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참다 쓰러진 후 병원행 왜 이래~
▲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병을 키우는 연예인들이 늘고 있다. 왼쪽부터 거북이의 터틀맨, 남상미, 백지영, 이의정, 박명수. | ||
물론 대부분의 연예인은 ‘피로 누적’ 진단을 받아 간단한 치료만 받고 현장에 복귀해 별일 아닌 듯 여겨져왔다. 하지만 실상은 예상 외로 건강 상태에 ‘빨간불’이 들어온 연예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나치게 빽빽한 스케줄과 이미지 관리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리는 연예인의 습성이 어쩌면 병마를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괴담’이 나올 만도 했다. 더위와 장마가 계속된 6월부터 최근까지 수많은 연예인이 응급실 문을 두드렸기 때문. 이의정 남상미 박명수 백지영 성유리 김희선 정선희 김원희 등이 최근 한두 달 사이 응급실로 실려가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을 보낸, 그래서 언론과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이는 이의정이다. 강원도 원주에서 케이블 채널 방송용 영화를 촬영하던 도중 심한 두통으로 촬영을 중단한 이의정은 급히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직후 ‘뇌종양’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이의정은 현재 퇴원해 다시 연예계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지속적으로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확한 병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뇌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의정 역시 “애초 보도된 ‘뇌종양 진단’은 과장된 것”이라 밝히면서도 여전히 두통이 심하다고 얘기한다. 이의정과 절친한 사이로 함께 병실을 지킨 홍석천은 “처음 입원했을 당시 상당히 위험한 고비를 맞았던 게 사실”이라며 “다행히 위기를 넘겼고 계속해서 검사를 받으며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3인조 혼성그룹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본명 임성훈)이 방송 녹화 도중 쓰러져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냥 피로 누적 정도일 것으로 생각됐으나 터틀맨에게 내려진 진단은 심근경색. 입원 직후 소생수술을 받아 위기를 넘겼지만 워낙 큰 병이라 몇 달 뒤 2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외부와 연락을 끊고 치료와 건강 회복에만 집중한 터틀맨은 다행히 건강 상태가 호전돼 최근 4집 <거북이 사요>를 들고 가요계로 복귀했다. 심근경색은 완치가 불가능해 여전히 통원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터틀맨은 지금도 쇼크가 오면 그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아쉬운 것은 터틀맨 역시 그 이전부터 질병의 징후를 느꼈다는 부분이다. 응급실에 실려가기 얼마 전 가슴이 답답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터틀맨은 의사로부터 정밀진단을 권유받았지만 일정 때문에 이를 미루다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됐던 것이다.
최근에는 남상미가 팬들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지난 7월 5일 남상미는 <생방송 TV연예>를 진행하기 위해 방송국 대기실에 왔다가 고열로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제작진의 판단에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 홀로 MC를 본 서경석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졌고 남상미는 2주 동안이나 <생방송 TV연예>를 진행하지 못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고열(불명열)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남상미는 2주 후 다시 <생방송 TV연예>로 복귀했지만 8월 9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MC 자리를 이수경에게 물려주고 하차했다. 남상미 소속사 측은 “건강 상태는 많이 좋아졌지만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한동안 방송활동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상미의 경우처럼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느껴지면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연예계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수들의 경우 한번 음반 활동을 시작하면 병원은커녕 제대로 수면을 취하며 쉴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 연기자나 방송인 역시 비슷한 상황. 이런 까닭에 ‘이동시간에 얼마나 토막잠을 효율적으로 자는 지를 보면 연예인의 내공을 알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하루 두세 시간밖에 잠을 못 잔다고 하소연하는 연예인이 상당수니 화려해 보이는 무대 이면에선 얼마나 고단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막상 시간이 생겨도 병원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 행여 ‘병원행’이 캐스팅이나 프로그램 출연에 마이너스가 되거나 이미지 손상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20대 중반의 인기 스타 A 양은 얼마 전 난소낭종 파열로 고생해야 했다. 심한 복통을 호소하다 뒤늦게 병원을 찾은 뒤에야 A 양은 복통의 원인이 난소낭종임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해 일부가 파열된 상황. 난소낭종의 경우 평소 복통을 동반하는데 일반 복통이 아닌 생리통이라 A 양이 조금만 빨리 산부인과를 찾았어도 파열까지 가지 않고 조기 치료가 가능했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난소낭종 파열의 경우 난소에 얼마나 무리가 갔는지에 따라 임신이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혼의 여성 연예인이 산부인과를 찾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산부인과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소문이 퍼질 경우 ‘임신’ 내지는 ‘낙태’와 관련된 온갖 루머에 휘말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산부인과 의사에 따르면 생리통이 심해도 별 일 아닐 거라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아 산부인과 질환을 키우는 것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 여성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런데 여성 연예인의 경우 진단을 받고도 병원을 자주 찾지 못해 병이 악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연예인에겐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팬들에 대한 ‘의무’에 속한다. 점점 거대해지고 있는 매니지먼트사가 앞장서 소속 연예인의 건강 관리에 나서야 할 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