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도 다 보인다! 007 능가하는 ‘증거확보전쟁’
지난해 10월 A 씨는 ‘스파이앱’을 통해 부인이 바람피운 사실을 알게 되자 부인을 간통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불법으로 얻은 증거였기에 부인은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오히려 부인이 A 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했고, 지난해 12월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는 ‘역풍’을 맞았다. 게다가 지난 2월, 간통죄 위헌 판결이 났고 A 씨는 영영 부인의 죄를 물을 수 없게 돼버렸다.
하지만 A 씨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이혼소송을 통해 아내의 책임을 물었다. 물론 증거는 스파이앱을 통해 얻은 통화내용이었다. 형사재판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증거가 가정파탄의 책임을 묻는 ‘칼’로 쓰인 것이다. A 씨는 위자료 1000만 원과 매월 40만 원의 양육비, 친권과 양육권까지 얻어내는 ‘완승’을 거뒀다.
간통죄 폐지 후 배우자 불륜으로 인한 이혼소송에 미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확실한 증거를 통해 위자료와 양육권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일게 된 변화다. 간통죄 폐지 직후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되니 이를 보상하기 위해 이혼 시 위자료가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아직 위자료 액수에 큰 변화는 없다. 일부 판례에서 5000만 원 이상의 고액 위자료를 물어주는 경우가 있었지만, 간통죄 폐지의 영향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신 위태로운 부부들은 앞서 언급한 A 씨의 사례처럼 ‘확실한 증거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이 퍼지면서 증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보안장비 업체 홈페이지에 불륜시약 관련 문의가 계속 올라온다. 이 업체는 이용자 게시판을 통해 은밀히 판매하고 있다.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순진한 방법은 바로 ‘불륜시약’이다. 불륜시약은 배우자의 속옷에 묻은 정액을 검출하는 약이라고 알려져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불륜시약 상당수가 알칼리성 물질에 반응하는 가짜라는 사실이 매스컴을 통해 여러 차례 알려졌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약을 찾는 수요가 꾸준하다. 온라인 보안장비 전문샵이라고 광고하는 업체 홈페이지에는 불륜시약을 묻는 이들의 문의가 올라온다. 이 업체는 불륜시약을 판매물품 목록에 띄우지 않고, 이용자 게시판을 통해 은밀히 판매하고 있었다. 또 “달걀흰자, 우유 등에도 반응하는 시중의 가짜 제품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홍보했다.
흥신소를 찾는 발길도 여전하다. 한국탐정연맹본부 관계자는 “배우자 불륜증거 수집 문의는 꾸준히 들어온다. 과거보다 증거 수집이 중요해져 의뢰가 들어오면 이 부분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 달 300만 원에 일을 처리하며, 불법증거물 수집은 최대한 지양하고 있다. 간통죄 폐지로 간통한 사람은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불법증거 수집을 하다 걸리면 오히려 의뢰인과 업체가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의도치 않게 불륜증거 수집을 도와 호황을 누리는 곳도 있다. 휴대전화 복구업체다. 침수되거나 파손돼 휴대전화에 저장된 내용을 볼 수 없을 때 찾는 곳이지만, 요즘은 배우자의 불륜을 확인하기 위한 문의가 더 많다. 실제 한 업체에 “배우자 명의 휴대전화 메신저를 조회할 수 있느냐”고 묻자 “위임장만 갖고 오면 1년치 내역을 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 업체의 경우 휴대전화 복구비용은 40만 원이다. 휴대전화를 맡기며 5만 원을 내고, 업체가 대화건수·삭제건수 등의 수치를 알려주면 내용을 확인할지 말지를 선택하게 된다. 추가로 35만 원을 내면 상세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의심 가는 특정 번호, 저장된 이름이나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주면 해당 결과만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스스로 증거를 수집하는 이들도 있다. 통화를 자동으로 녹음하는 스파이앱을 배우자 몰래 설치하거나, 스마트폰 이메일 계정을 이용해 위치추적을 하는 방식이다. 민사소송 법률 조언을 해주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배우자 불륜 추적 경험담이 다수 올라와 있다. 한 카페 이용자는 “남편 휴대전화에 설치하면 내 휴대전화에서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는 앱이 있다. 앱은 반드시 ‘아이콘 숨기기’ 기능으로 숨겨야 한다. 또 남편 구글 계정 비밀번호를 알면 날짜별로 행적 추적이 가능하다”고 방법을 설명했다.
