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방송작가들은 요즘처럼 연예인 섭외가 힘든 적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때는 방송에서 ‘불러주면’ 큰 영광으로 알았지만, 최근 연예계 현실은 어디에서나 연예인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이 같은 고충은 방송작가들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는 아니다.
연예인들을 둘러싼 방송사간의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특히 프로그램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MC 섭외 경쟁은 ‘전쟁’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 정도다. 한 방송작가는 “개편에 맞춰 새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MC 섭외다. 다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MC 섭외가 안 돼 ‘나가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현재 신동엽 김용만과 같은 ‘톱스타급’은 회당 7백만~8백만원 정도의 개런티를 받고 있다. 그러나 높은 개런티로 MC를 끌어들이는 것도 방송국 사정에 따른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한 방송작가는 “내가 일하던 방송국은 타 방송국에 비해 2백만~3백만원 정도 낮은 개런티를 주고 있다. 경쟁사에 맞춰 돈을 지급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털어놓았다.
MC계에서 ‘톱’ 대우를 받고 있는 인물은 고작해야 5~6명 정도. 신동엽 김용만 외에 유재석 강호동 김제동 박수홍 등과 여자 MC로는 김원희 정도만이 이름값을 하는 정도다. 메인MC를 맡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이들이 몇 명 되지 않다보니 방송국 간, 프로그램 간 섭외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 오락프로그램 섭외담당자는 “우리 프로그램의 경우 회당 제작비가 2천5백만원인데 그 중 MC 개런티가 무려 2천만원이다. 두 명의 MC가 각각 1천만원씩 가져가고 나머지 5백만원으로 출연자 섭외 및 프로그램 제작을 해결해야 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한 방송국에서는 개런티를 맞춰줄 수 없자 연예인에게 연말 시상식 때 큰상을 주기로 사전 약속을 한다는 ‘그럴듯한’ 소문도 나돌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돈’에 따라 움직이는 연예인들도 생겨난다. 한 토크프로그램의 경우 탤런트로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 부부 커플을 출연시키기 위해 ‘2천만원’의 거금을 들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느 방송국 관계자는 “한 시간 나가서 얘기하고 2천만원 받는 방송에 나가지, 누가 50만원 받고 우리 프로그램에 나오려 하겠느냐”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특히 오락프로그램의 경우 연예인들의 섭외가 가장 큰 관건. 매주 보통 4~5명 이상씩 출연자들을 섭외해야 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대개 2~3주 전부터 섭외에 들어가지만 ‘펑크’를 내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고. 특히 소속사의 ‘입김’이 거센 연예인들의 경우 펑크를 내고도 오히려 당당하기까지하다. 다음은 한 방송작가의 하소연.
“지난주에 가수 Y가 출연하기로 했는데 녹화 이틀을 앞두고 갑자기 취소 통보를 전해 왔다. 결국 출연자들 섭외가 쉬운 다른 아이템으로 급히 대치를 했는데, 그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띵할 정도다.”
그런가 하면, 녹화를 하고도 타 방송사에서 먼저 같은 출연진들을 내보내는 바람에 김이 새는 일도 허다하다. 때문에 작가들에겐 경쟁사 프로그램의 이번 주 출연자가 누구인지 미리 알아내는 정보력도 필요하다고. 얼마 전엔 SBS에서 예정된 방영분을 미루고, 타 방송사와 출연자가 같은 방송을 다시 녹화해 내보내는 바람에 팬들로부터 빈축을 산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SBS 스스로 ‘공격적인 편성’이었다고 자성의 발표를 하기도 했다.
요즘은 드라마뿐 아니라 주부대상 아침 프로그램들도 대부분 외주로 제작되는 일들이 많다. 이럴 경우 ‘협찬사’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요즘 연예계의 재미있는 일 중 하나는 그들이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이 모두 한 종류라는 것. 한 대기업에서 출시되고 있는 일명 ‘가로 본능’ 휴대폰이다. 이 회사에서 협찬 프로그램 및 연예인에게 무료로 휴대폰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연예인들 중 상당수가 이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다. 얼마 전 시작된 드라마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도 이 휴대폰은 주인공 임수정의 손에 들려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클로즈업 화면을 타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특히 영상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이 화면은 마치 광고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