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왜 우리만 갖고 그래’
지난 5월 8일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수사팀은 돈을 건넨 당사자인 성 전 회장이 없는 상황인 것을 감안해달라고 하소연한다. 쉬운 수사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애초에 사법처리 대상을 정해놓고 진행한 수사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 비박계인 홍준표 지사와 친박이긴 하지만 주류는 아니었던 이 전 총리와는 달리 2012년 대선캠프 당시 핵심 멤버였던 홍문종 의원, 서병수·유정복 시장에 대해선 그 흔한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조차 안했으니 말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조차 이번 수사에 대해 “친박 실세들 의혹을 털어주려고 수사한 것 같다. 당사자 불러놓고 ‘돈 받았느냐’ 질문을 하면 누가 받았다고 그러냐. 소환조사에 앞서 준비가 미진했던 부분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두 달 동안 노력한 것 치고는 아쉬운 결과”라고 꼬집었다. 서초동 주변에서는 ‘검찰이 메르스 정국을 틈타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 한다’는 식의 ‘음모론’도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예상대로 검찰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검 논의가 달아오를 전망이다. 우선 야권은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6월 10일 “검찰은 이번에도 국민의 편이 아니라 권력의 편이었다”면서 “면죄부 수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 유야무야 수사를 끝낸다면 특검으로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임을 경고해 둔다”고 밝혔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검찰은) 친박 실세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고 얌전한 고양이가 된다. 전 국민이 메르스와 전쟁 중인 틈을 타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특별검사에게 사건을 넘기는 수모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둘 다 특검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특검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대선자금이 엮여있다는 점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지만 적지 않은 의원들이 검찰 수사가 이대로 끝난다면 특검으로 가야한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공’이 국회로 넘어오더라도 기존의 상설특검을 활용하자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친이계의 한 중진급 의원은 “야권은 어떻게 해서든 성완종 게이트를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갈 것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않느냐. 특검을 통해 일찌감치 진실을 규명하는 게 오히려 정권에 도움이 된다”면서 “박 대통령은 돈 문제라면 전혀 걸릴 게 없다고 여러 번 밝히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향후 성완종 리스트 특검 도입을 놓고 친박과 비박 간에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