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만남에서 당연한 배필로… 궁합은 글쎄
▲ 아나운서 노현정과 결혼을 앞둔 정대선 씨. | ||
영웅호색이라 했던가. 한국 사회가 근대화된 이후 영웅은 사라지고 권력자와 재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만큼 미녀는 영웅이 아닌 권력자와 재벌에 몰리고 있고 미녀도 인기 여자 연예인으로 대표되고 있다. 특히 지속성이 짧은 권력보다 금력이 더 각광받는 요즘 세태에서 재벌과 연예인이 빚어내는 절묘한 이중주는 청취 영역을 벗어난 고주파 음향처럼 일반인들 몰래 한국 사회 여기저리서 울려 퍼지고 있다.
한국의 매니지먼트 사업이 안정기에 들어서기 이전인 60~70년대의 한국 사회와 그때의 연예계는 여전히 낭만이 존재했던 것 같다. 이런 까닭에 그 당시 연예인과 재벌의 관계 역시 상업적인 개념보다는 ‘사랑’을 중심으로 한 낭만적 개념에 더욱 가까웠다. 이런 뜨거운 사랑은 크게 두 가지 결과로 종결됐는데 하나는 ‘결혼’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간통’이었다. 요즘엔 더 이상의 연예계 활동이 불가능할 만큼 치명타인 간통 사건이 그 당시에도 심심찮게 벌어지곤 했다.
당시 ‘간통’에 연루된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도 그 후 재벌 인사와 결혼했음을 감안할 때 반드시 부정적인 관점에서 다가갈 사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에 배우 김혜정 고은아 문희 안인숙, 가수 배인순 등이 재벌가 인사와 결혼식을 올렸다.
80년대 들어 한국 연예계는 이상하다고 할 만큼 ‘매춘’ 문제가 클로즈업되어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통설에 의하면 80년대 중반 탤런트 A가 재벌 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연예인 매춘의 시초라고 한다. 연예인 매춘 관련 소문의 상대가 반드시 재벌로 한정된 것은 아니다. 독재정권하에서 권력자들도 여기에 동참했고 일부 방송 관계자들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80년대 이후 재벌 인사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대기업 총수인 B다.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B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여자 연예인만 수십여 명에 이를 정도니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재벌가 여자들도 구설에 오르기 시작했다. 부유한 재벌가 사모님들이 인기 남자 연예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바로 그것. 이런 소문이 나돌 게 된 계기는 가수 C의 영향이 크다. C는 지난 75년 기업체 사장 부인과 정을 통하다 간통으로 고소당했다. 이후 관련 루머가 하나둘 나돌기 시작하더니 부동산 열풍과 함께 아줌마들의 치맛바람이 거세진 80년대 사회 상황이 이런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켰다.
80년대 가장 화제가 된 재벌과 연예인의 만남은 단연 영화계 2세대 트로이카 가운데 한 명이던 정윤희와 중앙산업 조규영 회장의 결혼이다. 두 사람은 간통으로 고소당하는 시련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또한 컴퓨터 미인으로 불리며 80년대 후반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황신혜도 에스콰이어 그룹 회장 2세인 이정 씨와 결혼했지만 9개월 만에 이혼하고 말았다.
90년대 들어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재벌 1세대의 노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재벌 2, 3세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 1세대들과 달리 재벌 2, 3세들은 그들만의 문화권과 모임을 만들며 한국형 귀족의 전형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부 재벌 2, 3세들이 놀이 문화 가운데 하나로 연예인과의 관계를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여성 연예인과 재벌 2, 3세의 부적절한 만남 관련 소문이 러시를 이루기 시작했다. 특히 급격히 인기를 얻는 여자 연예인이 등장할 때마다 ‘누군가’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곤 했다. 여전히 ‘누군가’의 범주엔 재벌을 비롯해 권력자와 일부 방송 관계자가 거론됐는데 권력자는 늘 교체됐고 방송 관계자는 극히 일부였다. 그리고 재벌은 서서히 세대교체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 이요원의 결혼 사진(위), 장은영과 최원석 전 회장 | ||
아나운서 장은영이 그 뒤를 이었는데 상대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었다. 최 전 회장은 배우 김혜정, 가수 배인순에 이어 아나운서 장은영과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려 세간에 화제가 됐다.
