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이철우 의원실 정책비서
박 정책비서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행정입법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권한이 한층 강화됐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정책비서는 “현재 우리 법률제도에는 크게 두 가지의 상반된 문제가 존재한다. 위임으로 생기는 상하 법령 간 역전현상과 법률에서 지나치게 세부적인 틀을 제시하는 과잉현상이다”라면서 “행정부와 입법부가 서로의 입법권한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은 개정안 이전에도 계속된 현상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정책비서는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보고의 의무’에서 ‘처리의 의무’로 강화시켰다”며 “ 하지만 ‘처리’의 명확한 기준 없이는 개정안도 실효성을 갖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정책비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의 권한을 인정하면서 ‘국회법’ 개정안이 정쟁의 도구로 변질돼 무조건적인 행정부 통제수단으로 이용돼서도 안 되고, 실효성 없는 처리과정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서로의 역할을 분리 할 수 있는 재정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다음은 기고문 전문이다.
‘국회법’ 개정은 행정입법 통제가 아니라 입법권 확립이 핵심
지난 5월 29일 통과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행정입법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법안은 위법한 대통령령 등에 대하여 국회가 소관중앙행정기관에 직접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개정한 안이다. 해당 개정안은 기존의 ‘처리계획 및 결과의 보고 의무’에서 ‘처리 의무’로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권한이 한층 강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강화된 입법부의 통제권한을 두고 행정부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행정입법에 필요한 전문성과 3권 분립의 배분질서를 위배하는 일”이라며 부정적인 입장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3일 국회사무처는 이에 대한 반박논리로 법률자문보고서를 통해 국회의 이번 개정안이 행정입법권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로 평가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항변한 바 있다.
대한민국 입법부는 이번 개정안 논란으로 그동안 잠재됐던 그 본질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문제의 핵심은 ‘입법자’의 ‘입법의도’가 법률로 구현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실현의지’가 없이는 실제로 적용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그동안 입법부의 전문성은 끊임없이 결여됐다고 평가 절하돼 왔기 때문에 입법의도 또한 마찬가지 신세였다.
현재 우리 법률제도에는 크게 두 가지의 상반된 문제가 존재한다. 위임으로 생기는 상하 법령 간 역전현상과 법률에서 지나치게 세부적인 틀을 제시하는 과잉현상이다. 역전현상은 입법부가 법안은 만들었으나 전문성과 현시성 때문에 세부 틀을 행정부에 미루다 보니 생기고, 과잉현상은 입법부가 꼭 관철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데 행정입법을 믿지 못할 때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행정부와 입법부가 서로의 입법권한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은 개정안 이전에도 계속된 현상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입법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법률과 현실간의 간극이 생기고 때로는 명확한 해석이 마저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관습은 법률보다 우선하고 정비되지 못한 법질서는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어 낸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 논란은 특정한 정치집단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발제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명확하지 못한 입법권과 행정입법 사이에서 국회가 입법권을 보호하려는 국회의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가 발현됐다고 보는 것이 현실에 더 가깝다.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보고의 의무’에서 ‘처리의 의무’로 강화시켰다. 하지만 ‘처리’의 명확한 기준 없이는 개정안도 실효성을 갖기 힘들다. 또한 근원적으로 보면 재정비가 필요한 입법환경과 법질서 문제를 ‘국회법’이라는 절차법 개정으로 일단락 시켜 오히려 논의가 축소되었다는 판단이 든다.
물론 ‘국회법’ 개정작업에 대해 행정부가 위헌을 운운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75조에서는 대통령령이 법률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게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행정부만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서로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 위헌소지는 한쪽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에 모두 존재한다.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입법권도 바로 서고, 법질서도 바로 선다.
이번 기회에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의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 ‘국회법’ 개정안이 정쟁의 도구로 변질돼 무조건적인 행정부 통제수단으로 이용돼서도 안 되고, 실효성 없는 처리과정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누구의 권한이 더 우위에 있느냐를 따지긴 보단 좀 더 구체적으로 서로의 역할을 분리 할 수 있는 재정비 작업이 필요하다. 삼권분립이란 톱니바퀴는 어느 한 쪽이 권한의 우위를 독점하려 할 때 어긋나기 때문이다.
박정환 이철우 새누리당 국회의원실 정책비서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