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정액 발라라” 음란한 수업 기막혀
일부 남자 교사들이 1년 6개월 간 여학생, 여교사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추행과 희롱을 일삼아 충격을 준 G 고등학교.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 4일 오후, <일요신문>은 대형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위치한 G 고등학교를 찾았다. 지난 2013년 신설된 이 학교는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한눈에 봐도 깨끗하고 쾌적했다. 철제 담장 너머로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남학생들, 삼삼오오 모여 교정을 거니는 여학생들이 보였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교였다.
학생들의 표정도 차분해 보였다. 자습, 동아리 활동 등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등교했다는 한 여학생(16)은 “지난 7월 20일부터 방학이 시작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과 선생님만 학교에 남아있다”며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곁을 지나던 다른 여학생(15)도 “사건이 알려지기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의 이름을 듣자 이들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 <일요신문>이 만난 학생들은 모두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 가운데에서도 영어교사가 가장 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일부 학생들이 영어교사를 ‘악마’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어교사의 수업을 직접 들었다는 한 여학생(16)은 “해당 교사가 일부 여학생들에게 황진이, 춘향이 등의 별명을 지어 불렀는데, 그나마 수위가 낮은 편”이라며 “한 학생이 손을 다쳐 상처가 나자 ‘정액을 바르면 금방 낫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업 시간에 동물이 교배하는 영상을 틀어 놓고 남녀 간 성행위가 연상되는 말을 하거나, 포털 사이트에서 음란한 사진을 검색해 보여주곤 했다”고 덧붙였다.
이 학생의 담임 여교사는 학생들의 주장만큼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피해 여교사의 동료이기도 한 그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부 여학생은 영어교사로부터 ‘공부 이렇게 하면 졸업하고 미아리나 가야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며 “학생뿐만 아니라 복도를 오가며 여교사의 신체를 만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또 다른 가해자인 물리교사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놨다. 이들은 물리교사를 두고 ‘두 얼굴의 교사’로 표현했다. 해당 교사가 ‘입시 전문가’로 불리며 진학 상담을 전담하는 등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한몸에 받는 한편, 일부 여학생을 상대로 상당기간 성추행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로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지역 강연, 또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입시 상담을 했다. 지난해에는 G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반을 꾸리고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적극적인 입시 상담을 하기도 했다. 이 학교의 3학년 여학생(17)은 “대학 진학 관련 상담과 프로그램은 모두 물리교사가 담당했다”며 “대내외적으로 입시 전문가로 통하며 신뢰를 받았다”고 전했다.
G 고등학교의 다른 여교사는 “물리교사가 지난해 6명의 여학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모두 해당 교사가 꾸린 입시특별반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의 진학을 적극적으로 돕던 교사가 뒤에서는 성추행을 일삼아 일부 학생들이 ‘두 얼굴을 가진 교사’라고 불렀다”고 덧붙였다.
앞서의 여교사는 “일부 교사들이 교장에게 물리교사를 신고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교장은 ‘아직 고발되지도 않았고 추행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참다못한 한 학부모가 지난 2월 경찰에 물리교사를 고발한 것”이라며 “최근 교장이 물리교사 등의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여교사는 “교장이 물리교사와 친분이 깊다거나 해당 교사를 보호하려 묵인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알려진 바와 달리 교장은 물리교사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며 “학교 운영을 두고 두 사람 간 의견 충돌이 있어 물리교사도 교장을 불편해했다”고 전했다.
가해 교사들의 성추행 의혹을 교장이 묵인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여교사의 설명에 따르면 G 고등학교는 그동안 중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주로 몰린다는 소문이 있었고, 교장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이 여교사는 “결국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 학교 이미지가 더 손상될 것을 우려해 교장은 학교 내에서 해결하려 했던 것”이라며 “학교에 대한 교장의 잘못된 애착이 문제를 더 키웠다”고 주장했다.
