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이런 치외법권에 사는 사회악을 두 명의 열혈 형사가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공공의 적> 시리즈와 유사하다. <공공의 적> 시리즈처럼 권력과 재력을 갖춘 ‘사회악’(내지는 ‘공공의 적’)과 수사기관의 한판 승수를 다룬 영화는 대부분 탄탄한 짜임새의 수사물인데 반해 이 영화는 코믹 액션이다. 할리우드 영화 <점프스트리트21>과 같은 두 형사가 코믹하게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려내려 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결국 코믹 액션 형사물인데 그들이 싸우는 대상이 법적인 제재를 피해가며 범법행위를 일삼는 고위층 사회악이다. 현실에선 여전히 치외법권에 살면서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고위층 사회악을 영화에선 또라이 두 형사가 처벌한다. 이런 현실에선 어렵지만 영화라서 가능한 내용을 다뤄 관객에게 통쾌함을 선사하겠다는 게 연출을 맡은 신동엽 감독의 일성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도무지 통쾌하지가 않다. 오히려 더욱 분통이 터진다.
이 영화에서 악인은 대한민국 높으신 분들을 뒤에 업고 법 위에 군림하는 최악의 범죄조직 보스 강성기(장광 분)다. 겉으로 보기에 강성기는 사회 복지 기업을 이끌며 기부와 봉사에 앞장서받는 사회저명인사다. 그렇지만 실제 그는 사이비 종교 교주로 교묘히 교인들의 재산을 빼앗고 장기밀매 등 범법행위를 일삼는 악인이다. 게다가 정관계 고위층에 엄청난 비자금을 몰래 제공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이 강성기 관련 제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돌입하려 하지만 그때마다 수사는 무산된다. 정확하지 않은 제보로 사회저명인사인 강성기를 수사하는 게 무리라는 고위층의 입김 때문이다. 그만큼 강성기가 자신의 겉모습을 제대로 포장해 놓았으며 뒷돈도 여기저기 충분히 뿌려놓았기 때문이다.
‘또라이는 또라이로 잡는다’는 엉뚱한 발상으로 범인만 보면 일단 죽기 직전까지 패고 보는 프로파일러 정진(임창정 분)과 여자 꼬시려고 경찰대 수석 졸업한 강력계 형사 유민(최다니엘 분)이 강성기 체포를 위한 특수 임무를 맡게 된다.
보다 강력한 통쾌함을 위해 강력한 조미료가 사용되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강성기가 사이비 교주라는 포인트다. 아무래도 이는 지난 해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사건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본적으로 신동립 감독은 “유명한 그 사건이 있기 한참 전 쓴 시나리오”라고 한 발 뺐지만 “우연히 겹치게 됐다. 영향을 아예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영화라는 게 동시대의 고민 등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 약간 참고 했다”고 밝혔다.
약간 참고는 조금 넘어선다. 우선 강성기가 이끄는 사이비 종교의 지방 집단 거주지의 존재, 해당 사이비 종교의 장학생들이 정관계 고위층이 포진하고 있다는 설정, 그리고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사진과 그림을 즐기며 전시회를 열어 고가에 작품을 판매한다는 설정 등이 그렇다.
이처럼 사회적인 이슈가 됐던 사안을 강력한 조미료로 사용했음에도 영화가 통쾌하지 못한 까닭은 이런 요소들이 스토리에 녹아들지 못한 채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이 더 맛있어 지라고 넣은 조미료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음식의 데코레이션 역할만 하고 있다는 게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조미료가 적절히 활용된 김치찌개는 맛있지만 하얀 조미료 가루가 둥둥 떠 있는 김치찌개에 사람들이 수저를 담그려 할까.
이는 영화 전반의 문제와 연결된다. 부정부패와 범법행위를 일삼고도 큰 소리 치는 이들을 혼내주는 영화를 만들려면 탄탄한 스토리 라인이 필수다. 영화 <치외법권>처럼 또라이 형사 두 명이 무작정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른다고 관객들이 통쾌해 하는 게 아니다. 치밀한 수사를 통해 공고해 보이는 그들만의 성을 뚫고 들어가는 과정이 그려져야 통쾌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가장 기본적인 설정인 왜 강성기 체포 작전에 정진과 유민이 투입되는지 조차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라이는 또라이로 잡는다’는 이유로 어물쩍 넘어가는 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또한 총에 맞고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엉성한 액션도 관객이 통쾌할 순 없다. 액션은 영화의 볼거리 요소지만 액션 역시 적절하고 근거 있게 활용되야 한다. <치외법권>에선 액션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게 남용되는 경향이 짙다.
그리고 아무리 악인일 지라도 그들이 왜 악인인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캐릭터 설정이 필요한데 이 영화에선 그냥 그는 악인일 뿐이다. 장광이라는 연기파 배우의 연기력에만 의존하기엔 너무 어설픈 캐릭터 설정이다.
게다가 엉뚱하게 진지하다. “동시대의 고민 등을 담아야 한다”는 신동립 감독의 생각이 코믹 액션 영화를 종종 너무 진지하게 만든다. 후반부에 그런 장면이 종종 나오는 데 진지하게 사회 정의를 얘기하는 대사마다 무거운 톤의 피아노 연주 배경음악이 더해진다. 그때마다 코믹 영화가 갑자기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돌변한다.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다 갑자기 방송 사고로 <그것이 알고 싶다>가 나오는 느낌이랄까. 사실 코믹을 포인트로 하는 장면에선 별로 웃음이 나노지 않는데 갑작스럽게 진지한 분위기의 장면에선 실소가 터져 나온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믹 액션이 아닌 실소 액션 아닐까
@ 이 영화 볼까 말까?
볼까?
1. 영화 관람을 추천할 별다른 요인이 없다.
2. 영화 관람을 추천할 별다른 요인이 없다.
3. 그나마 거의 10년여 만에 돌아온 임은경은 반가웠다
말까?
1. 통쾌하라고 만든 영화가 전혀 통쾌하지 않다.
2. 장르는 코믹 액션인데 그리 코믹하지 않다. 종종 등장하는 진중한 분위기가 오히려 실소를 유발한다.
3. 총을 맞아도 아파하긴 하지만 피는 한 방울도 안 흘리는 등 상황 설정이 어설픈 데다 스토리 개연성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