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겨서 추방당해” 훈남 허풍 여심 홀려
오마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잘난 외모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방당했다는 글을 올려 유명세를 치렀다.
그리고 며칠 후, 오마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나드리아 페스티벌에서 친구들과 함께 추방당했다”는 글을 올린다. 이유는 너무 잘생겼기 때문이라는 것. 서로 알지 못하는 남녀가 공공장소에서 함께 어울리고 접촉하며 관계를 가지는 걸 금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오마르와 같은 외모를 지닌 남자는 여성들의 마음을 홀려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페스티벌 당국은 세 명의 미남들을 아예 국외로 내쫓아 버렸다는 것이다. 종교적인 물의를 일으켰거나 현장에서 범죄를 일으켰거나 테러 혹은 인질극 같은 중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사람을, 오로지 외모 때문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한 국가가 개인을 대상으로 국외 추방 조치를 취했다는 믿을 수 없는 얘기였다.
사태는 일파만파였다. 이틀 만에 오마르의 페이스북엔 85만 명의 네티즌들이 ‘좋아요’를 클릭했다. 오마르가 올린 사진들도 화제가 되었다. 강한 나르시시즘을 느낄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느끼할 수도 있으며 포토샵의 흔적이 역력한 사진들이었지만, 전세계에서 적지 않은 여성들이 그에게 환호했다. 완벽한 광대뼈와 반질반질하게 다듬은 얼굴과 상대방을 사로잡는 뜨거운 시선은 오마르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졌다. 그에 대한 이야기들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모델이며 배우 지망생이고 포토그래퍼이며 시인이라는 것. 그리고 페스티벌 당시 몇몇 여성들이 실제로 그에게 매혹되어, 옷을 벗고 달려들었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것을 목격한 경찰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강제 추방 외엔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점점 찬양 톤을 띠기 시작했다. 오마르는 페미니스트로서 아랍권의 억압 받는 여성들의 권리를 위한 일에 힘쓰고 있으며, 그 기금을 모으기 위해 캘린더를 제작할 예정이라는 것.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그가 여성들을 선동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압력을 넣어 페이스북 계정마저 정지시켰다는 얘기마저 돌았다. 물론 루머도 있었다. 추방 사건은 단지 잘생겼기 때문에 일어난 건 아니라는 것. 그는 모델 출신의 지골로로, 사우디아라비아 고위층의 사모님들과 그렇고 그런 관계였다는 것이다. 즉 그는 정치권 내부에 스캔들을 일으켰고, 그 결과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조기 진화 차원으로 추방당했다는 얘기였다.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오마르를 둘러싼 얘기가 쏟아지자 전세계의 각종 매체들은 그에게 진실을 요구했다. 하지만 오마르는 자신이 진짜로 쫓겨났는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예술적 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예술과 패션 사진에 특별한 취향을 지니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은 시의 한 대목을 읊었다. “지난 밤 나는 하늘의 별을 보았네. 그리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를 그 별들 하나하나와 짝지어 보았네. 별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그러고 있었네.” 객관적으로 봐도, 딱히 작품성을 평가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게 2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고, 결국 진실은 드러났다. 모두 거짓이었다. 1990년생인 그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출신으로 가족과 함께 캐나다의 밴쿠버로 이민을 갔고, 그곳에서 모델 생활을 시작했지만 그렇게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다. 고향에 놀러 갔다가 친구들과 함께 페스티벌에 놀러 갔고, 그곳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몇 명의 여성들에게 사인을 해준 것이 전부였다. 이때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며 몰려들었고, 남녀가 유별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 남성이 여러 여자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에 경찰이 다가와 조용히 페스티벌을 떠나달라고 요구했던 것. 강제 출국 조치 같은 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후 그는 자신이 겪은 일을 과장해서 SNS에 올렸고,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는 이런 집단적 오해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2년 동안 즐겼다. 그 결과물이 너무나 달콤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많은 여성들로부터 숱한 프러포즈를 받았고, 생일엔 어느 돈 많은 여자가 벤츠 자동차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러 진실을 밝힐 필요는 없었던 것. SNS 시대의 봉이 김선달? 아무튼 ‘오마르 보르칸 알 갈라’에 얽힌 사건은 도시 전설의 역사에서도 꽤 흥미로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