실제 원격으로 통화내용을 엿들을 수 있는 앱은 앱마켓에서 쉽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또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별도의 조작이 없다면 기본적으로 위치 정보가 기록된다. 이용자가 하루 동안 어디를 다녀왔는지 행적도 확인할 수 있다. 배우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알고 있다면 모두 가능한 일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부장은 “집안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거나 위치추적기를 이용했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사실 배우자 간통 증거를 합법적으로 찾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절대 하지 말라’고 강하게 조언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불법증거로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지라도 형사상으로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불법행위를 통해 명백한 증거를 찾는 순간 그 결혼은 완전히 끝났다고 보면 된다. 일말의 부부관계 회복 의지가 남아있다면 이런 행위는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최고 히트상품 ‘스파이앱’ 사용후기 흔적없이 스캔 완료! “스파이앱 서비스는 지금 안 하고 있다. 요즘 해준다는 곳은 돈만 받고 도망가는 곳이 대부분이다. 차라리 일주일 정도 뒷조사를 해보는 걸 추천한다.” 스파이앱 이용화면.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사이버 흥신소에 “남편의 휴대전화를 실시간으로 훔쳐볼 수 있느냐”고 문의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사이버 흥신소가 판치면서 경찰은 지난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때문에 관련 업체들 역시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요신문> 확인 결과 꼭 업체에 의뢰하지 않더라도 스파이앱은 생각보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기자가 접속한 스파이앱 사이트는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업체는 “부도덕한 직원이나 자녀가 해를 입는 것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더욱 생산적인 기업가 또는 부모가 되는 데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고 앱을 홍보하고 있다. 또 “모니터링에 대해 알리고 서면동의를 얻는다면 법은 귀하의 편이다”고 소비자를 안심시킨다. 스파이앱 상품은 컴퓨터 감시용과 모바일 감시용이 있다. 모바일 스파이앱은 기본형과 고급형 두 가지 사양이며, 기본형 사용료는 1개월 29.99달러(약 3만 5000원), 1년 99.99달러(11만 6700원)다. 고급형은 1개월 69.99달러(8만 1700원), 1년 199.99달러(23만 3500원)다. 기본형만으로도 감시할 수 있는 목록은 다양했다. 웹사이트 검색기록과 통화기록, 연락처 목록을 훔쳐볼 수 있고 문자송수신 내역 역시 확인 가능하다. 또 사진과 비디오 촬영 목록, 일정표 확인은 물론, 위치추적까지 가능하다. 굳이 비싼 돈을 주고 흥신소를 찾지 않아도 배우자의 불륜을 잡아내기엔 충분해 보였다. 설치 역시 간단했다. 기본형과 고급형 중 선택해 결제를 하면 비밀번호를 받는다. 결제 문자에는 스파이앱과 전혀 관련 없는 업체명이 찍혀 있었다. 설치 설명서는 영어로 돼 있지만 그림도 상세하게 첨부돼 있어 보고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영어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를 위해 24시간 전화상담까지 지원하고 있다. 앱을 까는 데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배우자가 샤워를 하는 등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충분히 설치가 가능해보였다. 상대방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고 나면 구매 시 등록한 이메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를 보내준다. 몇 시간이고 이용내역을 들여다보고 있어도 설치된 휴대전화에는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기자가 지인의 동의를 얻어 스파이앱을 설치해 직접 사용해봤다. 추적대상 휴대전화의 배터리 충전량, 와이파이와 GPS 연결상태 확인이 가능하고, 가장 많이 통화한 사람의 목록도 순서대로 표시된다. 문자송수신 내역도 볼 수 있어 카드 결제문자 확인이 가능했다. 더 놀라운 점은 ‘브라우저 히스토리’ 기능이다. 접속한 사이트 주소가 뜨고, 그 주소를 클릭하면 상대가 뭘 봤는지 볼 수 있다. 어떤 뉴스를 봤는지, 무슨 키워드를 검색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실시간으로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컴퓨터 앞에 앉아 감시대상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이동경로는 어떻게 되는지도 알 수 있다. 여기에 고급형을 선택하면 SNS 이용내역까지 훔쳐볼 수 있다. 앞서 강조했지만 이 같은 스파이앱 설치는 불륜증거 수집에 눈이 먼 이에겐 도움이 될지 몰라도 명백한 범죄행위다. 심각한 사생활 침해는 물론 다른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 경찰이 지난해 대대적인 단속을 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스파이앱 차단을 위해 휴대전화 보안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스마트폰에 암호를 반드시 설정하고, 백신프로그램을 최소 2개 이상 설치해 피해를 예방하라”고 조언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