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한번 못 해보고… 넘 외로워요”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올해 25세가 된 임성언은 촬영 현장에서 막내 배우다. 남편 ‘장준혁’ 역할의 김명민이 열한 살 연상이고 장준혁의 애첩으로 임성언의 경쟁 대상인 김보경 역시 일곱 살 연상이다. 원작인 일본 드라마와 가장 큰 차이점을 갖는 캐릭터 역시 임성언이 맡은 장준혁의 부인 역할이다. 일본 원작이 뇌쇄적인 데다 애첩과 맞서기도 하는 당당한 캐릭터라면 임성언이 연기하는 한국판의 캐릭터는 다소 철은 없지만 애교 만점의 의사 부인이다. 딱딱한 남성 드라마에서 톡톡 튀는 홍일점이 되어줄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는 것. 임성언은 자신이 <하얀거탑>에 출연하게 된 것은 순전히 ‘마빡이의 힘’이라고 한다.
“데뷔 당시부터 늘 이마를 가리는 헤어스타일을 고수해 왔어요. 최근 출연한 <연개소문>은 사극인 까닭에 어쩔 수 없이 고유의 헤어스타일을 포기해야 했어요. 데뷔 이래 처음으로 이마를 드러낸 <연개소문>을 본 안판석 감독님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게 됐어요. 이 정도면 ‘마빡이’로의 변신이 대성공 아닌가요?”
임성언은 말 그대로 혜성처럼 연예계에 데뷔했다. KBS <자유선언 토요 대작전>의 인기 코너로 남성 스타들과 일반인 여성(으로 보이나 실제는 대부분 연예 지망생이었던)의 미팅을 소재로 한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에 출연하며 깜짝 스타로 등극한 것. 임성언과 마찬가지로 ‘산장미팅’ 출연을 계기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들은 윤정희 남상미 서지혜 강정화 김빈우 등이 있다. 지금은 임성언보다 더 많은 인기를 자랑하며 폭넓은 활동을 보여주는 이들도 여럿이지만 ‘산장미팅’ 방영 당시 최고의 인기 스타는 단연 임성언이었다.
그 누구보다 화려한 출발이었지만 깜짝 스타라는 한계가 분명했고 임성언은 스타가 아닌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작품에 조연급으로 출연하며 경험과 기량을 쌓아왔다. 데뷔 초기의 폭발적인 인기가 그립기도 하지만 여러 작품을 거치며 자신의 연기가 깊어지고 있음을 느끼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요즘 임성언이 가장 힘든 부분은 ‘외로움’과의 싸움이란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는 바람에 연애 한 번 못해보고 20대 초반을 보내고 말았다고. 결정적인 계기는 절친한 사이인 왕빛나의 결혼 소식이다.
“쌍춘년이라고 지난해엔 결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특히 얼마 전에 (왕)빛나 언니까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번에 결혼식 가면 신랑 측 하객들을 유심히 살펴보려고요^^.”
임성언이 느닷없이 결혼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자 옆에서 매니저만 애가 타는 눈치다. 그렇다면 극중 김명민과 이선균으로 구분되는 두 가지 남성상 중에선 어떤 남성이 더 이상형에 가까울까. 이 질문에 대답을 못하는 임성언은 결국 “두 남자 모두 좋아요”라고 얘기하고 만다. 아직 결혼하기엔 남자를 바라보는 눈이 너무 높은 게 아닌가 싶다.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 전 가수 유니를 죽음으로 몰고간 우울증으로 옮아갔다.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연예인이 상당수라고 한다.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연예인만큼 마음 고생이 심한 이들도 없는 거 같아요.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스트레스 수치가 상당히 높게 나왔어요. 평소 즐겁게 지내오던 터라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거의 없다고 여겨왔는데 그 얘길 듣고 깜짝 놀랐어요. 그만큼 연예인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인 거 같아요.”
최근 곽지민과 호흡을 맞춘 인디영화 <소녀×소녀>를 통해 주연 신고식을 치른 임성언은 이번 드라마 <하얀거탑>을 통해 중년 남성 시청자들에게도 확실한 눈도장을 찍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깜짝 스타가 아닌 배우 임성언, 그의 연예생활 제2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