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딸려도 열정은 최고…옷 다 벗고 “기회 주세요”
# 레전드가 된 열정
문제는 외모였다. 아무리 벗는 게 중요한 에로배우라지만 사실 그는 예쁘지 않은 얼굴의 소유자였다. 그렇다고 몸매가 빼어나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몇몇 에로 영화 기획사와 오디션을 봤지만 모두 탈락했다. 에로 여배우 한 명이 시급한 상황에서 오디션에 떨어졌을 정도니 외모만 놓고 보면 분명 부족함은 많은 편이었다는 게 에로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이다.
그렇지만 에로 배우로 성공하고 싶다는 열정은 대단했다고 한다. 오디션을 보기 위해 찾은 에로 영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옷을 다 벗고 “기회를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외친 적도 있다고 한다.
결국 에로 배우로 데뷔했지만 늘 조연급 배역이었고 베드신에만 짧게 나오곤 했다고 한다. 게다가 당시 에로 영화는 성인 케이블 채널에 납품하는 작품이 전부라 한 달에 서너 편밖에 제작이 안 되던 때라 출연 기회 자체가 적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후 A는 성인 연극계로 진출해 성인 연극배우가 됐다. 역시 조연급 배역으로 성인 연극에 출연하게 된 A는 한때 매우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활동을 모두 중단했다. 에로 업계 관계자들은 A를 지금껏 열정만큼은 최고였던 여배우라고 기억하고 있다.
# 여가수의 파워
아무래도 유명세가 가장 절실하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톱스타급 여배우나 여가수를 캐스팅한다면 엄청난 화제를 양산하며 대박이 나는 에로 영화가 완성될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과거의 스타라면 가능할 수 있다. 한때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잊힌 여자 스타를 캐스팅할 경우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활동했던 여가수 B를 캐스팅하려 한 제작사의 첫 실수는 잘못된 정보였다. 한때 정상급 인기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잊힌 스타인 B가 최근에는 행사 무대에서도 부름을 받지 못해 매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게 당시 그 회사가 입수한 정보였다. 여전히 청담동 소재의 고급 빌라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B인데, 그를 캐스팅하겠다는 해당 에로 영화 제작사 직원은 “워낙 낭비가 심해 겉으로는 여전히 화려하게 사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매우 어려운 처지로 사채가 상당하다는 소문도 있다”고 보고했다. 그렇게 추억의 90년대 스타인 B에 대한 에로 업계의 캐스팅 작업이 시작됐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해당 업체는 회사가 문을 닫을지도 모를 정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우선 수소문 끝에 만난 B의 매니저는 에로 영화 출연 제의를 받고 거세게 화만 내고 되돌아갔다. 파격 노출의 에로 영화 출연 제안에 격분한 것. 배우라면 또 모르지만 가수에게 왜 이런 제안을 하냐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이후 해당 제작사 대표는 지인을 통해 회사가 위기에 내몰려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누군가가 이 회사를 벼르고 있다는데 그게 가수 B 측 인물이라는 게 위기론의 요지였다. 이에 B를 캐스팅하려 한 직원을 불러 자초지종을 묻자 그는 몰랐던 B의 스폰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영향력이 상당한 큰손 같다고 보고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잘못된 정보였다. 해당 회사를 벼르고 있다는 것은 다름 아닌 B의 아버지였다. B의 아버지는 고급 공무원 출신으로 막강한 파워를 가진 인물이었으며 당시 직원이 만난 매니저 역시 B의 가족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얘긴 모두 사실무근이었던 것. 결국 해당 제작사 대표가 다시 가수 B 측을 접촉해 캐스팅 관련 일에 대해 사죄해 겨우 B의 부친의 화를 가라앉혔다는 후문이다.
# 무산된 40대 마담의 꿈
40대 중반으로 강남 유흥업계에서 나름 유명한 인물인 마담 C도 에로 배우가 될 뻔했다. 20대 시절 배우를 꿈꿨던 C는 어쩌다 유흥업계에 투신해 20년 넘게 활동하며 지금은 나름 영향력 있는 마담으로 성장했다. 탄탄한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터라 유흥업계에선 인정받는 유능한 마담이다.
그의 단골 고객 가운데 한 명인 에로 영화 제작사 대표가 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에로 배우로 활동하면 대박이 날 것 같다”고 얘기하자 마담 C가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본격적으로 마담 C의 데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들은 일본에서 인기인 아줌마 AV 시리즈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40대 중반의 나이를 감안한 결정이었는데 그는 여전히 20대 여성에 밀리지 않는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어 잘하면 대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치도 높았다.
그렇지만 현실이 되진 못했다. 오히려 마담 C는 매우 대담하고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결국 제작사가 먼저 포기를 선언했다. 일본처럼 아줌마 AV 열풍을 불러일으키기에 한국 에로 업계는 심의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마담 C와 상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에로 영화는 하나같이 너무 파격적이라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제작사의 판단이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스타 탄생이 무산됐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