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입는 게 바로 ‘여권 신장’
왼쪽은 팝가수 퍼기. 오른쪽 사진은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이처럼 배꼽까지 올라오는 커다랗고 헐렁한 팬티는 모름지기 할머니 혹은 어머니 세대의 전유물로 생각되어 왔다. 젊은 여성들이 이런 팬티를 입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유행이 바뀌고 있는 듯하다. 더 이상 팬티의 끈이 얼마나 얇은지가 섹시함을 나타내는 시대는 지났다. 이른바 ‘할머니 팬티’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 미국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할머니 팬티’도 충분히 섹시하고 여성스러울 수 있다는 인식이 서서히 퍼지고 있다. LA의 마케팅 교수인 지텐더 세데프는 “Y세대는 할머니 팬티를 섹시하다고 여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에서 할머니 팬티의 매출은 17% 증가했으며, 할머니 팬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속옷 회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0년 처음 할머니 팬티 컬렉션을 선보인 뉴욕의 ‘텐 언디스’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디자이너인 다프네 제비치는 “이렇게 커다란 팬티는 모든 체형의 여성들의 몸을 올바로 감싸준다”고 말했다. 또한 편안하면서 충분히 예쁜 속옷이 더 이상 어린이나 노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할머니 팬티가 각광받고 있는 것은 단지 편안함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보다 깊은 의미가 있다고 세데프 교수는 말한다. 그는 “젊은 여성들이 남자 혹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해서 속옷을 고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할머니 팬티는 젊고 새로운 ‘여권 신장’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왼쪽은 할머니 팬티를 입은 배우 레아 미셸. 오른쪽 사진은 ‘미앤유’의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뒷부분에 ‘페미니스트’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런 유행의 변화는 할리우드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주인공 아나스타샤 역을 맡은 다코타 존슨이 섹시한 끈팬티나 레이스 팬티가 아닌 엉덩이를 다 덮는 할머니 팬티를 입고 등장했다는 점은 요즘의 이런 변화를 잘 나타내고 있다.
또한 모델 크리시 타이겐은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할머니 팬티를 입고 각선미를 뽐내는 사진을 올렸는가 하면, 킴 카다시안은 시스루 원피스 안으로 할머니 팬티를 착용한 모습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