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의 반란’은 국진이 아저씨 덕?
▲ 박경림(왼쪽), 김국진 | ||
갖가지 욕망과 사연이 녹아있는 분장실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살짝 엿보기로 한다.
지금은 활동을 접었지만, 뛰어난 미모와 탁월한 연기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A양의 경우 연예계 친구가 별로 없는 편이다. 그녀가 드라마 촬영을 위해 분장실에 있을 때의 일이다. 분장실 TV에 당시 CF계에서 최고의 주가를 높이던 B양이 나오고 있었다. 이를 본 A양이 “내가 너를 누르마”라고 나직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동료 여자 연예인들이 본 것이다. 가뜩이나 내성적인 성격이라 다른 사람들 눈엔 거만하게 비쳤던 A양의 이 말은 곧바로 B양의 귀에 들어갔다.
당연히 둘 사이엔 묘한 냉전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고, 몇 년간 라이벌 관계로 지냈는데 A양이 B양과 사귀던 재벌가의 C씨와 만나면서 완벽한 적대관계가 형성됐다. 그러다 결국 A양이 C씨와 헤어지면서 B양의 판정승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항간에선 A양이 일부러 B양에 대한 경쟁심 때문에 C씨를 만났다는 루머도 나돌았다.
자존심의 한판 대결장이 되기도 하는 분장실은 난투극의 빌미를 제공하는 불씨가 되기도 한다. 사건은 2003년 KBS 별관 편집실에서 발생했다. 원인은 KBS 대하사극 의 외주제작사인 E스타즈 관계자 김아무개씨가 이 드라마의 공동 연출자인 아무개 PD에게 여자배우의 개인 분장실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한 PD의 증언에 따르면 “소속사에서는 그 여배우와 계약 당시 제작진과 상의 없이 개인 분장실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던 모양이다. 이 요구에 PD는 그럴 공간도 없고, 전례도 없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계속 개인 분장실을 요구했고 결국 실랑이가 벌어져 서로 멱살잡이까지 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싸움으로 PD는 머리를 다섯 바늘이나 꿰맸고, 소속사 관계자 김씨는 방송국으로부터 ‘방송국 출입정지’라는 처분을 받게 됐다.
분장실이 이렇게 불미스런 장소만 되는 건 아니다. 따뜻한 사랑이 오가고 스타를 키워내는 산실이 되기도 하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박경림과 김국진이다. 방송 활동 초기만 해도 허스키한 목소리와 개성 있는 용모 때문에 애를 먹었던 박경림은, 매주 한 차례씩 MBC 1층 분장실에서 김국진에게 코미디 연기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중학교 1학년 때 팬과 스타로 만난 박경림과 김국진은, 사제 사이나 다름없다.
“제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대사를 제대로 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거든요. 아저씨가 저에게 억지로 예쁘게 말하려 하지 말고 내지르듯이 말하라고 가르쳐 주셨어요 국진이 아저씨는 저에게 스승님이나 다름없어요.”
박경림은 김국진을 늘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선후배 사이가 엄격한 코미디계에서 무려 열네 살이나 차이 나는 박경림이 김국진을 ‘선배님’이 아닌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이유는 둘 사이가 워낙 절친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수년 전 모 케이블 TV 게임 시상식에 초대가수로 참석하게 된 가수 조앤(여고생 시절)이 화장기 없는 얼굴로 분장실에 도착했다. 너무 앳되고 귀여운 조앤을 보고 작가들은 탄성을 질렀다. “어머! 너무 예쁘고 피부가 너무 좋다!”
조앤은 수줍어하며 자기 차례가 되길 기다렸다. 드디어 리허설이 시작되고, 무대 밖에서 담당 PD가 조앤을 불렀다.
“조앤 나오라고 해.”
아직 기초화장만 한 조앤은 급히 무대로 나갔다.
“코디 말고, 조앤 말야!”
담당 PD의 이 말에 모두 아연실색했다.
“그 가수가 이 가수에요!”
담당 작가가 급히 귓속말로 해주자, 그제야 사태 파악을 한 PD 왈.
“아니~ 아니~ 조앤씨 말고 그 옆에 설 가수 말야.”
그 옆에 서 있어야 할 사람은 가수가 아니라 프로게이머였는데, 너무도 당황한 PD의 임기응변이었다. 조앤은 어린 나이지만 프로답게 “제가 그 가수 맞는데요~”라고 웃으며 즐겁게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인 노래를 멋지게 불러서 자리를 빛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