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업소 대부분 최저 시급도 안준다”
육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워홀러를 보도한 호주방송 유튜브 화면 캡처.
“우리는 한국인 매니저를 ‘돼지’라고 불렀다.”
호주 시드니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돌아온 유 아무개 씨(여·28)는 초밥가게에서 일했던 상황을 한마디로 설명했다. 그만큼 한국인 점주와 매니저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작은 매장에서도 점주의 ‘제왕적’ 경영이 이뤄졌다. 유 씨는 “당시 9호주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9160원) 정도를 시급으로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최저임금 15달러(1만 5270원)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었지만 일자리가 없어 아무 말도 못하고 일해야 했다. 4개월 일해도 35센트(360원) 올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9달러면 최저임금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당시 한국 최저임금 4110원의 두 배였기에 대부분의 한국 워홀러는 군말 없이 일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재 호주 최저임금은 시간당 16.87달러(1만 4860원). 1주일 38시간 미만 근로 시 21.08달러(1만 8560원)다. 워홀러 대부분이 후자에 해당하지만 한인 업소의 시급은 크게 밑돌았다.
멜버른에서 생활하는 김 아무개 씨(30)는 “한인 잡(job·일자리) 시급이 많이 주면 15달러(1만 3210원), 적게 주는 곳은 9달러(7930원)다. 해가 바뀌어도 크게 오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인들이 많이 있는 브리즈번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선브리즈번’에 올라오는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 시급은 평균 15달러다. 이마저도 ‘영어능통’, ‘경험 있는 분’ 등의 갖가지 단서조항을 달았다. 시급을 적시하지 않고 면접 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겠다는 글도 많았다.
한국인 점주에게 당하는 감정 노동도 만만치 않다. 앞서의 유 씨는 “매니저 식사는 여종업원들이 챙겨줘야 했다. 앉아있는 자리에 가서 차려주고 젓가락까지 올려놓는 게 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브리즈번에서 지내는 노 아무개 씨(27)는 “수련 기간에 10달러(8810원)를 주는 한인 식당에 갔었다. 같이 일하는 분이 사장이 ‘니가 한 게 뭐 있냐’며 시급을 마음대로 깎기도 한다고 귀띔해줘 바로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았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대학생 워홀러들을 착취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워홀러가 급작스럽게 그만둘 것에 대비해 첫 주급에서 예치금(디포짓)을 걸어놓는 업주도 많다. 실제로 한인 커뮤니티의 구인란에는 ‘300달러(26만 4200원) 디포짓, 2주 노티스’라고 적어둔 내용을 다수 볼 수 있다. 약속한 기간보다 적게 일하거나, 그만두기 2주 전에 알리지 않았을 때는 예치금 300달러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한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주면서도 3개월여의 수련 기간을 둬 더 적은 시급을 주기도 한다.
적은 시급을 주는데도 학생들이 한인 업주를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속칭 ‘오지잡(Ausie job·호주인 영업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한인 업주 직장에서는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수개월이 지나도록 일을 구하기 힘들어 결국 한인 잡을 잡는다. 또한 오지잡을 구하려면 능통한 영어는 기본이다.
시드니에서 워홀을 했다는 함 아무개 씨(32)는 “작은 가게에서 경험을 쌓아 대형마트에 지원서를 냈다. 40분간 면접을 했지만 현지인 수준의 영어를 원해 결국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적은 시급을 받으며 일하기는 싫고, 영어 실력은 부족한 워홀러들이 노래방도우미, 바(bar) 같은 직업으로 빠지기도 한다. 실제로 ‘선브리즈번’에는 “팁 많이 받는 법, 화장하는 법 가르쳐준다. 술 마시고 분위기 맞춰 줄 여성 구한다”는 내용의 구인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최근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한국인 업주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브리즈번에서 일하는 한 사업가는 “워홀러에 대한 인종차별, 범죄, 노동착취 등에 관한 내용이 많이 보도되면서 여기 한인 사장들도 불만이 많다. 막상 와보면 좋은 한인 사장도 많고, 위험하지도 않다. 과장되게 알려진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부부 동반 워홀 는다 님과 함께 훌쩍…영어 안되면 낭패 부부 동반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영어 실력을 갖추지 않고 무턱대고 돈을 벌기 위해 떠나는 20대 초반의 워홀러와 달리,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며 부부가 함께 워홀을 한다. 워홀 비자로 호주를 찾는 부부의 목적은 다양하다. 외국생활에 대한 동경을 이뤄보려는 커플도 있고, 이민 준비를 목적으로 시험 삼아 생활해보거나, 동반 어학연수를 생각하며 자리를 잡기도 한다.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의 한 장면. 20대 후반의 나이이기에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떠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때문에 경제적 불안 때문에 질 낮은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 워홀 비자로 입국했다가 시드니에서 자리를 잡은 이소연 씨(여·가명) 부부는 결혼 1년 반 만에 한국을 떠났다. 이 씨는 “둘 모두 해외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5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으로 떠나 왔기에 생활 전반의 여유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부 워홀러인 남 아무개 씨는 장기적으로 이민을 바라보며 호주에 정착했다. 남 씨는 “워홀 기간이 끝나면 영주권을 따기 위해 유학 생활을 할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영어 공부가 쉽지 않아 미리 외국 생활에 적응해볼 겸 남편과 떠났다”고 말했다. 대학생 워홀러와의 차이점은 호주 생활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다. 의지할 사람이 항상 옆에 있고, 금전적으로도 걱정이 덜하다. 이 씨는 “항상 바쁘게 살다가 호주에 오니 모든 게 느리고 답답했다. 하지만 이젠 ‘슬로 라이프’를 즐길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 생활의 ‘로망’만 갖고 무작정 떠난다면 고생할 수 있다고 부부 워홀러들은 조언했다. 남 씨는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면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다.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게 대부분이다. 아무리 각오를 다지고 와도 ‘한국에선 나도 고급인력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에 빠질 수 있다”며 영어실력을 어느 정도 키우고 올 것을 당부했다. [서] |
워킹홀리데이란?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워홀)란 만 30세 미만의 청년이 워킹홀리데이 협약 체결 국가에서 최장 1년 동안 체류하며 일과 여가를 병행할 수 있는 비자를 말한다. 우리나라와 워홀 협정을 맺은 국가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등 20개 국가다. 이 중 호주는 가장 많은 인원인 한 해 3만여 명이 워홀 비자를 받는다. 특히 호주의 경우 워홀 비자 인원 제한이 없고, 특정 지역에서 88일 동안 일을 하면 비자를 1년 연장할 수 있는 ‘세컨 비자(Second Visa)’제도가 마련돼 있어 인기가 높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