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은 ‘아웃’ 모두가 아쉽다
▲ KBS <부모님전상서> 출연진 중 창수(허준호씨). | ||
아까운 배역을 개런티 때문에 놓친 경우가 있었다. 2004년에 방송됐던 KBS 일요 청춘드라마 <알게 될 거야>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던 신인 연기자 이수경이 바로 그 예이다. 주로 아시아나항공, 생리대 등 CF만 찍던 이수경이 갑자기 <알게 될 거야>에서 주인공을 맡아서 화제가 됐는데, 극중에서는 갑자기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는 것으로 처리됐었다.
이유는 KBS가 이수경측에 대해 제시한 50회 전속계약이 문제였다. KBS측에선 이수경이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50회를 전속계약하자고 제의했던 것인데, 이수경측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현했던 것.
“신인 연기자가 한 방송사에 50회나 묶이는 건 좋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알게 될 거야>가 1년 예정인 데다가 추가 50회 전속이면 2년 동안 KBS 드라마 외엔 방송 출연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쉽게 응할 수 없는 제의였다”는 것이 이수경 소속사측의 얘기였다.
그런데 곧바로 도중하차하게 되자, 이수경측에선 무척 당황스럽고 황당했다고 한다.
성장가능성이 있는 신인연기자를 놓고 방송사와 소속사측의 이런 줄다리는 비일비재한데, 아직까진 신인연기자측이 불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정론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인이 벌써부터 방송사와 줄다리기를 하면, 다른 방송사에서도 언제 그런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그 연기자를 쓰지 않으려는 추세가 아직까진 강하다는 것이다.
▲ 이수경 | ||
그런가 하면, 얼마 전 허준호가 50회 이후로 <부모님 전상서>에서 빠지게 된 것을 두고 제작진과 개런티 협상에서 잡음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당시 허준호는 드라마에서 도중하차하게 된 이유에 대해 홍콩 영화 <드래곤 스쿼드(Dragon Squad)>에 홍금보와 투톱으로 캐스팅돼 곧 영화 촬영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부모님 전상서>의 인기가 급상승 중이라 애초에 예정됐던 기간 보다 20회를 더 연장 방송하기로 결정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한다.
제작 관계자에게 정황을 들어보니, 드라마가 연장되면서 허준호와 제작진 간에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자 허준호가 약속된 50회까지만 출연하고 그 이후에는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허준호는 제작진에게 “영화사를 새로 차리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를 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실랑이의 실체가 바로 ‘개런티’ 문제였다는 것.
이에 대해 <부모님 전상서>를 제작하고 있는 ‘삼화프로덕션’의 허동우 본부장은 “개런티로 실랑이를 벌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허 본부장은 “어쩔 수 없는 영화 스케줄로 드라마에서 빠지게 된 것 뿐이며, 이에 대해 본인 또한 매우 속상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변에선 허준호가 빠지게 된 부분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이번처럼 드라마를 통해 확실히 자기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김수현 작가가 <부모님 전상서>를 기획한 후 김희애와 허준호를 캐스팅했을 당시, “시청률은 잊어라. 대신 이 작품에 출연하는 게 창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