박이 터진다’ ‘촬영 도중 귀신을 보면 대박이 난다’ 등이 대표적인데 별다른 검증 안 된 미신들이다. 다만 몇몇 영화사에서 이를 홍보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