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축구 칼럼리스트, KS리서치 연구소장)
이런 활약에 힘입어 소속팀 상 파울리와의 1년 연장계약을 체결했고, 올림픽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에게도 발탁돼 U-23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하게 됐다.
최경록 선수는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축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당시 7세)에 전문가로부터 착실하게 기본기를 배운 결과, 부드러운 볼터치와 함께 위협적인 드리블, 그리고 정확한 패싱력과 강력한 슈팅력까지 갖춘 뛰어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신용산초등학교를 거쳐 용강중학교에 진학, 활약했다. U-14, U-15 연령별 대표팀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최경록은 고교진학을 앞두고 프로 유스팀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야만 했다. 당시 용강중 삼총사로 불리우던 이예찬(현 부경대)은 수원 유스팀인 매탄고로 진학, 이순민(현 영남대)은 용인축구센터 백암고로 진학했지만, 최경록은 연령별 대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프로 유스팀에 콜을 받을 수 없었다.
이유는 상대적으로 키가 작고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술보다는 신체적 조건을 우선시하는 한국 축구 토양에서 최경록은 맞지 않는 선수였던 것이다.
여의도고로 진학한 후 고등학교 2학년 때 비로소 성남 유스팀인 풍생고로 이적, 아주대로 진학하였지만 동년배인 권창훈(수원), 이창민(전남), 안현범(울산) 등에 비해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이후 손흥민의 에이전트로 알려진 블리마이스터로부터 발탁돼 독일에 진출하게 된다. 당시 함부르크 유스팀에 진출한 권로안과 김동수, 아우스부르크 유스팀에 진출한 김진수 등에 가려 그의 독일 진출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조용히 독일에 진출한 최경록은 지난 시즌 상 파울리의 19세 이하 팀에서 아홉 골을 뽑아낸 데 이어 올 시즌 성인무대인 독일 4부 리그에서도 다섯 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그의 프로 데뷔전에서는 2골 1도움이라는 손색없는 데뷔전 기록을 세우며 전세계 축구팀 중 가장 열광적인 서포터즈로 유명한 상 파울리 관중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는 뜨거운 장면을 연출해 냈다.
피지컬이 가장 약했던 선수가 피지컬이 가장 강한 나라에서 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때부터 착실히 닦은 기본기 때문이었다. 유년시절 기초 기본기를 전문가로부터 충실히 배웠고, 중학교 시절에는 ‘유소년 체력훈련 금지’라는 나름의 축구철학을 가지고 선수를 양성한 한상렬 용강중 감독 밑에서 배우며 불필요한 혹사 없이 효율적으로 실력을 다져나간 것이 주요한 요인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최경록이 독일에 진출하지 않고 국내에 있었으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국내 축구 지도자들, 특히 유소년(학원) 축구의 경우 키 큰 선수, 힘 있는 선수를 선호한다. 개인기는 좋지만, 신체 능력이 우수하지 못하면 선택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 유스팀이든 학원팀이든 이겨야 곧 진학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성적지상주의로 모든 걸 성적에 초점을 맞춰야만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한국축구의 앞날인 유소년 축구, 그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월등한 신체적 조건이 기술과 재능을, 나아가 선수의 가능성을 어지간해서는 덮고 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만 하는 국내 축구 지도자들의 입장에서 선수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보다는 성적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 대표팀 평균 신장이 32개 참가국 중 5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난 바 있듯이, 우리 선수들의 신체 조건이 세계에 내놓아도 뒤쳐지지 않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물리적 차원에서의 비교우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축구의 현실은 ‘제대로’된 선수를 ‘자생적’으로 키워 낼 토양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유소년(학원)축구는 장기적 안목으로 한 선수의 인생 기초를 다지는 시기이다. 성적과 진학에 초점을 맞추어 이기기 위한 축구만을 한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암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구조적 문제의 개혁과 함께 한국 축구 지도자들의 자성, 그리고 ‘빅 & 스몰’과 같은 기술과 힘의 조합인 기술축구로의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아직 20세 유망주에 불과한 최경록 선수의 성공을 말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독일 상 파울리에서의 ‘최경록 효과’는 한국축구가 진정 원하는 유망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김정훈(축구 칼럼리스트, KS리서치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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