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고 학생들이 경판을 머리에 이고 이운 행렬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 강화고
[일요신문]인천 강화고등학교(교장 이기성)는 192명의 학생들이 지난 23일 고려시대 팔만대장경 조판이 이루어진 선원사에서 `대장경 이운(移運)행렬`재현 행사를 실시했다고 27일 밝혔다.
‘대장경’은 경․율․논을 말하며 불교 경전을 종합적으로 모은 것으로 거란, 여진, 일본의 불교 경전까지 두루 모아 정리해 현재는 없어진 중국이나 거란의 대장경 내용까지 담겨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장경판이다.
대장경 이운(불화나 불구 등을 다른 장소로 옳길 때 하는 의식)은 고려 때 제작돼 선원사에서 보관해 오던 대장경판을 조선 태조 7년(1398년) 전란을 피해 합천 해인사로 옮기는 의식을 말한다.
학생들은 이날 흰 장갑을 끼고 삼배한 후 경건한 마음으로 경판을 한 장 씩 받아 머리에 이고 선원사 주지승의 염불 소리를 선두 삼아 경내를 한 바퀴 돌아 나오는 이운 행렬을 재현했다.
`세계 책의 수도`로 세계에서 15번 째, 아시아에서 세 번 째로 선정된 인천시는 팔만대장경이 제작된 인천 강화가 ’기록문화의 본산‘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는 11월 송도 켄벤시아와 인천시립박물관에서 팔만대장경 이운 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인천시에서 개최하는 이운 행사 이전에 강화고에서 이운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해 학생들로 하여금 기록 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선조들의 지혜와 기록 문화의 중요성을 체험하게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외적 침입 시 칼을 들지 않고 불경을 간행한 고려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선조들의 노력을 체험함으로써 자신의 삶의 터전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