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임 아무개 씨(33)와 안 아무개 씨(35)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0일 오후 3시경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고급빌라에 용달차를 타고 나타가 “택배 배달을 왔다”며 경비실을 무사 통과했다.
당시 안 씨는 택배기사 조끼를 입고 있었고, 임 씨는 가로·세로 1m, 높이 1.5m 크기의 누런 종이상자 안에 숨은 채로 화물칸에 있었다.
불법 자가용 택시영업인 ‘콜뛰기’를 하던 임 씨는 고객으로 만난 A 씨의 심부름을 하며 집 현관 비밀번호를 알게됐고, 집을 털 생각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안 씨와 범행을 공모했다.
안 씨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씨 임 씨를 비상계단에 내려주고 상자를 수거해 단지를 나왔다. 경비원에게는 “주인이 없어 다음에 오겠다”고 둘러댔다.
임 씨는 이때부터 다음날 오전 10시5분쯤 무려 18시간을 대기하다 집에 인기척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집 안으로 침입했다.
하지만 뜻밖에 복병을 만났다. 방에서 자고 있던 A 씨의 친구 B 씨가 잠이 깨 거실로 나온 것이다. 놀란 임 씨 B 씨에게 “심부름을 왔다”고 둘러대고 자리를 떴다.
이후 B 씨는 집주인인 A 씨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심부름시킨 게 있느냐고 물어봤고, 그런 일이 없다는 말에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임씨의 동선을 추적한 끝에 이달 10일 임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CCTV 영상에 임 씨가 도주하는 장면은 있지만,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전혀 없는 것을 수상히 여겨 임 씨를 추궁한 끝에 이 같은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김임수 기자 im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