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사진에 심쿵…가면 쓴 건 아닐까?
영화 <오싹한 연애> 한 장면.
바야흐로 소셜데이팅의 시대다. 젊은 남녀는 다양한 소개팅 앱을 이용한다. ‘소개팅’이란 키워드를 앱 검색창에 치면 250여 개가 화면을 가득 메운다. 솔로 탈출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보다 아찔한 유혹은 없다. 누리꾼들은 “저도 좀 외로워서 이용해 보려고 하는데 소개팅 앱 괜찮은지…”부터 “소셜데이팅 통해서 제가 인연을 만들 수 있을까요? 도와주십시오” 등 꾸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의 소셜데이팅 업체는 170여 개에 이른다. 시장 규모는 200억 원에서 500억 원, 회원 수는 330만 명 이상이다. 주요 업체 5개사의 각 회원 수도 50만 명 이상이다. 보통 소개팅 앱이 이성을 주선하는 방식은 1:1 주선(운영자 지정 소개), 선택형 주선, SNS(사회관계망서비스)형, 랜덤채팅 등으로 구분된다.
업체 대부분은 모바일 앱과 웹페이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는 모바일 앱 서비스만 제공한다. 소셜데이팅의 과정은 ‘회원가입→프로필 입력→주선→의사결정→오프라인 만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업체의 서비스 제공 범위는 ‘선택(의사결정)’ 단계까지다.
패턴도 동일하다. 이용자가 프로필을 입력하면 앱 운영자는 정한 기준에 맞게 입력했는지 심사를 시작한다. 이 단계가 끝나면 주선 및 선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주선’은 일정시간 간격으로 이성의 프로필이 제공되는 방식이다. 주선 횟수 및 인원은 앱마다 다르다. ‘의사결정’은 주선된 이성과 소개팅의 참여 여부를 묻는 단계다. 이용자의 선택에 대해 상대방 이성의 ‘맞선택’이 이루어질 경우에만 소개팅이 성사된다. 이때 실명과 연락처의 확인이 가능하다.
국내 소셜데이팅 업체는 170여 개에 이른다. 사진은 110만 회원을 자랑하는 ‘이음’의 스마트폰 앱 초기화면.
‘코코아북’엔 매일 밤 11시, 세 명의 이성이 등장한다. 느낌이 오는 이성을 선택하고 상대방이 나를 선택해 서로 ‘통’할 경우 연결된다. ‘꽃보다 소개팅’은 매일 둘씩 짝을 지은 8명의 이성을 소개시켜준다. 둘 중 한 명을 고르는 방식이지만 둘 다 고를 수도 있다. 자신이 선택한 이성을 다른 라이벌이 선택했을 경우 누군지도 확인할 수도 있다. 같은 지역권의 이성을 연결해 효율성이 높다.
학력과 재산으로 가입조건을 엄격히 제한해 논란이 이는 앱도 있다. ‘스누매치’는 가입자들이 서울대학교 이메일 계정으로 서울대생임을 인증한 뒤 이성을 소개받는다. 반드시 서울대생이 아니어도 가입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원치 않으면 매칭이 불가능하다. ‘스카이피플’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포스텍, 의대 등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20~39세 남성만 가입할 수 있는 앱이다. 여성의 조건은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교 또는 지방 국립대, 외국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20~39세’로 한정된다. ‘두근두근 드라이브’는 차량 소유 유무로 회원을 구분하고 차량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소개팅 앱이다. 일각에서는 “초고스펙자가 아니면 아예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 너무하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색 소개팅 앱도 있다. ‘1㎞’는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한 앱이다. 회원 가입을 하면 이용자 주변 1㎞ 이내에 있는 이성을 소개시켜준다.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이뤄 어울릴 수 있는 클럽 서비스도 제공한다. ‘옷깃’은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스쳐지나간 이성을 소개해준다. ‘코코아북’이 만든 ‘은하수다방’은 돌싱(이혼 남녀)들을 위한 앱이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 소셜데이팅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 ‘아이폰’ 소개팅 앱인 ‘마카롱’의 운영팀은 최근 불량회원 107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7일, 마카롱 측은 “음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하거나 잦은 욕설과 비방 등 타 회원을 괴롭히는 회원들을 모두 고발 처리했다”고 밝혔다.
