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관련 참고 사진.
[일요신문] ‘두 개의 심장을 지닌 사나이’. 영국의 언론들이 유럽무대에 진출했던 박지성 선수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대해 놀라워하며 썼던 표현이다.
운동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일수록 심장의 능력이 탁월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경마경기에서 선수역할로 볼 수 있는 경주마들도 마찬가지다.
말의 심장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맹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달아나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말의 심장의 크기는 보통 어느 동물보다도 커서 장거리를 잘 달리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보통 사람의 심장의 17배 크기다. 산소의 운반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심장의 능력이다. 경주마 심장의 크기는 중학생의 머리 크기만 하고 중량은 자기 체중의 0.9~1% 정도인 4.5㎏ 내외인데, 비슷한 체중의 말이라도 심장이 큰 말이 있는가 하면 작은 말도 있다.
운동량에 따라 경주마의 심장크기와 강도는 증가되는 데 성장기부터 꾸준한 운동을 통한다면 약 20% 이상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심장의 무게가 4.5㎏ 정도였던 말이 훈련에 적응하면 5kg부터 많게는 6.5㎏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때 심장이 한번 박동할 때 뿜어내는 혈액의 양 역시 함께 증가해 더욱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훈련을 지속하지 않거나 장기적인 휴양을 거친다면 심장의 크기가 다시 줄어들어 혈액의 박출량도 따라서 줄어든다.
흔히 경주마의 심장을 자동차 엔진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형자동차의 엔진과 비슷한 심장크기를 지닌 경주마가 훈련을 통해 중형자동차 엔진 정도의 성능을 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동차와는 달리 한동안 운행(?)을 하지 않는다면 중형자동차의 엔진이 다시 소형자동차 엔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참고로 역사상 가장 큰 심장을 지녔던 말은 미국의 전설적인 명마 시크릿테리엇(Secretariat)으로, 심장의 무게가 무려 22파운드(약 10kg)로 확인됐다. 이는 평범한 경주마의 두 배정도에 달하는 엄청난 무게다.
경주마의 경우 안정 상태에서 1분간 심장박동 수는 약 30~40회 정도이며, 심장이 한번 박동할 때마다 약 1리터 정도의 혈액을 박출해낸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분당 심박동수가 약 100회 정도이고, 회당 박출량은 60~70㎖ 정도이니 인간보다 적은 박동 수로도 15배정도나 많은 혈액을 뿜어낼 수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경주마가 전력을 다해 달릴 때는 분당 심박 수가 약 240회 정도로 증가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안정상태일 때보다 8배나 늘어나는 수치인데, 사람의 경우 보통은 3배정도다.
경주마가 분당 심박 수를 240회로 늘렸을 경우 1분 동안 혈액을 온 몸으로 옮기게 되는 양이 약 240리터 정도로 급격히 늘어나 빠르게 달리더라도 온 몸 구석구석 산소가 부족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주마, 정확히 말해 ‘더러브렛(Thoroughbred)’종 마필들은 순간적인 스피드를 내는데 주효하도록 개량된 까닭에 오래 달리는 능력은 떨어진다.
산소공급이 필수적이고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적색근이 매우 잘 발달한 반면, 산소의 공급 없이도 스스로 에너지원이 되는 ‘백색근’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백색근은 우리나라 토종마필인 ‘조랑말’에 많다. 이는 ‘승마지구력경기’에서 더러브렛을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