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소문 없이 떠나 측근들도 ‘어리둥절’
▲ 이휘향 | ||
김두조씨는 경남 포항지역에서 ‘밤의 황태자’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향토실업가로 활동해온 유명인물이다. 두 사람은 지난 83년 결혼해 20년 넘게 부부의 연을 맺어왔다. 그런데 김두조씨의 사망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게 된 이유를 놓고 주변에선 구구한 추측이 무성하다. 과연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김두조씨의 주변인들과 미망인 이휘향의 입장을 직접 전해 들었다.
# 죽음 왜 알려지지 않았나
김두조씨가 사망한 것은 지난 9월30일. 그의 사망 소식은 한동안 외부에 전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뒤늦게 김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것은 몇몇 측근들의 입을 통해서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김두조씨는 죽기 전 아내 이휘향에게 ‘내 죽음을 알리지 말아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김두조씨의 복싱계 후배인 이 아무개씨는 “너무 조용히 장례를 치른 이유를 형수(이휘향)에게 물어봤더니 형님의 유언 때문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측근 인사인 <아시아위클리뉴스>의 이무식 대표는 “‘평소 성격으로 볼 때 죽은 뒤 자신에 대한 얘기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두조씨와 20년 넘게 친분을 나누어 왔던 탤런트 유퉁 또한 김씨의 사망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하소연했다. 김씨가 사망했을 당시 유퉁은 몽골에 머무르고 있던 상태여서, 뒤늦게 사망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유퉁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49제에도 가보지 못했다”며 원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박스기사 참고)
김두조씨의 죽음은 그의 주요 활동무대였던 경북 포항에서도 ‘조용히’ 알려졌다. 그래서 김씨와 가까이 지내던 지역인사들 대부분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김두조씨가 이미 포항을 떠나 있던 상황이었고, 그동안 운영해왔던 포항권투체육관 역시 지난 7월에 완전히 정리한 상태라 현재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제해철 관장 또한 김두조씨의 죽음을 지역 신문을 통해 알 수밖에 없었다.
과연 김두조씨는 왜 그토록 자신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았을까. 그의 죽음에 관해 몇몇 궁금증마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 사인 둘러싼 의문들
포항에 김두조씨의 죽음이 알려진 것은 한 지역신문 부고란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이 신문을 보지 못한 이들은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심지어 가까웠던 측근들까지 말이다. 포항 지역의 ‘전설적인’ 인물의 조용한 죽음에 대해 포항 현지에선 무성한 소문만 나돌고 있었다. 특히 사인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아 더욱 그러했다.
포항에선 김두조씨의 사인이 폐암과 간경화 두 가지로 알려져 있었다.
▲ 고 김두조씨가 운영하던 포항권투체육관 내부. | ||
김두조씨의 죽음에 대해 함구해오다 최근 이를 공개한 이휘향은 사인에 대해 “작년만 해도 기침증세가 있어 포항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봤지만 별 이상이 없었는데, 계속 기침을 해 지난 5얼 다시 서울에서 진단받아보니 간까지 암세포가 전이돼 손쓸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씨의 또 다른 측근 이 아무개씨는 “자상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씨는 “형님이 돌아가시기 석 달 전에 스스로 가슴을 찔러 병원에 입원했었다”며 “직접 병문안을 가서 상처를 본 뒤 놀라 그 이유를 묻자 형님이 홧김에 송곳으로 직접 가슴을 찔렀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 몸이 안 좋은 상황에서 당시 입은 자상 후유증까지 겹쳐 결국 세상을 떠나신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 장례절차도 간소하게
김두조씨는 지난 9월30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사망했다. 지난 11월22일 기자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을 때 병원 관계자는 김씨가 그곳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아 달라’는 고인의 바람 때문인지 이휘향은 장례절차를 간소히 했고 탤런트 유동근 전인화 등 절친한 몇몇 지인들만이 김씨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두조씨의 사망소식을 미처 전해 듣지 못했던 몇몇 주변 인사들은 아쉬운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씨와 절친한 사이였던 가수 설운도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형님하고는 오랜 인연을 가져왔는데 아무리 본인의 유언이었다고 할지라도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며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설운도는 또한 “형님과 진짜로 친한 사람들은 제외하고 형수와 친한 연예인만 부른 것도 너무 섭섭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난 11월17일 해인사에서 치러진 김두조씨의 49재에는 이휘향의 동료 연예인들 2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날 49재에는 김씨와 친분이 있던 포항 지역인사들도 여러 명이 다녀갔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휘향은 남편 김두조씨의 죽음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이씨는 “‘우리 아빠’는 알면 알수록 좋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도 나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 앞으로 나 혼자 살아가야 하는데 그저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연예인은 연기하는 모습으로 보답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얘기를 건네 왔다.
지난 81년 MBC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이휘향은 연기경력 25년 만에 스크린 데뷔를 앞두고 있다. 현재 설경구 송윤아 주연의 영화 <사랑을 놓치다>를 촬영하고 있는 중. 김두조씨는 지난 여름 아픈 몸을 이끌고 직접 전주 촬영장까지 찾아가 아내의 연기 활동을 응원하고 촬영 스태프들에게 선물을 전달할 만큼 아내 사랑이 끔찍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영국에서 유학중인 아들이 한 명 있다.
조성아 기자 zzanga@ilyo.co.kr
포항=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