소셜데이팅으로 원나잇을 했다는 ‘후기 아닌 후기’가 버젓이 올라오기도 한다. 한 사용자는 “수위 높은 대화를 했는데 잘 받아줬다”며 여성의 속옷을 찍은 인증글을 올렸다. 이런 종류의 글들은 각종 포털사이트에 넘쳐난다. 물론 이마저도 홍보를 위한 허위 글일 가능성이 높다.
소셜데이팅 앱을 이용해 피해를 겪은 이들도 부지기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 결과, 소셜데이팅 앱을 이용한 500명 중 49.8%(249명)는 “최근 1년 이내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용 도중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소개받은 이성으로부터 ‘원치 않는 계속적인 연락’이 24.4%(122명)로 가장 많았고, ‘음란한 대화 또는 성적 접촉 유도’(23.8%, 119명), 사진 등 ‘개인정보 유출’(16.0%, 80명), ‘금전 요청’(10.2%, 51명), ‘기타’(9.0%, 45명) 순이었다.
또 이용자의 38.4%(192명)는 자신의 프로필 정보를 허위로 입력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허위 입력 정보로는 외모가 19.0%(95명)로 가장 많았고, 직업(15.4%, 77명), 성격 또는 취향(15.4%, 77명), 학력(12.4%, 62명), 거주지역(11.2%, 56명) 순이었다. 외모를 다르게 입력한 응답자 95명 중 60.9%(58명)는 “‘본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사진’을 등록하고 가입심사를 통과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
‘얼굴 중심’ 소개팅 앱 체험기 가까스로 신입심사 합격했지만… “총점 2.45점 탈락입니다.” 지난 9일 저녁, 기자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미남은 아니어도 나름 스스로를 ‘잘생겼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순간 “아, 생각보다 내가 못 생겼구나…”부터 “안경을 써서 그런가?”라는 의문까지, 온갖 잡념이 머리를 스쳤다. 은근히 자존심도 상했다. “2.45점이면 그래도 평균 이상이라는 거야, 80%가 1점대야”라는 선배의 위로도 소용없었다. 다른 이성을 평가할 수 있는 ‘특권’을 얻은 선배가 그저 부러웠다. 소개팅 앱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는 ‘신입심사’가 특징이다. 기존 회원이 새로 가입하는 이성의 프로필을 심사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 학력, 직업 등 프로필을 적어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 기존 회원들이 실시간으로 평가한다. 5점 만점 중 평균 3점을 넘어야 합격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꽉 채우는 외모 사진이 중요하다. 최저 1점은 ‘정말 최악’, 최고 5점은 ‘호감형’이란 뜻이다. 회원이 되면 지속적으로 2명의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다. 물론 다른 회원에 대한 신입심사도 가능하다. 기자는 합격을 위해 재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기회는 5번 주어졌다. 일단 콘택트렌즈를 끼고 스프레이로 머리를 손질했다. ‘얼짱 각도’로 30여 장의 사진을 찍어 이튿날 재도전에 나섰다. “20% 완료, 현재 1.8점입니다.” 점수는 더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합격을 포기하고 휴대전화를 서랍 속에 던져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10분 뒤 확인해보니 “100% 완료, 총점 3.02점으로 합격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합격의 기쁨은 이내 씁쓸함으로 바뀌었다. 가입 뒤 30분에 한 번씩 신입심사도 진행됐지만 사진과 간단한 프로필만을 보고 점수를 매기기엔 한계가 있었다. 소개팅을 위한 미모의 여성 사진도 사진을 ‘뽀샵’한 건지 직업이 ‘진짜’ 인지 믿을 수 없었다. 한 여성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어야 하는거지? 귀엽게 생겼다는 소리도 듣고 고백도 받아봤는데 꼴랑 2점, 장난하냐”며 울분을 토했다. “나 그거 2번 다 평점 2점대 받고 떨어짐…. 마지막 시도는 못할 듯”라는 반응도 있었다. 한 남성 회원은 “합격한 이후로 연락을 한 적도 연락이 온 적도 없다. 신입심사는 상술인 듯싶다”고 비판했다. [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