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내겐 미칠 것 같은 고민이었다
▲ 영화 데뷔작 <날라리 종부뎐>의 개봉을 앞둔 박정아. 그녀는 솔직한 인터뷰로 기자를 감동시켰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아이러브스타’ 코너를 진행하며 수많은 연예인과 인터뷰를 가졌지만 박정아와의 인터뷰처럼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인터뷰는 처음이다. 때론 싸우는 듯 격정적인 분위기가 때론 눈물이 스칠 만큼 뜨거운 분위기로 이어진 인터뷰에서 기자는 박정아의 깊은 속내를 접하게 됐다. 화려한 스타가 보여준 솔직한 속내를 글로 풀어내야 한다는 게 상당한 부담이었을 정도다.
인터뷰는 시작부터 그의 깜짝 놀랄 솔직함으로 장식됐다. 인터뷰에 앞서 가진 사진 촬영 내내 그의 뛰어난 몸매에 감복한 기자는 우선 몸매 관리 비결을 물었다. 예상했던 모범답안은 ‘운동’ 내지는 ‘음식조절’. 그런데 박정아는 “부모님이 주신 선물이에요. 가족들 모두 체형 자체가 살이 안찌는 편이에요”라며 “바쁜 스케줄로 잠을 잘 못자고 피곤해 살 찔 겨를이 없는 것도 일종의 비결이지요”라고 말한다.
이제 두 달이 다 돼가는 DJ ‘별밤지기’로서의 일상을, 그리고 개봉을 앞둔 첫 영화 주연작 <날라리 종부뎐>에 대해 얘기하며 인터뷰는 다시 일상적인 분위기로 돌아왔다. 그런데 영화 관련 이야기를 주고받다 가수와 배우 가운데 어느 길에 더 의미를 두냐는 질문이 나오자 박정아가 급격히 진지 모드로 돌입했다.
“왜 단정지으려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팬들에게 노래와 연기 등 다양한 선물을 정성껏 준비하는 거예요. 받는 분들이 싫으면 선물을 다시 돌려주겠지만 드리는 저는 늘 최선을 다해 선물을 준비하고 싶거든요.”
박정아는 자신이 만능 엔터테이너가 된 이유가 고맙게도 찾아주는 곳이 많았고 그럴 때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란다. 가수로 활동하다 MC가 될 기회를 잡았고 MC가 되자 CF에 출연하게 됐고 CF를 통해 연기 권유를 받게 됐다고. 그런데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게 화려한 명칭이긴 하지만 정체성이 없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저 역시 정체성이 없다는 부분이 미쳐버릴 만큼 고민이었어요.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이제는 넓이보다 깊이에 신경 쓰고 싶어요. 얼마 전에 발표한 솔로 앨범을 만드는 데 제 모든 것을 집중하려 했던 것 역시 같은 이유죠.”
진지모드로 변화한 이후 박정아는 격정적으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솔직하다는 연예인을 많이 만나봤지만 박정아는 그 이상이었다. 원래 성격이 그런 걸까.
“사실은 낯을 많이 가리고 소심한 편이라 상처도 쉽게 받아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당당해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말이라도 당당히 해 스스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다 보니 성격도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얘기는 그가 ‘포스트 이효리’라 불리던 당시로 넘어갔다. 한동안 스포츠신문에선 이틀이 멀다하고 이효리를 1면에 올려 ‘이효리가 기침만 해도 1면 기삿감’이라는 얘기가 나돌았었다. 이런 분위기가 박정아로 옮아가 연일 스포츠신문 1면에 박정아가 등장하면서 ‘포스트 이효리’라 불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나친 관심은 드라마 데뷔작 <남자가 사랑할 때>가 좋지 않은 평을 받은 뒤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되고 말았다.
“이효리같이 멋진 분과 비교되는 게 영광이지만 나는 섹시하지도 않고 이슈메이커도 아니에요. 내 의지와 관계없이 ‘포스트 이효리’로 불리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어요. 그런 방식으로 스타덤에 오르기보단 제 색깔이 묻어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최근 SBS <야심만만>에 출연해 아픈 어머니와 힘겨운 가정사에 대해 털어 놓은 것을 언급하자 잠시 박정아의 눈가에 다시 물기가 스쳐갔다.
“연예인도 같은 사람이라 말하고 싶었나봐요.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께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고요. 안티 팬을 없애려, 인기 올리려 그런 거라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짧은 인터뷰로 인터뷰이(inter-viewee)를 평가하고 단정 짓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자 역시 박정아를 통해 화려한 톱스타의 내밀한 속내를 스쳐가듯 봤을 뿐이다. 그래도 솔직한 자신의 속내를 보여준 박정아가 무척 예뻐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