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이 부른 대참사
위험해서 선수들조차 조심해서 사용한다는 ‘니킥(Knee Kick·무릎 차기)’ 기술도 머리 몸 가릴 것 없이 사용했다. 조 씨의 반항이 무색하게 폭행은 두 시간가량이나 이어졌다. 결국 조 씨는 두개골이 함몰되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송 씨와 현재 사귀고 있었던 김 아무개 씨(여·32)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어째서 송 씨는 한때 연인이었던 조 씨를 이처럼 잔혹하게 폭행한 것일까.
한때는 연인이었던 송 씨와 친한 언니였던 김 씨에게 큰 배신감을 느낀 조 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송 씨가 나이어린 나를 두고 여덟 살이나 많은 김 씨를 만난다”며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듣고 격분한 김 씨와 송 씨는 지난 22일 송 씨의 원룸으로 조 씨를 불러낸다.
송 씨의 원룸을 찾은 조 씨는 김 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서로 감정이 격해지면서 폭언을 쏟아내기 무섭게 두 여자는 머리채를 잡고 원룸을 뒹굴기 시작했다. 조 씨의 폭언은 김 씨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조 씨는 한때 남자친구였던 송 씨에게도 원망과 배신감을 담은 욕설을 퍼부었다. 그때 조 씨의 폭언에 격분한 송 씨가 조 씨를 마구 구타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시간가량 이어진 잔혹한 폭행에 조 씨는 정신을 잃고 원룸 바닥에 쓰러졌다. 송 씨와 김 씨는 바닥에 쓰러진 조 씨를 두고 근처 공원으로 나갔다. 뇌진탕에 걸린 채 방치돼 있던 조 씨는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고 말았다. 사망한 조 씨는 송 씨와 함께 거주하던 집 주인에 의해 발견돼 경찰에 신고 됐다. 결국 다음날인 23일 새벽 공원을 배회하던 송 씨와 김 씨는 각각 살인혐의와 상해치사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대구지검 김천지청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송 씨가 킥복싱을 1년밖에 배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몸 자체가 흉기라고 볼 수 있다. 샌드백처럼 두 시간가량 마구 때리면 죽을 수밖에 없다”며 “조 씨가 정신을 잃었음에도 신고를 하거나 응급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무차별 폭행한 점을 미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것이 인정돼 송 씨는 살인혐의로, 김 씨는 상해치사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