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율 60%‘덥석’ 배탈난 스타들 누구?
▲ 1억 원을 투자하면 한 달 만에 최소 300만 원 수익이 보장되는 상품권 사업. 연예인들도 여럿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 ||
만약 1억 원을 투자해 한 달에 이자가 500만 원씩 발생하는 사업이 있다면,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 100% 원금이 보장되는 사업이라면 누구나 투자하려 달려 들 것이다. 한 달에 500만 원씩 1년이면 6000만 원, 연 이율이 60%나 된다. 불법 고리 사채업에 투자해도 벌기 힘든 규모의 수익이다.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사업인 셈.
요즘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바다이야기’ 파문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품권 사업이 바로 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다. 상품권 발행사로부터 상품권을 사들여 각 지역 유통 업자에게 상품권을 공급하는 소위 ‘총판’에 돈을 투자한 이들이 이같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총판 업자가 발행사로부터 구입하는 5000원 권 상품권의 가격은 4750원 선. 이를 다시 지역 유통 업자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총판업자는 장당 15원가량의 수익을 올린다. 따라서 1억 원어치 상품권(5000원 권 2만 장)을 구입해 넘기면 30만 원가량을 벌게 된다. 이렇게 한 달이면 900만 원가량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를 총판업자와 투자자가 나누는 데 투자자에게 300만 원에서 500만 원가량이 돌아가는 것이다.
원금 보장도 확실하다. 아침 일찍 발행사에 들어가 현금으로 상품권을 구입해 오전 중에 이를 다시 지역 유통 업자에게 넘기면 원금에 수익이 더해진 현금이 손에 들어온다. 채 몇 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현금이 순환하는 만큼 위험성이 거의 없는 사업이라는 얘기다.
연예인이 여기에 동참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들의 현금 보유력이 밑바탕이 되어 있다. 총판 입장에선 돈을 굴리는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수익이 늘기 마련이다. 애초 10억 원가량을 돌리던 총판업자가 자본을 15억 원가량으로 늘려 좀 더 많은 상품권을 확보하게 되면 수익도 급증하게 된다. 따라서 총판 업자는 투자자를 끌어 모아서라도 사업을 키우려 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려온 한 연예 관계자는 “아는 후배가 급하게 1억 원을 만들 수 있냐고 물어왔다. 원금 보장이 확실하고 매달 500만 원씩 이자를 준다기에 솔깃했지만 사채를 얘기하는 것 같아 거절했다”면서 “나중에 보니 그 후배가 상품권 총판을 운영했는데 사업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투자자를 끌어 모았던 모양”이라고 얘기한다.
놀라운 부분은 방송인 A 씨가 그 총판 업자에게 1억 원을 투자했다는 내용이다. A 씨 역시 평소 그 총판업자를 알고 지내왔는데 같은 제안을 받고 1억 원을 투자하게 됐다는 것.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돼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게 상품권 사업인지도 모르더라”고 말하는 이 연예 관계자는 “본래 여유 돈을 사채 시장에서 돌려 쏠쏠한 수익을 올려왔는데 더 높은 수익률과 원금 보장성을 약속해와 투자한 모양이다”라고 설명한다.
연예인이 상품권 사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매개 역할은 대부분 조폭의 몫이었다. 바다이야기와 조폭은 게임개발, 업소 운영, 상품권 유통 등에서 폭넓게 연계되어 있다. 그리고 연예인과 조폭 역시 밤무대 등을 중심으로 상당한 유착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수십 년 동안 활동해온 중견급 연예인이나 밤무대에 자주 서는 가수와 개그맨의 경우 일정 간격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여전히 있다. 이런 상관 관계를 통해 연예인의 상품권 사업 투자가 이뤄져온 것이다.
눈길을 끄는 사안은 상품권 사업에 현금을 투자한 연예인 대부분이 비교적 좋은 이미지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사람들이었다. 평소 근검절약하며 사는 것으로 알려진 방송인 B 씨 역시 수억 원을 상품권 사업에 투자했다고 한다. 또한 여가수 C 씨도 상당한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본인이 아닌 소속사가 투자한 형식이라 본인도 이를 알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 외에도 D 씨를 비롯한 개그맨 여럿이 상품권 사업에 돈을 투자했다고 한다.
성인 오락실에 지분을 투자한 연예인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상품권 사업에 돈을 투자한 연예인은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바다이야기 파문의 중심이 서서히 상품권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 과연 어디까지가 수사 대상이 될 지는 분명치 않지만 몇몇 연예인이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이번 사안에 연루된 연예인들은 긴장된 눈빛으로 최근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단순한 사채로 알고 돈을 투자했다는 방송인 A 씨는 이제야 각종 신문을 뒤적이며 바다이야기와 상품권에 대해 공부 중이라고 한다. 만약 상품권과 관련해 연예인까지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된다면 바다이야기 사태가 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