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악용 입국시켜 철통보안 영업
갖가지 편법으로 입국한 외국인 여성들이 국내 성매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출처=성매매 알선 사이트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유명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올라온 광고 문구다. 광고에는 실제 외국인 여성들의 실루엣 사진과 소개, 화대가 기재된 프로필이 등재돼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너무나 다채로운 여성들의 인종과 국적이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적자들이 주축인 백인 여성들은 물론 태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게다가 외국인 성매매 업계에선 무척 희소한 아프리카계 흑인 여성들과 한국 여성들의 주요 원정 지역인 일본에서 온 여성들도 버젓이 영업에 나서고 있었다.
이렇게 다국적 외국인 여성들을 고용해 영업을 하고 있는 업소가 한둘이 아니었다. 오피스텔 성매매의 온상인 서울 강남은 물론 일산과 분당 등 서울 인근 지역에서도 이러한 유형의 업소들이 수두룩했다. 희소성만큼이나 화대는 비싼 편이었다. 비교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태국인 여성들의 화대는 국내 여성과 다를 바 없었지만, 백인 여성들은 시간당 25만 원을 훌쩍 넘겼다. 보다 희소한 일본인 여성들과 아프리카계 여성들은 더 비싸기도 했다.
이러한 다국적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는 배경에는 역시 한국 남성들이 지니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환상이 자리하고 있다. 해당 업소를 이용한 성매수자들은 알선 사이트에 갖가지 후기를 남기며 그릇된 환상을 자극하고 있었다.
이러한 외국인 여성들은 도대체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는 것일까. 한 업주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대부분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소개를 받고 직접 데려 온다. 일부는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이러한 친구들은 평소 학교를 다니다 주로 야간에 일을 하게 된다”며 “단순히 화대를 놓고 보자면, 일반 시세와 비교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현지에서 한국으로 데려오는 항공료와 이곳 숙식비까지 생각하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다른 성매매 영업도 마찬가지지만, 이들 업주들은 국제범죄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부담 탓에 더욱 조심스레 영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손님으로 가장한 기자는 업주에 알선을 부탁해봤다. 서울 서초에 위치한 해당 오피스텔에 가기까지 업주와는 무려 세 번의 통화를 해야 했다. 그러더니 업주는 인적이 드문 복도로 불러 세워 화대를 챙기고 여성이 있는 장소를 일러줬다. 첩보영화의 ‘접선’이 따로 없을 정도로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는 눈치였다.
기자는 그렇게 해서 러시아 여성 A 씨(26)와 마주했다. 러시아 동방의 우스리크스에서 왔다는 A 씨는 앞서 한국으로 성매매에 나선 친구의 소개로 한국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2개월짜리 단기 여행비자로 한국에 온 A 씨는 곧 러시아로 돌아간다고 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A 씨는 거리낌 없이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그는 “하루 종일 빛도 잘 안 드는 오피스텔에서 생활하자니 너무 답답하다”라며 “업주와 7 대 3 비율로 수입을 나눠 갖기로 약속하고 한국에 왔지만 정작 ‘메르스’ 여파로 지난 한 달간 손님이 거의 없었다. 한국 온 것을 후회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선 성매매가 불법이라고 알고 있지만, 경찰의 단속이 두렵거나 하진 않았다. 나조차 같은 업주 밑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을 정도로 비밀스레 영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큰 염려는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엔저 영향으로 유학 비자를 활용해 한국으로 건너오는 일본인 여성도 점점 늘고 있다.
그는 애초 출입국 과정에서의 단속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국가에 따른 비자의 특징이었다. 이러한 비자의 특징을 염두에 둔다면 애초부터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려고 시도하는 외국인 여성들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 여성들의 경우 유학비자를 악용하고 있다. 많은 중국인 여성들이 등록한 학교에 출석체크만 하고 성매매를 뛰는 경우가 꽤 많다. 몇 차례 대대적인 적발을 한 태국인 여성들의 경우 3개월짜리 여행비자를 활용해 단타로 영업을 하고 빠지는 유형인데, 단속을 강화해 최근엔 줄고 있는 추세다.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여성들은 무희로 위장, 이른바 문화·예술인비자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별 비자 유형별로 선제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한편으론 이러한 외국인 여성들을 현지에서 공급하고 연결해주는 브로커의 존재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수차례에 걸쳐 외국인 성매매에 대한 단속이 시행된 바 있지만, 정작 이를 공급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현지 브로커들에게는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다. 본질적인 근절을 위해선 결국 현지 국가와의 협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