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토토 실체 드러나” vs “지인이 내 이름 팔아”
그런데 한 술 더 떠 전창진 감독은 자신이 맡고 있던 팀의 경기 승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에 3억 원을 베팅해 고수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전토토’라는 자신의 별명에 강력한 불만을 토로하던 전 감독이었기에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 서울중부경찰서는 전 감독이 지난 2~3월 스포츠 경기 결과를 맞히는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를 통해 자신이 맡고 있던 KT 경기에 3억 원을 건 뒤 경기 후반부인 3~4쿼터에 후보 선수들을 넣는 방법으로 10점 차이 이상으로 패배했고 그 대가로 2배 가까운 고배당을 챙긴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도박 등)로 수사에 돌입했다. 전 감독이 베팅과 승부조작 전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경찰은 전 감독의 지시를 받고 지인들에게 수익금 배분을 약속한 뒤 자금을 마련한 혐의로 일당 4명 중 2명을 이미 구속했다.
경찰은 또 전 감독 등에게 도박 자금 3억 원을 빌려줬다는 사채업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전 감독이 베팅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갔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당시 거래 내용을 담은 차용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경찰은 다른 불법 스포츠토토 업자들과 돈거래가 있었던 정황과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경찰서는 전 감독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6월 초께 전 감독을 소환 조사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일단 전 감독이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서 불법 스포츠토토에 3억 원을 베팅했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다. 차명계좌도 확인했다. 전 감독 소환은 자료를 좀 더 모은 후에 확실해지면 할 것이다”고 밝혔다.
자신의 승부조작과 관련한 보도가 처음으로 나간 지난 5월 25일 이후 두문불출하던 전 감독은 하루 뒤인 지난 5월 26일 오후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결백을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3억 원은 전 감독의 지인들이 전 감독 이름을 팔았을 뿐이며 ‘차명 계좌도 없다’라는 것이 전 감독 측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전 감독은 현 소속팀인 KGC 인삼공사에도 연락을 취해 “나는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다. 적극 해명하겠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감독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강남의 이정원 변호사도 지난 5월 27일 서울 중부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미리 언론에 흘려 전 감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 감독 측은 ‘보도로 인해 심적·물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고 구단에도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혐의 내용을 해명하고 결백을 밝히고 싶다’는 것이다. 여기에 외국인 선발을 위해 6월 출국해야 한다는 사정도 덧붙였다. 경찰이 현 상황에서 혐의를 입증할 수 없어 다른 증거를 찾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게 전 감독 측 입장이다.
2013년 10월 KT 감독 시절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KT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 전 감독은 불법 스포츠 도박에 3억 원을 베팅해 고수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하지만 경찰은 오히려 느긋한 분위기다. 이 변호사의 항의성 방문을 받았지만 계획대로 수사를 진행시킨다는 방침이다. 수사 대상자가 오히려 수사를 빨리 진행시켜 달라고 하고 수사 주체인 경찰은 오히려 시간을 끄는 기묘한 상황이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혐의 입증을 위한 자료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 KBL은 28일 전 감독의 승부조작 경기로 지목된 5경기의 분석 기록지를 경찰에 제출했다. 기록지는 경기 스코어, 선수 입장 및 퇴장, 득점 등 경기 전반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KBL의 의견은 담겨 있지 않았다.
승부조작 의심을 사고 있는 경기는 2월 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 전 등이다. 앞서 2년 전 강동희 전 감독이 승부 조작 의혹을 받았던 경기는 2011년 2월말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총 네 경기였다. 두 경우 모두 승부조작이 2~3월에 집중된 셈이다.
이와 관련, 농구계 관계자는 “보통 2월 말에서 3월 초면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팀들이 사실상 정해지기 때문에 평상시와 다른 스타일의 경기 운영을 해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 전 감독도 재판에서 “당시 동부는 4위를 확정한 상태여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후보 선수들을 주로 내보내겠다고 이미 언론에 공표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전 감독 측도 “6강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돼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농구계 일각에서는 전 감독이 평소 어려운 지인들에게 돈을 자주 빌려주다 탈이 난 것으로 보는 동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농구계 관계자는 “전 감독은 자신도 여유로운 형편이 아니지만 주변의 형편이 더 어려운 지인들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선뜻 빌려주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빌려준 돈의 액수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리가 있는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전 감독의 현재 상황과 입장을 추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그의 변호인인 이정원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하고 용건을 문자메시지로 남겼으나 답은 없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