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영화가 왜 청불(청소년 관람불가)인지부터 살펴보자. 각종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영화 <쓰리 썸마 나잇> 관련 네티즌들의 글에서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포털사이트에선 <쓰리 썸머 나잇>의 연관 검색어가 ‘청불 이유’일 정도다.
세 남자 주인공인 김동욱 손호준 임원희 등이 부각돼 있는 영화지만 꽤 여러 명의 여배우도 출연한다. 류현경을 중심으로 <대장금>의 얄미운 나인 ‘영로’ 역할로 기억되는 배우 이도은, 베이비복스 출신 배우 심은진, 그리고 걸그룹 달샤벳의 지율도 출연한다. 우선 이들의 청불 주요 장면을 언급하겠다.
‘이도은의 뒤태 전라 베드신’
‘지율의 수중 비키니 키스신’
‘심은진의 채찍을 휘두르는 본격 SM 장면과 전라 뒤태가 등장하는 베드신’
‘배우 류현경이 밧줄에 묶여 있는 장면’
이 정도면 상당히 파격적인 영화다. 베드신은 기본, SM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딱 여기까지다. 뒤태가 살짝 드러나는 장면이 몇 차례 등장하지만 정말 짧게 스쳐가듯 지나간다. 임원희가 밧줄에 묶여 있고 심은진이 채찍을 휘두르는 SM 장면은 에로틱과는 정반대의 장면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기는 장면 가운데 하나다. 파격적일 수도 있는 장면을 적절히 코미디 영화의 장르 안에 녹여 놓았다. 그만큼 코미디에 올곧게 집중한 영화다.
노출 수위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청불’이 된 이유는 영화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일상을 탈출해 휴가철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세 남성의 스토리다. 그들이 왜 거길 갔겠는가? 당연히 뜨거운 하루 밤을 보낼 여성을 찾기 위해서다. 게다가 실수로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음료수까지 마시면서 그들의 밤은 더욱 뜨거워졌다. 게다가 휴가철 해변이 배경인 터라 비키니 여성이 대거 등장한다. 따라서 전체적인 영화의 바탕색이 다소 야하다. 이런 까닭에 야하기 보단 웃기기에 집중한 영화임에도 ‘청불’이 된 것이다. 따라서 웃으려 이 영화를 보는 이들은 환영이지만 야할 까봐 이 영화를 보려는 이들은 그냥 여기서 발길을 돌리기 바란다.
이 영화에 대한 설명은 ‘김상진 감독 표 영화’라는 표현으로 정리된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계는 두 명의 장르 감독을 갖게 된다. ‘공포 영화’ 감독인 안병기와 ‘코미디 영화’ 감독인 김상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따라서 ‘안병기 감독 표 영화’는 공포 영화를, ‘김상진 감독 표 영화’는 코미디 영화를 의미한다. <쓰리 썸머 나잇> 역시 김상진 감독의 영화로 본격 코미디 영화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 그가 2000년대 초반에 선보인 수작 코미디 영화들에 비하면 <쓰리 썸머 나잇>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영화이긴 하다.
그렇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김상진 감독의 본격 코미디 영화라서 반갑다. 과거 그가 선보인 수작 코미디 영화들만큼 기발하지 못하고 독창적이지도 않다. 휴가철 대소동을 다룬 수많은 코미디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도 자주 등장하긴 한다.
그렇지만 코미디 영화의 기본에는 충실한 영화다.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인 코미디 감독인 김상진 감독의 기본기는 여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도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고교생들에게 붙잡혔던 탈주범이 12년 뒤 해운대 최고의 마약상이 돼 다시 성인이 된 당시의 고교생을 만나는 이야기, 게다가 이들이 중요한 마약 거래에 얽히면서 벌어지는 소동’이라는 전체적인 이야기 얼개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 그가 기존에 선보인 수작 코미디 영화를 생각하면 이리저리 아쉬움은 조금 많이 남는 영화이긴 하다. 그렇지만 웃자고 보는 코미디 영화인만큼 진지한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106분의 러닝타임이 즐겁게 지나갈 것이다.
