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적 경험 시민 74.8%...‘5월이 되면 5·18 떠오른다’ 응답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지난 17일과 18일 옛 도청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80년 5월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광주시민 158명을 대상으로 심리상태에 대한 개인상담과 간이검사 실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며 “오월증후군에 대한 치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리치유이동센터 조사결과, ▲ 응답자의 74.8%가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5월이 되면 5·18에 대한 생각이나 그림이 떠오른다’고 답변했고, ▲ 50.6%가 ‘5월이 되면 불안하고 우울하다’, ▲ 55.6%가 ‘5·18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든다’고 응답해 많은 시민들이 ‘오월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월증후군’은 1990년 당시 전남대 심리학과 오수성 교수가 만든 신조어로 1980년 5월을 경험한 광주시민,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와 가족 등이 5월만 되면 불안하고 답답하며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증상을 말한다.
이 같은 결과는 5‧18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심리적 후유증이 당시 가족을 잃거나 고문을 당한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들 뿐 아니라 그날의 참상을 목격하고 경험한 시민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 참여자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자꾸 당시 목격했던 장면들이 떠오른다”며 “어떤 대학생이 군인에게 맞는 것을 봤는데, 아는 사람도 아니고 내가 다친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 죄책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또 ▲응답자의 87.4%가 ‘5·18민주화운동을 생각하면 분노를 느낀다’▲‘5·18과 관련해 광주만 고립되어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71.9%가 그렇다 이상으로 답변, 매우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비하, 정부의 무관심은 아직까지 아물지 않은 상처에 계속 생채기를 내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5‧18민주화운동을 제대로 알고 바로 평가하는 것이 치유의 첫 걸음이다”고 강조했다.
이 결과는 17~18일 심리치유이동센터에서 실시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집계한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연령대는 70대가 45.9%(62명)로 가장 많았으며, 60대 28.1%(38명), 50대 14.8%(20명) 등의 순이었다.
조사 참여자의 5월 경험은, 목격 43%, 시위 참여 28.1%, 부상 7.4%, 연행·구금 3.7%, 기타 11.1% 등이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