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장’ 뜰 때마다 인지도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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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서울시장(왼쪽)과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지난 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3동지회 41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비록 당적이 다르다 해도 광역단체장이 중앙정부의 정책을 성토하며 맞서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 특히 둘이 대권주자 반열에 있다는 점에서 여권을 정조준하고 나선 배경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권을 향해 먼저 공세를 펴기 시작한 쪽은 손 지사측. 지난달 7일 이해찬 총리 주재로 열린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서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며 정부의 수도권 기업투자 규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손 지사는 이후 강공 일변도의 대여 공세를 펼쳐 나가고 있다.
손지사는 이달 들어선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일 “노 대통령은 4월 터키 순방 때 우리 경제가 완전히 회복국면에 들어섰고 경제에 ‘올인’하겠다 했는데 결코 경제에 올인하고 있지 않다. 기업의 투자 말고는 경제를 살릴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오는 투자를 막겠다는 것이 경제에 올인하는 모습이냐”고 힐난했다.
손 지사는 한발 더 나아가 “(현 정권은) 동·서 간 분열도 부족해 나라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기업과 서민으로 편을 갈라 놓았다. 이런 ‘정치화된 경제정책’의 발상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도 일자리를 만들 수도 없다”며 공세를 한껏 높여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또 7일에는 도내 부시장, 부군수를 한 곳에 불러 모아 수도권 정책에 대해 정부와 직접 협의를 하지 말 것을 지시해 여권과 ‘벼랑끝 대치’ 국면을 앞장서 조성해 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정부가 경기도와 전혀 협의 없이 경기도 안성시에 뉴 타운 조성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손 지사가 여권과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본다”는 평가가 나오자 이번엔 이 시장이 동참하고 나섰다. 청계천 개발 비리 의혹으로 최측근인 양윤재 전 서울시 제2 행정부시장이 구속되면서 코너에 몰렸던 이 시장은 지난 8일 ‘느닷없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강력히 비판하며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 시장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의 군청 수준이다. 서울시 차원에서 독자적인 부동산 정책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나선 것. 그는 또 “(7일 저녁 만난)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시에서 강북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시가 강북 개발을 위해 일관되게 추진해온 ‘뉴타운 사업’을 이제야 알아봤다”는 말로 건설회사(현대건설)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자신의 ‘안목’을 자화자찬식으로 과시해 주목을 끌었다.
정치권에선 손 지사와 이 시장이 경쟁적으로 ‘여권 때리기’에 나선 배경에 대해 대권전략 차원에서 한나라당내 지지기반 확보와 대중적 이미지 부각을 노린 동시에 노린 양수겸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4·30 재보선 이후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이 당내외에서 확산되면서 ‘대권가도’에 적신호가 켜진 두 사람이 난조 기미를 보이고 있는 여권을 표적으로 삼아 전열을 재정비하고 나선 것이란 해석이라 하겠다.
실제 양 진영에선 재보선 이후 여론조사에서 박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데 대해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5월24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박 대표의 대권 후보 지지도는 44.5%를 기록한 반면 이 시장은 27.6%, 손 지사는 9.4%를 얻는 데 그쳤다.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3월29일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박 대표 33.4%-이 시장 31.5%-손 지사 15.0%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박 대표의 상승세와 이 시장-손 지사의 하락세가 뚜렷이 드러나는 대목이라 하겠다.
여기에 당내에서도 이 시장은 지지그룹인 수투위(수도분할반대투쟁위원회)내에서 공성진 의원이 기존 활동행태를 강력 비판하며 등을 돌리고 나서고, 핵심 멤버인 김문수 의원도 박 대표와 관계개선에 나선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기반이 위축되는 위기를 맞게 됐다. 손 지사측도 박 대표의 독주를 막아줄 잠재적 원군으로 평가했던 당 혁신위원회가 재보선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처지가 다급해지긴 마찬가지였다.
당내에선 두 사람의 대 여권 공세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많다. 여당과의 관계 속에서 운신을 고민해야 하는 박 대표가 ‘여야 상생’이란 틀에 갇혀 대여 투쟁에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위치에 있는 이 시장과 손 지사가 여권을 난타하면서 적지않은 ‘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빅3’ 중 가장 열악한 상황이었던 손 지사는 노 대통령, 이 총리 등 여권 핵심부와의 ‘맞장’을 통해 그간의 우유부단한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법 통과 이후 이 총리와 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 의장 등 여권 핵심부와 만나 수습책을 논의하는 등 ‘초당적 행보’를 보인 데 이어 이번엔 광역단체장이란 한계를 뛰어넘어 ‘대여 투사’의 이미지를 심어준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장 역시 현 정권의 ‘아킬레스 건’ 중 하나인 부동산 정책을 정면으로 공격함으로써, 개발시대 현대건설 CEO로서 ‘성공신화’를 구가했던 자신의 능력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청계천 비리로 인해 서울시정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됐던 것을 일정 부분 ‘털어내는’ 결과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당내에선 두 사람의 대여 강공이 서울시와 경기도란 한정된 지역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론 대선 가도에 ‘독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정부-여당의 실정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이 시장과 손 지사의 최근 행보는 단기적으로 대중적 인기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당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국을 상대로 지지를 모아야 할 대권주자가 특정지역의 이익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길게 봐서 본인들에게 손실이 될 가능성이 많다”며 “호남권 등 열세지역 기반 확보와 주변 4강 외교에 공을 들이는 ‘외연 확장’에 여념이 없는 박 대표의 행보와는 여러 모로 대조가 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