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 ‘역 원조교제’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 얘기다. 20~30대 전문직 여성과 주부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원조교제를 할 때였다. 필자가 알고 있던 작가 한 명이 그 세태를 취재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 나갔다고 한다. 장소는 홍대 전철역 부근이었다.
몰래 카메라를 든 PD와 작가는 잠시 후 그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세련된 명품으로 치장한 여성 한두 명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서 있으면, 중·고등학교 남학생들이 곁으로 다가와 몇 마디 나눈 뒤 어디론가 사라졌던 것!
막 화려한 네온사인이 빛나는 유흥가로 사라지는 그들을 쫓아가려는 순간, 어떤 남학생들이 그 작가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고 한다. 그 작가를 원조교제에 나선 여자로 착각했던 것이다. 졸지에 ‘주인공’이 된 그 작가는 고작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남학생과 함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일단 그의 얘기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 잘할 수 있다.” 그의 입에선 놀랍게도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너무도 어이가 없어 “뭘 잘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잘 알지 않느냐”면서 자신은 아주 경험이 많다며 자리를 빨리 옮기자고 하더란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그 작가, 취재고 뭐고 프로그램을 떠나서 “네가 이러면 되겠냐”고 일장 훈계를 했단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담당한 어느 젊은 여성작가의 경험담이다. 그녀는 마약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담당 형사가 능글맞게 미소를 지으며 “중독되지 않게 해줄 테니까, 마약 한번 맞아보겠느냐?”고 넌지시 운을 띄우더라고. 당황한 작가가 “지금 이 말 녹음되고 있다”고 했더니, 정색을 하고 “그냥 농담 삼아 해본 말인데, 왜 그러시느냐”고 금세 꼬리를 내렸다는 것. 그러면서 말 실수에 대한 대가로 마약을 복용해서 그 폐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조폭 두목을 소개해 주겠다며 일어서더라고.
말로만 듣던 조폭 두목을 직접 만나게 된 작가,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약속장소로 이동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정말로 영화에서 보던 장면을 직접 목격하게 된 것이다. 일명 ‘깍두기’처럼 머리를 깎은 조폭들이 약속장소에 일렬로 정렬해 선 채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 모습이 너무나 웃겨 웃음을 참을 수 없었지만, 감히 그들 앞에선 미소조차 머금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들의 눈빛이 너무나 살벌했기 때문이다.
취재를 하다 보면 별별 일을 다 겪게 되는데, 필자가 취재를 하면서 인생은 참 오묘하다는 것을 느낀 것은 어느 경찰서에서 간통으로 들어온 두 남녀의 행태를 보면서다. 너무도 애틋하게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어서 도대체 무슨 일인가 물어봤더니, 간통으로 고소를 당해 끌려와 있는데 저쪽에 본부인이 있다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런데 부인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어떻게 저렇게 어여쁜 아내를 두고 바람을 필 수 있을까 싶어 도통 그들의 사연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자 담당 경찰 왈 “그래서 남녀 간의 일은 모르는 것”이라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사 알고 살게 되면, 그나마 덜 속고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건 사기도박판 사건을 취재하면서다. 경찰을 통해 일명 ‘타짜’ 기술자를 만나게 됐는데, 그들은 자기같이 고급 기술자들은 카드를 바꿔치기하거나 몰래 카메라로 상대방 패를 알아내는 수법 같은 것은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짜 고급 기술자들은 각자에게 어떻게 패가 돌아갈지를 결정하고 본인이 이길 수 있게끔 패를 섞는다는 얘기였다.
얼른 이해가 안됐는데, 그가 노련하게 패를 섞고 돌리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이해가 갔다. 사기 도박판에는 절대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백전백패!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현장 취재를 통해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