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3’ 물류사 나오자 ‘공룡’들 우르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신세계그룹, CJ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동부익스프레스는 육·해상물류,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 동부고속, 렌터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등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가 가지고 있는 인천, 부산 등 해상물류를 위한 항만운영권도 매력적이다. 동부인천항만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12억 원과 168억 원으로 알짜사업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 이번 인수전에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70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된 매각가격은 뜨거운 인수 열기로 최대 1조 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점쳐진다.
먼저 예비입찰에 참여한 CJ대한통운의 의지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최대 물류업체인 CJ대한통운은 2020년까지 매출 25조 원의 글로벌 5위권 물류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부재로 M&A 경쟁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초 싱가포르 물류업체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서 일본 물류기업인 KWE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또한 CJ그룹은 과거부터 준비했던 사업도 줄줄이 포기했다.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하던 인천 굴업도관광단지 내 골프장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으며 지난해에는 동부산관광단지 영상테마파크 사업에서도 손을 뗐다. 이에 CJ대한통운은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서 배수진을 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익스프레스를 품에 안아야 시장지배력 강화는 물론 글로벌 5위 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초석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그룹의 ‘캐시카우’인 이마트를 내세워 동부익스프레스전에 나섰다. 온라인몰 급성장으로 택배사업 필요성이 커지면서 물류기업 인수를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에 온라인몰 전용 물류센터를 세웠으며 2020년까지 총 6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동부익스프레스가 가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11.11%도 필요한 상황이다. 신세계가 현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48.29%를 보유 중인데 이마트가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신세계그룹은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한일고속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9.55%를 930억 원에 사들이는 등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확보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세계와 이마트는 지난 5월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삼성생명 지분 600만 주를 총 6552억원에 팔아 자금력도 확보한 상태다. 이와 함께 이마트는 올해 들어서 7000억 원의 회사채를, 신세계는 3억 달러 규모의 해외 영구채를 발행하는 등 실탄을 차곡차곡 준비해뒀다.
현대백화점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도 물류비용 절감에 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한섬, 현대리바트 등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은 연간 1000 억원가량의 물류비용을 쓰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비용절감은 물론 물류사업을 신성장 사업으로 키울 수도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해 오던 현대로지스틱스를 롯데가 인수하면서 자체 물류망을 확충할 필요가 생겼다. 대부분의 물류를 현대로지스틱스에 의존하던 현대백화점그룹은 경쟁사에서 이를 가져가면서 다른 택배업체들로 물량을 분산시켰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면서 현대백화점이 계속 이용하기에는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현대백화점그룹 고객의 소비패턴 등이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동부익스프레스가 가진 다른 사업들보다 B2C 택배사업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는 신성장동력 확보와 비용절감 등의 시너지를 위해 물류사업에 그간 눈독을 들여왔다. 지난 2013년에 자회사 엠프론티어를 통해 중견 물류설비업체 코파스를 85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한국타이어는 전 세계 판매량의 50%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전체 판매량의 80%를 180여 개 국가에서 판매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물류업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공동으로 세계 2위 공조부품제조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하는 등 덩치가 커지면서 물류기업에 대한 니즈는 더 커졌다. 애초 한국타이어는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추진했지만, 동부익스프레스에 집중하기 위해 포기했다. 한국타이어가 KT렌탈 인수전에 1조 원을 써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 확보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한국타이어의 현금성 자산은 1조 1700억 원 수준으로 부채비율이 낮아 회사채 발행 등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도 가능하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부익스프레스 같은 물류체계를 갖춘 기업은 당분간 매물로 나오기 쉽지 않다”며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CJ, 한국타이어 등 대기업이 대거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도 신성장동력 확보와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인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가격이 너무 올라 포기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사모펀드와의 연계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산업은행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투자자들을 상대로 약 한 달 정도의 실사 기회를 부여하고 늦어도 9월 초에 본입찰을 실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모든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진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