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성 없는데…” 명당사수 묘안 고민중
박현주 회장이 풍수전문가까지 동원해 선택한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현재 주력 계열사들이 총집결해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한눈에 봐도 명당의 기운이 느껴지는 이곳은 박 회장이 풍수지리 전문가까지 동원해 특별히 선택한 자리다. 박 회장은 평소 “건물에서 기가 느껴진다. 외국 손님들이 그 기운에 눌려 협상에서 우리가 이길 때가 많다”며 센터원 빌딩의 위치에 몹시 흡족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센터원 빌딩에 주력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은 물론 미래에셋생명·캐피탈·컨설팅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총집결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래에셋은 증권사가 밀집한 여의도와 강남 노른자 땅인 대치동에도 사옥을 보유하고 있지만 박 회장의 뜻에 따라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을지로로 둥지를 옮겼다.
그런데 이르면 내년 3월, 박 회장이 각별히 아끼는 센터원 빌딩에서 미래에셋 간판을 단 회사들은 방을 빼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012년 단행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합병으로 계약주체가 바뀌면서 현행법을 저촉하게 됐기 때문이다.
사연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부동산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한 개씩을 조성해 센터원 빌딩을 매입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그룹의 부동산 운용을 맡고 있던 회사라 사옥 매입을 맡을 적임자였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센터원 빌딩에 입주한 것은 이듬해인 2011년 3월이었다. 당시 계열사들은 5년짜리 임대계약을 맺었는데, 계약 상대방은 센터원 빌딩 시행사인 ‘글로스타’였다. 글로스타는 시행사인 만큼 이 빌딩이 처음 건립될 당시부터 임대계약을 관리해왔고, 미래에셋 계열사들뿐 아니라 다른 입주업체들과의 임대도 책임지고 있는 회사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는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펀드와 임대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자산운용사가 자신이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를 지원하기 위해 해당 펀드가 소유한 건물에 입주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미래에셋의 경우 자본시장법의 취지와는 달리 고의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센터원 빌딩에 대한 박현주 회장의 애정이 각별한 데다, 합병작업으로 인해 일어난 오비이락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고민에 빠져있다. 상황은 십분 이해하고 있지만 법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편법은 아니지만 위법은 분명하다”면서 “미래에셋 측은 고의성이 없고 정당한 임대료를 내고 있는 만큼 예외를 적용해달라는 입장이지만 금융위원회에서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은 계약이 갱신되는 내년 3월까지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는 계약주체가 글로스타인만큼 문제가 없지만, 내년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임대계약자로 나서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위법’의 당사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센터원에서 나가거나, 다른 묘수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금융권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그룹의 모기업인 만큼 센터원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이 경우 법률 위반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는 점이 박 회장의 고민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입주했고, 정당한 임대료를 내고 있는 만큼 불공정거래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그룹의 입장”이라면서 “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예외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
광주제일고 선후배 박현주-박삼구 한판승부 우애 먼저? 실리 먼저! 박현주 회장은 요즘 광주제일고 14년 선배인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을 상대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6000억 원가량에 인수하려는 금호산업에 대해 “1조 원은 받아야 한다”며 퉁을 놓고 있는 것. 미래에셋은 금호산업의 핵심 채권자로, 사실상 채권단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실세로 평가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은행들을 상대로 한 매각가 낮추기 작업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고교 후배인 박현주 회장을 설득하는 데는 애를 먹고 있다. 왼쪽부터 박현주 회장, 박삼구 회장. 반면 박삼구 회장은 경영권 프리미엄은 500억 원 수준이며, 아무리 비싸게 쳐도 총액기준으로 7000억 원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주장을 계속 펴고 있다. 고교 선후배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돈독한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던 두 총수지만, 실리 앞에서는 냉정한 경영자인 셈이다. [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