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7일 강원도 삼척에서 진행된 영화 <외출> 촬영현장 공개 및 기자간담회는 대한민국 언론사를 다시 썼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이날 몰려든 취재진은 어림잡아 4백여 명. 지금까지 가장 많은 취재진이 몰려든 것으로 알려진 전직대통령 대검찰청 소환 당시를 넘어서는 수치라고 합니다.
톱스타의 달라진 위상과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해 연예부 기자들은 이런 예를 들곤 합니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유명 정치인이 광화문 네거리를 걸어가면 몰려드는 인파로 조금 불편하겠지만 톱스타의 경우 인파로 인해 아예 걷지를 못할 것이라고. 톱스타의 영향력이 이제 정치인의 그것을 넘어섰음을 뜻하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규모만 커졌을 뿐, 연예계의 현실은 영세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시작됐습니다. “배우들의 준비가 늦어져 조금 지연되고 있습니다”는 안내 방송만 반복되더니 ‘조금’이 한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기자간담회의 진행은 더욱 문제였습니다. 원활한 진행을 이유로 주최측은 사전에 돌린 질문지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은 하나같이 영화 홍보를 위한 원론적인 내용으로 질문자가 누군지 역시 밝히지 않았습니다. 정치권 기자회견에서도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전에 질문지를 받곤 하지만 각각의 질문마다 질문자의 이름과 소속사를 밝히는 게 원칙입니다.
때문에 질문지를 돌린 것은 요식행위일 뿐 기자간담회를 위한 대본(질문과 답변)이 사전에 준비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취재 현장에 기자들이 많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관심이 크다는 뜻입니다.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진 만큼 보여주는 입장에선 연예인이나 주최측 역시 더욱 철저하고 투명한 준비를 갖춰야하지 않을까요.
온라인 기사 ( 2024.12.13 1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