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 출마 등 정치활동 이어가며 축구계 혁신 촉구…“고려대 OB모임 발 끊어, 혁신위 출범 넘어 내부 자정 노력 필요”

임민혁 씨는 박지성 위원장이 참여한 혁신위가 결성되기 전부터 '혁신안'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다만 그가 구상한 혁신기구의 형태는 현재 출범한 혁신위와 달랐다. 축구협회 내부의 혁신 조직을 만들기를 바랐다.
"내가 불만인 부분은 축구인들이 스스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변화에 도움이 될 만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적었다. 정말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지만 유튜브 등 방송에서 대표팀, 협회장을 향한 '호통'만 쳤다. 스스로 자정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했다. 한 선배가 스스로를 향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봤는데 정말 뼈아픈 농담이라 생각한다."
임민혁 씨는 현 혁신위를 향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혁신조직이 축구협회 내부에 구성됐어야 좋은 안이 나와도 확실하게 실행될 수 있지 않나. 현재 혁신위는 좋은 방안을 내놔도 권고사항으로 그칠 수 있다"면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외부에서 지원 사격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1회 회의를 예고한 박지성 위원장의 혁신위는 지난 13일 열린 두 번째 회의 이후 축구협회장 선거 방식을 거론했다. 현재 100~300명인 협회장 선거인단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회장 사퇴 이후 60일 이내의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현행 규정상 선거제도를 개편할 시간이 부족하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한 변화도 예고했다.
이와 관련, 임민혁 씨는 단순 선거인단 확대를 넘어 '직선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지성 위원장이 제안한 방향도 맞긴 한데 저는 어찌 됐든 직선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자투표 등 방법도 있다. 이전까지 투표 방식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했다. 소수 인원이 사실상 ‘짬짜미’해서 하나의 권력을 만들어 지금까지 회장을 뽑아왔다. 그런 것들이 결국 이번 월드컵 사태 같은 일까지 초래한 것이다."
임 씨는 또 "그밖에 산적한 문제는 많다"면서 일선 지도자 처우 등을 이야기했다. 그는 현재 대학 축구팀에서 골키퍼 코치로 활동 중이다.

임민혁 씨는 축구계 일각에서 제기된 '고려대 카르텔'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임 씨 역시 고려대 축구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그는 "홍명보 감독이 고려대 출신이라서 국가대표 감독이 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도 "다만 현재 자리에 오기까지 수십 년간 그 경력이 도움이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3년이 고려대 축구부 창단 100주년이었고 나도 행사에 참석했다"며 "'과거의 끈끈한 의리, 이런 것들을 살려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축구계 유명 인사들이 많았는데 과거의 잘못된 인맥문화를 되풀이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정도로 정리했어야 했다고 본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이제 고려대 OB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는 22일 열릴 예정인 축구협회 관련 국회 청문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회는 없지만 만약 그 자리에 간다면 홍명보 감독 등에게 '무엇이 그렇게 떳떳한가'라고 묻고 싶다. 남들이 받지 못하는 기회를 받았다.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된다고 본다.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그런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계 혁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임 씨지만 최근 색다른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6·3 지방선거 경북도의원(경북 영덕군 선거구)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결과는 22.72%의 득표율로 낙선이었다. 그는 선거에 도전한 계기 역시 축구였다고 말한다.
"은퇴 이전부터 축구를 위해 일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분야는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치 쪽으로도 문을 열어놔야겠다는 마음이었다. 현실 정치를 하려면 당이 있어야 하니 입당을 했는데 고향 지역(경북 영덕)에 후보가 없다고 하더라. 축구에 대해서 말하고 제도를 바꾸려면 어찌 됐든 제도권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길을 가든 나의 첫 번째는 항상 축구다."
임민혁 씨는 선거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사람과 관계를 꼽았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험한 말 듣고 명함 찢기고 하는 것은 괜찮았다. 민주당이 환영받지 못하는 곳에서 나왔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 원래 친하던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죄인마냥 피해 다니기도 했다. 선거 기간 동안 외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축구하는 게 쉽더라"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장 축구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혁신위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외부에서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전국 각 지역의 지도자, 선수 등이 힘을 모아줘야 한다. 우리 축구의 문제를 스스로 고쳐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