가해 교사들은 현재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다. <일요신문>은 4일 가해 교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교사와 연락이 닿았으나, 그는 “교무부장과 이야기하라”며 대답을 피했다. G 고등학교 관계자는 “해당 교사들은 직위해제 됐다”며 “감사를 진행한 서울시교육청과 이야기하라”고 답했다. 교장은 자신의 성추행 및 직무유기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은 최초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1팀에 고발이 접수됐지만 서울시교육청의 요청에 따라 5일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 1팀으로 이첩됐다. 경찰은 앞서 검찰에 송치된 물리교사를 제외한 4명의 교사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당사자 간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고 피해자 가운데 어린 학생들도 있어 신중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사건의 경위 경찰 수사·특별감사 동시 진행 지난 7월 서울의 공립 G 고등학교에서 남성 교사 5명이 동료 여교사와 여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가해 혐의 교사 5명 중 4명은 경력 30년 안팎의 50대 교사이며, 1명은 해당 학교 교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파악된 성추행 피해자는 최소 여학생 20명, 여교사 8명이다. 추행과 별도로 가해 교사들로부터 수시로 성희롱을 당했다는 피해 학생은 13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해당 학교의 한 여학생이 “미술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학교에 신고하고, 이 학생의 담임교사가 지난 7월 14일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며 알려졌다. 민원을 접수한 서울시교육청은 15일과 16일 G 고등학교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다. 16일 미술교사와 영어교사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형사고발했다. 이들은 22일 직위해제됐다. 시교육청은 다시 지난 7월 20일부터 특별감사를 시작, 23일까지 전교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31일 교장과 국어교사를 직위해제하고 추가 고발했다. 물리교사는 이미 지난 4월 6명의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이 사건 수사는 서울교육청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서대문경찰서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시교육청의 요청에 따라 5일 서울지방경찰청의 성폭력특별수사대로 이첩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경찰수사와는 별도로 특별감사 범위를 확대해 진행하며 8월 중순 최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 |
피해자들 왜 1년 넘게 말 못했나 “그들에게 우린 을이었다” <일요신문>과 만난 학생들 중 일부는 “학교가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이 학생들은 영어교사의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이었고, 성추행 피해 학생의 친구였다. 이들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추행과 희롱 사실을 알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 “두렵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진학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특히 ‘입시 전문가’이면서 6명의 여학생을 성추행한 물리교사는 학생들에 대해 편애가 심했다. G 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성적이 우수하거나 자신을 잘 따르는 학생들은 과제나 수업태도가 불량해도 과학 성적이 항상 좋았다”며 “이러한 이유로 주요 과목 교사들과 마찰이 생기면 진학에 불이익이 생길까봐 걱정됐고 적극적으로 사실을 알리기 두려웠다”고 말했다. 피해 여교사들도 이 같은 학생들의 걱정과 두려움을 똑같이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여교사들은 대부분 20대 초반. G 고등학교가 첫 부임지인 초임이거나 기간제 교사(외부강사)다. 피해 여교사의 동료는 “어렵게 임용고시에 합격해 처음 부임한 여교사들이나 교사의 꿈을 품고 외부 강사로 지원한 교사들은 부장 교사(가해 교사)들에게 ‘싫다, 고발하겠다’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교장의 미온적인 태도로 문제가 흐지부지되면서 한 피해 여교사는 가해 교사를 피해 다니며 점심 식사도 혼자 교무실에서 해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젊은 여교사들도 큰 상처를 받았을 테지만, 어린 여학생들이 특히 더 걱정된다”며 “학생들이 입시와 성적 걱정에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눈치만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문] |
교육청 감사 부실 논란 음주 면담·가해자 두둔…피해자 두번 울려 G 고등학교의 성폭력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는 동안 “해당 학교의 특별감사를 맡은 서울시교육청이 제대로 감사를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관이 술을 마시고 피해자와 면담을 하거나, 부실한 업무처리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는 등 감사관실 내부 문제가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7월 26일 김형남 총괄감사관은 시교육청에서 G 고등학교의 피해 여교사 4명과 면담을 할 예정이었다. 김 감사관은 면담에 앞서 이 사안을 조사 중인 감사팀원 2명에게 배석할 것을 지시했지만, 팀원 2명은 이를 돌연 거부했다. 이들은 “감사관이 점심에 술을 마시고 들어와 조사하려고 해 배석을 거부했다”며 “이 과정에서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감사관도 음주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면담에 앞서 개인적인 점심 자리에서 막걸리 서너 잔을 마셨다”며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해당 여교사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김 감사관은 또 지난 3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한 교사가 ‘원조교제 할래?’라는 발언을 했다”고 밝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시교육청의 감사가 진행 중인 데다, 경찰 조사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던 때라 조사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감사관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것. 이날 이후 김 감사관은 언론과의 접촉을 하지 않았다. 일부 감사팀원의 부적절한 발언과 감사관실의 업무처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팀원이 가해 교사를 두둔했다”는 주장이 피해 여교사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결국 해당 팀원은 4일 교체됐다. 여기에 지난 7일 G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성범죄 피해 여학생 15명으로부터 직접 진술서를 받아 교육청에 제출했는데 감사 과정에서 6명의 진술서가 누락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감사관실의 부실한 업무처리는 G 고등학교 현장에서도 불거졌다. 시교육청은 지난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해당 학교의 모든 학생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추행 관련 설문 조사를 진행했는데 “모든 학생이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온 것. <일요신문>이 지난 4일 만난 G 고등학교의 일부 학생은 “서면으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에 따로 접속해 설문조사에 응해야 했다”며 “의무도 아니었고 이 때문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시교육청은 이 설문으로 피해자 수를 추산하는 등 감사에 참고했다. 총괄감사관의 음주 면담부터 감사관실의 업무처리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일 새로운 감사팀장을 임명했다. 박백범 서울시부교육감은 이날 열린 학교 성폭력 대책 기자회견에서 “김 감사관을 감사에서 배제하고 조규천 감사팀장이 감사를 진행한다”며 “직위해제된 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교감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