한편 2000년대 들어 연예인들의 ‘부적절한 만남’ 양상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과거와 같은 톱스타들 관련 소문이 부쩍 줄어든 것. 연예인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로 접어 들었고 매니지먼트사도 기업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영향력이 권력자의 그것에 뒤지지 않고 연예인의 경제적 부가가치가 대기업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기 시작한 것.
이렇듯 재벌과 연예인 사이에서 부적절한 관계의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한 반면 ‘결혼’ 사례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역시 이런 흐름은 아나운서가 주도한다. 최원정, 최윤영, 노현정 등의 아나운서가 연이어 재벌 가문 인사들과 결혼식을 올린 것. 벤처 열풍 역시 지속돼 배우 오현경 이지은, 아나운서 황현정 등이 벤처사업가와 결혼했다.
또한 탄탄한 중견기업을 경영하며 대기업 못지않은 경제력을 자랑하는 집안으로 시집간 연예인도 급증했다. 배우 박주미 이요원 심은하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톱스타 D 역시 수천억 원대의 자산 규모를 자랑하는 중견기업체 회장 2세와 교제 중인 모습이 <일요신문>에 포착된 바 있지만 결국 결혼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이런 중견기업 집안의 2세들 역시 2000년대 들어 재벌가 2, 3세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모임과 문화를 만들며 세력을 넓히기 시작했다. 재벌가는 여전히 연예인과의 결혼을 터부시하는 데 반해 이런 집안은 비교적 개방적이라 탄탄한 중견기업 2세와 결혼하는 연예인의 수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 중견기업 집안 2세인 지상욱 씨와 결혼한 심은하. | ||
반면 ‘결혼’은 명확한 족적을 남긴다. 다만 이런 세기의 결혼이 ‘이혼’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는 부분이 안타깝다. 재벌과 결혼한 연예인으로 조사된 20명 가운데 7명이 이혼해 35%의 이혼율을 보이고 있다. 90년대 이전에 결혼한 이들의 경우 11명 가운데 6명(55%)이 이혼했다. 2000년대 들어 결혼한 이들 가운데 이혼한 연예인은 단 한 명 뿐이지만 10년쯤 뒤엔 어떤 수치가 나올지 모른다.
재벌가와 결혼한 여성 연예인
연예인 | 남편 | 결혼년도 | 이혼여부 | 구분 |
김혜정 |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 1960년대 | 이혼 | 배우 |
고은아 | 서울극장 소유주 곽정환 | 1967년 | 배우 | |
문 희 | 한국일보 고 장강재 회장 | 1971년 | 사별 | 배우 |
안인숙 | 대농그룹 창업주의 장남 박영일 전 미도파 사장 | 1975년 | 배우 | |
배인순 |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 1976년 | 이혼 | 가수 |
정윤희 | 중앙산업 조규영 회장 | 1984년 | 배우 | |
황신혜 | 에스콰이어그룹 회장 2세 이 정 | 1987년 | 이혼 | 배우 |
고현정 |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 | 1995년 | 이혼 | 배우 |
김희애 |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 | 1996년 | 배우 | |
한성주 | 애경그룹 회장 2세 채승석 | 1999년 | 이혼 | 아나운서 |
장은영 |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 1999년 | 아나운서 | |
이지은 | 당시 인츠닷컴 이진성 대표 | 2000년 | 배우 | |
황현정 |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 | 2001년 | 아나운서 | |
박주미 | 광성하이텍 대표 2세 이장원 | 2001년 | 배우 | |
오현경 | 홍승표 전 계몽사 회장 | 2002년 | 이혼 | 배우 |
이요원 | 사업가 겸 프로골퍼 지망생 박진우 | 2003년 | 배우 | |
최원정 | 최용묵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의 아들인 최영철 KBS 기자 | 2004년 | 아나운서 | |
최윤영 | 장병주 전 대우 사장 2세 장세윤 | 2004년 | 아나운서 | |
심은하 | 한성실업 지성한 회장 2세 지상욱 | 2005년 | 배우 | |
노현정 | 현대그룹 고 정몽우 회장 2세 정대선 | 2006년 | 아나운서 |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