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출근 도장을 찍은 이선자 방축지역아동센터장이 김군을 맞이한다. 명수를 시작으로 아이들이 줄줄이 센터 안으로 들어선다. 어느새 센터 내부는 시끌벅적한 소음으로 가득하다.
“선생님들이 출근하는 시간은 오전 11시인데 방학이다 보니까 아이들이 오전 9시부터 찾아와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출근시간이 앞당겨졌죠. 우리 아이들은 방학이면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일반 가정 아동들과는 상황이 조금 달라요. 도리어 집에서 돌봐 줄 가족이 없어 이른 시간부터 센터에 찾아오죠. 일부는 센터 문이 닫는 오후 10시에 집에 돌아가요.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것보다 센터에 일찍 찾아오는 것이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희망이음 교육지원대상기관인 방축지역아동센터 아동들과 이선자 센터장. /사진=희망이음
충남 아산시 방축동에 위치한 방축지역아동센터는 2008년 9인 시설로 개소했다가 지난 2012년 49인 시설로 확충한 아동복지시설이다.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 대부분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기초생활수급‧차상위가정, 장애부모가정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속한다. 현재 입소를 희망하는 아동 대기자만 13명에 이를 정도로 한 번 입소하면 전학을 가지 않는 한은 퇴소하는 아동은 극소수다.
이처럼 방축지역아동센터가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방축동에 유일무이한 아동돌봄시설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재능과 끼를 살려 꿈을 키워주기 위해 오케스트라, 축구단 등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와 꿈돌이 축구단은 방축을 포함해 아산시내 지역아동센터 40여 곳을 이용 중인 센터 아동들로 구성돼 있다.
한 재단의 지원으로 악기를 생에 처음 만져본 아이들은 어느새 매달 나눔연주회를 개최해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고, 샌들을 신고 막무가내로 공을 차던 아이들은 어느덧 축구복과 축구화를 갖춰 입고는 전국유소년축구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하루하루 성장해나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이 센터장은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러나 그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방축지역아동센터는 일반 지역아동센터에 비해 수용하는 아동 인원수가 많다보니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데 제약이 따른다.
아이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해주고 싶지만 재정적 여유가 없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센터 아이들 간의 학업 성취도 격차가 나타나는 현상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사교육은 먼 나라 얘기예요. 센터에서 나름대로 공부를 시킨다고 하지만 배움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죠. 물론 지역아동센터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동 보호지만 이왕이면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부 지원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수소문 해보고, 직접 발로 뛰어 알아보고 있어요.”
이 센터장의 각고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일까. 방축지역아동센터는 최근 교육나눔기업 희망이음으로부터 컴퓨터와 학습 교재를 지원받았다.
예산이 부족해 가질 수 없었던 새 컴퓨터와 새 문제집이었다. 또 희망이음 온라인 교육 강의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에듀백 카드도 전달받았다.
희망이음은 평등교육을 지향하는 교육기업으로, 특허(나눔실천형 상품거래시스템)에 기반한 교육나눔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는 후원이 결합된 희망이음 교육 콘텐츠를 구매하면 저소득층 아동의 교육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5만여 명의 구매고객을 통해 전국 지역아동센터, 보육원 등을 대상으로 컴퓨터 및 교재 지원과 더불어 사회 소외계층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선사하는 희망이음밥차 운영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컴퓨터나 문제집은 저희 지역아동센터에 꼭 필요한 것이었어요. 왜냐하면 기자재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예산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타 지역아동센터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를 살펴보면 대개 시에서 10년 이상 쓰다가 수리한 뒤 기부한 중고 기기예요. 희망이음에서 새 컴퓨터를 지원해준다고 했을 때 너무 놀라 제자리에서 팔짝 뛰었죠. 새 것을 받아본 적이 처음이었거든요. 또 센터에서는 문제집으로 공부하고, 집에서는 희망이음 에듀백 카드를 이용해 교과과목 위주로 공부할 수 있게끔 지도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희망이음 덕을 많이 봤네요. 저와 아이들의 걱정을 덜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 꼭 드리고 싶어요.”
이 센터장에게 49명의 아이들 모두 아픈 손가락이다. 티는 내지 않지만 다들 가슴 먹먹한 사연과 함께 크고 작은 아픔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부모의 애정과 관심에 목마른 아이들이다. 이 센터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아이들을 평생 책임질 수 없지만 제가 데리고 있는 동안에는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재능을 찾아주고, 학년‧학기에 맞는 교과학습을 비롯해 인성교육까지 모두 제가 수행해야할 몫인 거죠. 저의 센터 운영 철학은 거창하지 않아요. 그저 아이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면 무조건 추진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간다면 저에게 이보다 더 값진 행복이 있을까요?”
현성식 기자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