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형 개헌’ 국가적 결단 내려야”
국내 유일의 6선 지자체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분권이념’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직 일로써 승부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도민들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20년간 야전에서 잡초처럼 끈질기게 일했다고 자부한다. 일자리창출과 투자유치, 미래먹거리를 위한 첨단과학 인프라 구축, 경북의 새로운 성장판이 될 신도청시대와 동해안시대를 준비하는 데에 노력한 제 성적표에 신뢰를 보내주신 거라고 본다. 무엇보다 도민이 힘들 때 전화 한통 할 수 있는 따뜻한 도지사가 되자는 다짐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다.”
―지방자치 현장을 20년 동안 지켜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도지사가 되어 시위도 하고 국회 농성은 물론, 단식까지 했다. 2007년 수도권규제완화 반대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주도했을 때는 서울역, 국회를 가리지 않고 직접 시위를 벌였다. 그만큼 지역을 위해 절실했기 때문이다. 2011년 국가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 때는 도청 차가운 집무실 바닥에서 생전 처음 단식농성을 했다. 20년 세월을 지방자치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웃고 울면서, 또 늘 긴장하면서 여기까지 달려 온 것 같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어느덧 20년이 됐다. 의미를 부여한다면.
“1961년 군사혁명으로 중단된 후 1991년(지방의회)과 1995년(민선단체장) 부활한 지방자치가 우리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방 의견 반영이 없는 일방적인 하향식 결정이었다는 태생적 한계로 20년간 ‘무늬만 지방자치’가 되어왔다. 방부자향(邦富自鄕)이라는 말이 있다. 나라의 부강은 지방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지방자치의 정상화 없이 제대로 된 국가발전이 가능하겠는가. 하루 빨리 중앙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지방을 국가경영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지방자치 정상화를 위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단순논리 같지만, 오히려 과거 산업화시대에 ‘지방의 희망’이 있었다고들 말한다. 전국 각 지역에 국가공단을 만들고 대덕단지도 만들었다. 지방 국립대학도 육성했다. 1975년 경기도 인구가 400만 명일 때, 경북은 486만 명이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중앙독식의 집중이 진행되어 오다가 하루아침에 지방자치를 시작했으니 제대로 이루어졌겠나. 현재의 ‘비정상의 지방자치’를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 재정권과 조직권을 과감하게 지자체에 이양해야 한다. 지방자치 20년이 된 지금도 돈과 권한을 모두 중앙에서 틀어쥐고서 시혜적인 차원으로 지방에 베푼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조직권도 문제다. 도지사가 국단위 조직 하나 만들 수 없도록 법령으로 꽁꽁 묶어 놨다. 20세 성인에게 아직도 아기 옷을 입혀 집안에서만 놀게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제 지방에 과감하게 권한과 책임을 넘겨야 한다. 지방자치의 열차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겠는가. 믿고 키워줘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방 분권형 개헌에 대한 견해는.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지방분권을 헌법상 기본권리로 명시했다. 프랑스는 한때 ‘파리와 나머지 사막’으로 표현할 정도로 지역불균형 문제가 심각했다. 결국 중앙집권으로 국가경쟁력이 한계에 이르자 지방분권형 개헌을 단행했다. 이탈리아는 물론 우리의 이웃인 일본 역시 헌법으로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다. 지방분권이 선진국 도약을 위한 세계적 흐름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분권수준은 OECD국가 34개국 중 24위에 불과하다. 이제 지방분권형 개헌으로 ‘분권이념’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3대 필수조항(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을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국가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중앙과 지방이 힘을 모아야 한다.
―최근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자체들마다 입장이 다른데 김 지사의 생각은.
“수도권 규제완화가 규제개혁 차원에서 논의가 되고 있지만 심각한 역효과가 예상된다. 수도권정비법과 같은 법률의 완화가 계속 이루어지면 결국 지방은 수도권의 단순하청 역할로 전락하게 된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하여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하더라도 단계적이고 차별적으로 접근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논의하기에 앞서 먼저 획기적인 지방발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장 3선 제한으로 인해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다. 김 도지사에게 경상북도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면적이 넓다. 낙동강, 백두대간, 천리동해안과 같은 천혜의 자연과 문화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23개 시군이 있으며 지역마다 색깔이 다르고 사투리도 다르다. 지난 9년간 그런 경북을 구석구석 찾아다녔다. 자동차 안이 집무실이고, 이동 중에 급한 보고는 물론 결재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체득한 것은 도정의 모든 문제와 답이 현장에 있더라는 것이다. 현장중심 철학이라고 할까. 사람 사는 세상에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남은 임기는 ‘사람중심의 경북’을 만드는 데 힘쓸 것이다. 농사만 잘 짓고, 작은 구멍가게 하나를 해도 자식 공부시킬 수 있고 사람대접 받는 경상북도를 만들겠다. 나라가 어렵고 온 백성이 힘들 때 항상 앞장서왔던 경북이 다시 역사의 주역으로 거듭나도록 열심히 일하겠다.”
―도지사 퇴임 후 중앙정치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지금은 도지사 직분에 전념하면서 박근혜 정부 3년차 국정운영이 탄력 받고 성공하도록 지원함으로써 대구·경북 발전을 견인하는 것이 소망이자 책무다. 전국 유일의 6선 단체장으로서 중앙과 지방을 있는 가교역할을 하면서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어떤 일을 하든 기본에 충실하고 신뢰를 지키면서, 현장을 지키며 봉사하고 희생하는 삶을 살 것이다.”
이응석 기자 ilyo8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