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알몸이 인터넷에…범인은 남편
한 주부가 자신의 모습을 몰래 찍어 음란 사이트에서 공유한 남편에 관한 분노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이슈가 됐다. 오른쪽 사진은 음란 사이트에 올라온 아내 몰카 사진들.
지난 14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제 몸 사진을 공유한 남편’이라는 제목으로 사연이 올라와 이슈가 됐다. 글쓴이는 욕실에서 씻는 자신의 모습을 몰래 찍어 남편이 음란 사이트에 공유했고, 남동생이 우연히 자신의 사진을 발견해 알게 됐다고 사연을 올렸다. “사이트에도 계급이 존재한다. 남편은 상위 클래스였다”며 “집에 설치된 몰카는 없고 전부 휴대폰으로 찍은 것 같았다. 저질 삼류 포르노에서나 쓸 법한 얘기가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하철 계단이나 공중화장실에서 일어나는 몰카 피해는 주의를 기울인다면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지만, 아내 몰카는 얘기가 다르다. 집은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이기에 의심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아내들의 안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음란 사이트에는 직접 찍은 사진들이 대거 올라와 있다. 평범한 실내복을 입고 있는 사진이나, 샤워를 하는 모습, 옷을 갈아입거나 심지어 잠들어 있는 아내의 모습을 찍어 올린 사진들도 있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음란한 말과 함께 “야플(야한 댓글), 욕플(욕설 댓글) 부탁한다”는 글을 올린다.
실제 한 이용자는 ‘첫 출산 후 예전 몸매로 돌아가는 마눌’이라는 제목으로 엉덩이를 내민 자세로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에는 “초대남 필요하면 찾아달라”, “마사지 해드린다”는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옷차림새, 가구, 실루엣만으로도 아는 사람은 충분히 알아차릴 법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아내 몰카 찍는데 너무 스릴 있다. 성관계 중에도 휴대폰 숨겨서 영상 찍었다”는 글을 올렸다.
음란 사이트에서는 아내 몸캠을 잘 찍는 법에 대한 노하우도 공유되고 있었다. 한 이용자는 “몰카 찍을 때 휴대전화 고정해두는 법을 알려 달라”는 글을 올렸고, ‘상의 주머니에 카메라만 나오게 한 뒤 걸어놓고 찍어라’, ‘티슈 상자를 이용해라’는 등의 답글이 달렸다.
몰카를 찍는 방법 역시 다양했다. 아내가 뒤돌아 있거나, 샤워하는 문틈으로 몰래 사진을 찍는 건 ‘하수’다.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찍는 ‘스파이캠’ 어플을 설치해 영상을 찍거나, 볼펜, 자동차키, 시계 모양의 몰카 장비를 사들여 본격적으로 찍는 이들도 있다. 소형 HD 카메라인 ‘액션캠’을 활용한다는 이들도 있다.
이런 기막힌 ‘외도 아닌 외도’를 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는 걸 알아차린 아내들은 술렁이고 있다. 음란 사이트에서 평소 쓰는 아이디와 이메일을 검색해 이용 여부를 확인해볼 것을 권유하는 글들이 주부 커뮤니티에 돌고 있다. 실제 색출에 성공해 ‘멘붕’에 빠졌다는 아내들의 사연도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한 주부 커뮤니티 이용자는 “같이 산 지 4년이 지났지만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일단 잡아떼고 보는데 괜한 오해를 하는 건 아닌지 잘 모르겠다”며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아내들이 ‘눈에 불을 켜고’ 대대적인 색출에 나서고 있지만 남편의 이용 여부를 확인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가입 시 어떤 인증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이트는 휴대전화나 이메일, 아이핀 등으로 실명인증, 성인인증 등을 하지만 음란 사이트는 예외다. 이메일만 적으면 가입에 문제가 없다. 해당 사이트에만 이용하는 이메일 주소를 따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또 가입 시 생년월일을 적도록 하고 있지만 가짜로 적어도 가입에 제한이 없다. 아이디를 적는 곳에는 “타 미니홈피, 블로그 등에서 사용하는 동일 아이디 선택 시 본인의 홈피·블로그 주소가 유추될 수 있으므로 아이디 선택에 신중하라”는 안내 문구까지 친절히 적혀 있다. 올라오는 사진의 양도 방대해 일일이 확인하며 본인 것이 올라왔는지 확인하기도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다.
법무법인 감사합니다의 송명호 이혼전문변호사는 “아내 몰래 몸캠을 공유하는 건 명백한 이혼사유다. 또 아내의 동의를 받아 촬영했더라도 유포에 대한 동의를 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몰카 장비의 놀라운 진화 이제 차키까지 의심해야 하나 부부 사이에 신뢰보다 중요한 건 없다. 하지만 의심할 만한 정황이 포착됐다면 샅샅이, 꼼꼼히 확인해야겠다. 나날이 발전하는 몰카 장비 때문이다. 차키형 몰카와 곰인형 몰카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초소형 몰카는 캄캄한 밤에는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초소형 적외선 카메라까지 등장해 어떤 상황에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자동차키, 볼펜, 벽걸이 시계 등 외양도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시중에서 20만~30만 원대면 고성능의 몰카를 살 수 있다. 온라인에서 팔고 있는 자동차키형 캠코더는 버튼을 누르면 차키가 나오는 것과 문 열림, 잠김 버튼까지 달려 있어 감쪽같다. 적외선 촬영까지 가능해 빛 한 점 없는 곳만 아니라면 꽤 해상도 높은 촬영이 가능하다. 낮에는 HD화질로 촬영할 수 있고, USB로 연결해 파일을 옮겨 담을 수도 있다. 집안에 놓인 인테리어 용품이나, 소형가전 모양으로 카메라가 내장된 제품도 있다. 와이파이 공유기나 곰 인형, 액자 모양을 하고 안쪽에는 소형 카메라가 눈에 띄지 않게 숨겨져 있다. 심지어 저장된 영상을 외부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하는 기능도 있다. 안경이나 손목시계, 넥타이 형 상품도 해상도와 용량에 따라 30만 원 안팎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