@ 줄거리
<쓰리 썸머 나잇>은 세 남자의 이야기다. 그들과 악연인 한 남성, 그리고 그 악연으로 인해 인연을 맺은 한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교생 차명석(김동욱 분) 왕해구(손호준 분) 구달수(임원희 분)는 정의의 사도가 되고 싶다. 인근 여학교에 종종 나타나는 바바리맨을 잡겠다고 나선 이들은 바바리맨을 잡진 못하지만 한 여고생을 인질로 잡은 탈주범을 잡는 데 성공한다. 이로 인해 스타가 된 세 고교생은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꿈을 얘기한다.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은 명석, 의사가 되고 싶은 해구,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은 달수, 바로 이 세 남성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12년 뒤 의사가 되지 못한 해구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됐지만 실적은 미비하다. 그나마 제약회사 사장이 자기 아버지라고 속여 여자친구를 만들었지만 심각한 발기부전으로 위태로운 연애를 이어가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던 해구는 컴퓨터 회사에 취업은 했지만 프로그래머가 아닌 고객 상담 콜센터 직원이다. 그나마 명석은 법대에 들어갔지만 수년째 사법고시를 준비 중인 만년 고시생이다.
반면 명석의 여자친구인 지영(류현경 분)은 여자 최연소 사시 합격에 사법연수원까지 수석수료한 뒤 개업한 변호사다. 게다가 아버지는 병원장으로 엄청난 재력을 갖춘 여성이기도 하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엄청난 반전은 아니니 지영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바로 지영은 이들 삼인방이 고교 시절 탈주범을 잡을 당시 인질이었다. 그 인연이 명석과의 열애로까지 이어진 것.
넷이 함께 모인 식사 자리에서 지영은 명석의 고시 준비를 방해하는 달수와 해수를 구박하며 그들을 잉여인간이라고 비하한다. 오늘 밤 즐겁게 저녁을 먹고 내일부터는 명석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한동안 만나지 말아 달리고 부탁한 지영은 신용카드와 외제 오픈카를 명석에게 맡기고 자리를 떠난다.
삶이 고달픈 세 청년은 그날 밤 진탕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해 해운대로 떠나자고 의기투합한다. 지영의 신용카드와 외제차를 가지고.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부산으로 향하는 세 남성은 그들 앞에 얼마나 험난한 내일이 기다리고 있는 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한편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신종 마약을 유통하며 큰돈을 벌고 있는 마기동(윤제문 분). 그는 해운대 해변에서 대형 마약 거래를 시도하는 데 부하의 실수로 마약이 든 가방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배달 사고가 벌어진다. 마약이 든 가방을 잘못 손에 넣은 이들이 바로 명석, 해구, 달수 삼인방이다. 가방이 바뀐 것도, 그 안에 든 것이 뭔지도 모르는 이들은 여자를 꼬시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그런데 마기동은 바로 이들이 고교시절 잡은 탈주범이었다. 자신의 눈앞에 다시 나타난 당시의 고교생을 발견한 마기동은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며 복수의 칼을 간다.
그리고 신용카드 이용 문자를 본 지영 역시 명석을 잡으러 부산 해운대로 향한다. 그렇게 명석, 해구, 달수 삼인방과 기동, 그리고 지영까지 그때의 그들이 12년 만에 부산 해운대 해변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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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썸머 나잇>은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얘기다. 가볍게 즐기며 웃을 수 있는 영화, 비키니 미녀들이 대거 출연하는 만큼 나름의 가벼운 눈요기를 할 수 있는 영화다. 조금 억지스러운 설정이 종종 등장하고 황당한 설정도 눈에 띄지만 코미디 영화인만큼 그냥 그런 부분들도 웃기기 위한 하나의 장치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인다면 즐거운 관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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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부분 부분만 놓고 보면 분명 다소 억지스럽고 황당한 측면이 있다. 웃음을 위한 장치지만 그런 부분이 웃음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애매해지는 경우도 눈에 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얼개는 흐트러지지 않고 영화의 중심을 잡아 준다. 스토리 라인이 명확한 까닭에 자칫 산만해질 수 있었던 영화가 코미디라는 큰 틀에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꼭 봐야 할 영화까진 아니지만 기회가 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긴 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