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할리우드 갈 거예요”
데뷔 당시부터 스타성을 인정받으며 기대주로 손꼽혀온 신민아는 예상외로 오랜 정체기를 겪으며 아직 톱스타로 발돋움하지 못했다. 이런 신민아에게 2007년은 ‘고인 물’에서 벗어나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할리우드 진출을 목전에 두고 마니아 드라마로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 신민아를 드라마 <마왕> 제작발표회에서 만났다.
쉽지 않은 길이 될 전망이다. ‘마니아 드라마’로 분류되는 드라마는 탄탄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흥행성에선 기대치가 높지 않아 배우 입장에선 내실을 위해 화려함을 포기해야 한다. 게다가 이번 드라마에서 신민아가 맡은 ‘서해인’이라는 캐릭터는 사이코메트리라는 초능력을 지닌 역할로 사건의 단서가 되는 타로카드의 달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이코메트리와 타로카드와 관련된 철저한 사전 공부가 밑바탕 되지 못하면 자칫 어설픈 연기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
“새로운 캐릭터를 찾던 중 <마왕>은 드라마 자체가 새로운 데다 해인이라는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어요. 미국에선 남성은 10명 중 1명, 여성은 4명 중 1명이 이런 능력을 가졌음이 실험으로 밝혀졌을 만큼 많이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소재예요. 저도 이번 드라마에 캐스팅돼 처음 알게 됐으니까요. 실제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분을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런 분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외국 서적을 보며 상상으로 사이코메트리를 연기해야 한다는 게 상당한 부담이에요.”
사이코메트리란 일종의 투시로 시계나 사진 등 특정 물건에 손을 대 소유자에 관한 정보를 읽어내는 심령적인 행위를 지칭한다. 외국에선 범죄 현장의 유류품을 통해 범인이나 피해자의 행방을 추적할 때 사이코메트리가 사용되기도 하는데 드라마 <마왕>에선 신민아가 사이코메트리를 통해 형사인 엄태웅의 수사를 돕는다.
▲ 3월 12일 드라마 <마왕>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신민아.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어렸을 때 타로카드 관련 책을 읽고 주위 사람들에게 엉터리 타로 점을 봐주곤 했었는데 아마도 내가 이 역할을 맡을 것을 미리 감지한 게 아닌가 싶어요. 이번 드라마를 위해 타로카드 전문가를 만나 정식으로 배웠는데 배울수록 어려운 거 같아요.”
신민아는 드라마 <마왕>에 출연하는 게 상당한 부담이었다고 토로한다. <부활>을 사랑해준 마니아 시청자들의 기대가 가장 먼저 압박감으로 다가왔고 너무 좋은 감독과 스태프, 그리고 ‘엄포스’ 엄태웅과 ‘주블랙’ 주지훈까지 쉽지 않은 조합에서 행여 자신이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욕사마’ 박찬홍 PD와의 작업도 힘들었다. 누가 봐도 학자풍의 온화한 이미지인 <마왕>의 박찬홍 PD는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호통을 치는 것으로 유명해 별명이 ‘욕사마’일 정도다.
“촬영 전부터 살짝 겁이 났던 게 사실인데 예상외로 감독님이 저를 너무 예뻐해 주세요. 아직 크게 혼난 적이 없거든요. 그래도 여전히 조금은 겁이 나요. (엄)태웅이 오빠 말로는 지금이 폭풍전야래요.”
아쉽게도 신민아는 흥행성과는 약간 거리를 둔 배우다. 영화 <화산고> <마들렌> <달콤한 인생> <야수와 미녀>, 드라마 <때려> <이 죽일 놈의 사랑> 등 그의 필모그래피는 대부분 탄탄한 작품성을 자랑하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지만 대부분 흥행에선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번 드라마 역시 마니아층의 절대 지지를 받겠지만 시청률은 높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아직 해온 일보단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요. 당장의 흥행 성적보다는 한 발짝씩 성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싶어요. 드라마 <마왕> 역시 흥행 대박은 어렵겠지만 몇 년 뒤 제가 스물네 살에 <마왕>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게 보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한 발짝씩 성장하는 배우, 그럼 다음 발걸음은 어디일까. 홍콩은 물론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는 흥행메이커 곽재용 감독의 영화 <무림여대생>에 출연한 신민아는 이 영화 개봉과 함께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관심을 한몸에 받을 전망이다.
이미 할리우드 진출 계획까지 세워 놓은 신민아는 요즘 영어 공부에 한창이다. 최근 할리우드 진출이 성사된 전지현의 뒤에 곽 감독이 있었던 만큼 신민아의 할리우드 진출 역시 그리 멀지 않았음을 조심스레 예상할 수 있다. 이제부터 우리가 신민아라는 배우를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