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마우스 무한대 돌리기? 그게 언제 적 얘기야!
그 영향력 탓에 기업들은 신상품 출시와 함께 이른바 ‘실검 순위’를 예민하게 바라본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과 이를 관리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실검 1위’가 큰 영광이자 소원이기도 하다. 물론 구설수와 도덕적 비난에 따라 실검을 점령하는 예가 있듯,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일각에선 그 엄청난 영향력 탓에 실검 순위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검 순위를 광고 수단으로 보자면, 정말 이만한 광고판이 없기 때문. 특히 별 이슈가 안 되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검색어가 순위에 오를 때면, 이러한 의혹은 슬며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일단 포털 측은 ‘실시간 검색어 산정은 특별한 알고리즘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한정적 답변만 내놓는다. 이 알고리즘은 온라인 사업자들의 영업비밀로 통한다. 일각에서는 그 폐쇄성을 두고 ‘알고리즘 권력’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한 포털이 한정적으로 밝힌 기준으로 본다면, ‘특정 기준 시간 내에 사용자가 검색창에 집중적으로 입력하여 과거 시점에 비해, 또한 다른 검색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위가 급격하게 상승한 비율을 기준’, ‘동일인 동일단어 두 번 입력은 하나로 산정’, ‘차트 검색어 클릭은 산정 제외’, ‘특정 시간대에 일상적으로 입력되는 검색어는 제외’ 등 정도다. ‘특정 기준 시간’과 ‘동일인 판단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법은 알 길이 없다.
실검 순위의 조작 가능성에 대한 답을 내리자면, 취재결과 절반은 정답이며 절반은 거짓으로 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케팅 업계의 ‘뒷골목’에선 이러한 실검 순위 산정 원리를 연구하고 파악해 조작을 시도하고 있고, 포털은 이에 대항해 그 산정 방법을 보완하고 바꿔가며 방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마케팅 업계 내부에선 몇몇 업자들에 의해 돈을 받고 이러한 조작 작업에 나선 일이 꽤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몇몇 이러한 업자들은 포털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를 하는 바람에 철장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과거 이러한 ‘실검 순위 조작’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마케팅 업자 A 씨를 만나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일단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전인 2010년 이전엔 전적으로 ‘오토마우스’를 활용한 권역별 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오토마우스는 특정 시간과 특정 좌표를 입력하면 반복해서 해당 지점을 클릭할 수 있는 마우스 툴을 말한다. 다음은 A 씨의 말이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실검 순위 조작이 매우 활발했다. 일반 기업과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사주를 받고 일부 마케팅 업자들이 범행에 나섰다. 그 대가가 수천만 원을 호가했고, 성공수당도 있었다. 방법은 꽤나 간단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일단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IP가 집중적으로 오가는 전국 5대 권역에 캠프를 차리고 작업에 나선다. 당시 업자들은 오토마우스를 활용해 특정한 간격으로 특정 단어를 자동으로 입력하는 단순작업을 통해 실검 순위를 올렸다.”
이 방법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미 관행화된 수법 탓에 포털들은 자신의 취약점을 개선했고, 더군다나 업자들의 범행 방식은 수사기관의 눈을 피하기 어려웠다. 특히 2010년 이후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엔 의미가 없어졌다. 물론 업자들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2010년부터는 실검 순위 조작에 스마트폰이 활용됐다. 특별한 ‘툴’이 이용됐다. 한 PC에 수십 대의 스마트폰을 한꺼번에 연결해 중앙에서 통제하는 방법을 썼다. 그 툴만 있으면, 동시에 통제가 가능했다. 나머지는 오토마우스를 이용하는 앞서의 방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젠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이유는 지난해부터 몇몇 포털이 실검 순위 산정에 있어서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검색을 활용하기 시작했기 때문. A 씨는 “이것이 결정타였다. 지난해부터 포털들이 앱을 통한 순위 산정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업자들의 조작이 사실상 원천 봉쇄됐다”라며 “앱은 개인인증이 가능하다. 동일인 감식이 완벽하게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예전 같은 수법은 소용이 없어졌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현재는 불가능하지만, 또 다시 새로운 조작 수법이 고안 될지는 모르겠다”라며 묘한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어쩌면 실검 순위 산정의 공정성을 위한 포털의 방어와 이를 뚫기 위한 일부 그릇된 업자들의 공격은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