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축구 칼럼리스트, KS리서치 연구소장)
화성FC는 K3리그(4부리그)의 팀으로 축구광팬이 아니면 다소 생소한 아마추어 축구팀이다. FC서울 A급 선수 1명의 1년 연봉은 화성FC가 2-3년간 전체 팀 운영비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재정 차이를 보인다.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현실적인 격차가 있는 팀 간 대결이었지만, 어디가 1부 리그 팀이고, 어디가 4부 리그 팀인지 모를 명승부가 펼쳐졌던 것이다.
무엇보다 화성FC가 찬사를 받아야 할 것은 경기방식과 경기매너였다. 보통 약팀이 강팀을 상대하는 전형적인 ‘선 수비 후 역습’, ‘반코트 침대축구’가 아니라 당당하게 중원싸움을 펼치며 주도권을 잡아가는 ‘맞짱 축구’를 펼쳤던 것이었다. 수비위주로 다소 소극적인 전략으로 경기를 풀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완전히 뒤 집은 것이었다.
화성FC의 페어플레이 역시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A매치에서 중동지역 팀들이 종종 쓰는 ‘침대 축구’ 또는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자주 볼 수 있는 ‘태권도 축구’와 같은 거친 플레이와 고의성 짙은 반칙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구단 운영방식도 K리그 챌린지(2부리그)구단과 비교해 보았을 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미 유소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고, 화성FC 산하에 유스팀인 화성FC U-18팀이 있으며, 홈경기 유료 입장제와 연간 회원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는 대한민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의 고향이며, 박지성이 성장한 곳이다. 차범근은 화성 화산초에서, 박지성은 화성 안용중에서 성장했다. 그들이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되기까지 준비되고, 다져진 곳이 바로 화성이다.
이제 화성도 프로축구단 창단을 준비해 축구 도시로서 화성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필요가 충분히 있다. 화성FC의 FA컵 16강 진출만으로도 화성시는 이미 언론 미디어 노출에 의한 경제적 효과를 일정 정도 거두고 있는 중이다.
화성FC 감독을 맡고 있는 ‘비운의 축구스타’ 김종부 감독은 화성FC가 시민구단으로 전환해 K리그 챌린지에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는 “이날 경기가 프로 2부 구단 창단으로 연결되는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프로축구단 창단에 대한 기대를 피력했다.
프로축구 시민구단이 창단을 고려할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의 재정 규모와 인구이다. 우리나라에서 프로축구단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려면 최소한 연고 도시의 1년 예산이 1조원이 넘어야 하며, 인구는 50만명이 넘어야 한다.
화성시는 1년 총예산이 1조 5000억원 정도로 프로축구 시민구단이 있는 부천시나 안양시 보다 예산 규모가 크다. 인구도 50만을 넘어섰고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들이 많아 스폰서 유치에도 용이하기 때문에 착실하게만 준비한다면 화성FC를 프로축구단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프로스포츠는 단순한 경기로서의 관람스포츠가 아닌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여가활동 및 일체감 형성의 도구로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제고 및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임으로서 이윤을 창출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화창한 주말에 축구를 통한 가족애를 확인하고 푸른 잔디밭에서 펼쳐지는 축구의 향연을 보면서 화성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과 저변을 만드는 것은 화성시의 몫일 것이다.
화성FC의 FA컵은 아쉽게 끝났지만 이것은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꿈을 위해 이 악물고 뛰는 화성FC 선수들이 K리그 무대를 당당히 밟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김정훈(축구 칼럼리스트, KS리서치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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