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상곡’ 첫입맞춤 기대 이상
사진제공=안익태기념재단
연습시간의 서두는 음악이 아닌 강연으로 시작됐다. 백승구 <월간조선> 차장이 단상 앞에 섰다. 백 차장은 안익태 선생에 대한 무관심에는 아쉬움을 나타냈고 그를 둘러싼 논란에는 당시의 상황에서 이유를 찾아 설명했다. 백 차장은 “안익태 선생은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교향악단을 움직인 지휘자이자 우리 가락을 서양에 알린 작곡가기 때문에 꼭 재평가해야 한다”며 “개헌 논의가 있을 때 반드시 ‘국가는 애국가이다’는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 차장은 안익태 선생의 친일 논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안익태 선생은 일본식 이름을 쓰면서도 한국환상곡을 끈질기게 연주했다”며 “한 인간에 대한 평가는 흑백으로 명확히 구분할 수 없으며 단순화시키면 역사왜곡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백 차장의 강연이 끝나면서 본격적인 음악 연습에 돌입했다. 먼저 소프라노를 담당한 한예진 교수가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한 교수는 “무대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을지 방법을 잘 가르쳐 드릴 테니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면서도 “다만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마음만큼은 안 된다”고 당부했다.
본격적인 연습은 김호식 아리엘남성합창단 지휘자가 맡았다. 김 지휘자는 먼저 참가자들의 몸을 풀게 해 긴장을 해소시켰다. 이어 그는 소프라노, 알토, 베이스, 테너 등으로 나눠 앉힌 후 목소리를 풀고 각각의 파트에 맞게 목소리를 맞춰 나갔다. 김 지휘자의 지휘를 통해 참가자들이 한국환상곡의 첫 마디부터 불러나갔다. 비전문가인 기자가 보기에도 참가자들의 역량은 충분히 훌륭해 보였다. 참가자들이 한국환상곡의 첫 마디인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을 노래하자 기자의 가슴 속에서도 뜨거움이 느껴졌다.
휴식시간에 눈에 띄는 참가자들을 직접 만나봤다. 최인채 씨(45)는 부인과 아이 셋을 데리고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최 씨 가족은 가족 전체가 참가해 가족의 애국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최 씨는 “GP장을 하면서 최전선을 지키며 소대원들과 애국가를 부르면서 가슴 벅찬 경험을 했다”며 “한국환상곡을 직접 불러보니까 애국가보다 훨씬 어렵지만 예술의 전당에 오를 수 있는 벅찬 기회를 꼭 잡고 싶다”고 말했다.
최고령 참가자도 있었다. 분당에서 왔다는 장윤원 씨(82)는 아들의 권유로 참가했다고 밝혔다. 장 씨는 “아들이 무조건 신청하라고 등을 떠밀었다”며 “음악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왔는데 아주 어린 아이부터 팔십노인까지 같이 노래 부르는 것을 보니 감동적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연습을 모두 마친 김 지휘자는 참가자들이 예상보다 수준 높다는 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지휘자는 “참가자들이 애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에 열심히 부르고, 더 잘 부르려고 노력하는 점이 보였다”며 “생각보다 빠르게 진도를 나가고 있어 직접 무대에 오르는 날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문수 안익태기념재단 사무총장도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가 예상 밖이었다는 표정이었다. 조 사무총장은 “250명의 참가자 중 불참자가 거의 없어 놀랐다”며 “참여 의지도 생각보다 커 첫 연습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움 없이 진행됐다”며 참가자들을 칭찬했다.
애국가에 대한 사랑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참가자들은 6번의 연습 기간을 거쳐 오는 24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선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