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외국인 CEO 중징계했다 체면 구긴 사연

벌 주려는데 잘못 짚었다고?

[일요신문] 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조작한 혐의로 마크 샴프 전 에르고다음다이렉트(현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대표이사에게 중징계를 내렸다가 소송을 당한 끝에 패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내부고발를 접수한 후 에르고다음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했다. 금융당국은 검사 결과 에르고다음이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악화돼 약 5.8%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었는데도 타사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손해율을 조작해 되레 3.1%가량 보험료를 인하한 점을 적발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에르고다음) 내부에서 손해율 조작이 있었다는 고발이 있었고, 이에 2012년 8월께 특별검사에 나선 사안”이라며 “손해율을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을 적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당시 요율을 조작한 에르고다음 임직원들과 요율 검증을 맡았던 보험개발원도 함께 징계 처분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에르고다음에 대해 기관경고와 과태료 5000만 원을 부과하고, 마크 샴프 당시 사장에게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마크 샴프 사장은 “보험료 조정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면서 즉각 징계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2년간에 걸친 양측의 소송전은 지난 4월께 법원이 마크 샴프 전 사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업계 주변에서는 “보험료 조정과정에 대표이사의 지시 등 업무 개입이 있었느냐가 관건이자 쟁점”이라며 “보험료 조정은 중차대한 문제인데 대표이사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건 여전히 의혹이 남는다”는 반응도 있다.

한편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진 지난 2012년 당시 온라인 손해보험사 에르고다음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조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바 있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의 비중으로 각 보험사가 보험료를 산출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소비자단체를 비롯한 자동차보험 고객들은 에르고다음의 손해율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더 이상 손보사들을 믿고 보험료를 지불할 수 없다며 검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자동차보험료 인하론이 불거질 때마다 시기상조론으로 맞선 국내 주요 손보사들은 손해율의 흐름을 근거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는 집중호우와 태풍 등 자연재해에 따른 손해율 악화 전망이 나온 데서 비롯된다. 이만큼 보험사 입장에서도 손해율 수치가 상당히 중요하다. 

체면을 구긴 금융당국은 마크 샴프 전 사장에 대한 재심의에 착수한 상태며 제재수위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마크 샴프 전 사장은 명예를 회복하게 된 반면 금감원은 또 한번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에르고다음은 지난해 3월 BNP파리바그룹에 매각돼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으로 재탄생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